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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접한다. 그중에는 목말라서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병을 구성하는 플라스틱 고분자 화합물도 있고, TV나 인터넷 광고에 나오는 OLED 디스플레이도 있고, 그러한 광고를 보는데 이용하는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의 각종 구성 요소도 있다.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들 속에서는 의약품처럼 사람들에게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도 있고, 반대로 흔히 환경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같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물질들도 있다. 그리고 수많은 화학물질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도, 그렇다고 딱히 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일일이 세다가는 이름만 대충 나열하는 데에도 며칠 꼬박 밤새우는 것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화학물질들 사이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며, 그 종류가 급격하게 늘어난지는 대략 10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날이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발견되고, 또 기존에 있던 화학물질들의 부작용과 같은 것들이 밝혀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화학물질이라는 개념 자체에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거나 일부를 꺼려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해롭고 이로운 것의 구분을 현명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괜히 근거 없는 두려움에 우리에게 이로운 것들을 배척하고, 잘못된 기준 때문에 정작 피해야 할 것들은 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화학물질들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점들을 고치고, 불완전하게 알고 있거나 모르고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채워 넣어주어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고 이용하게 되는 의약품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열 작용을 하는 의약품으로는 타이레놀과 부루펜 등이 있다. 타이레놀은 유효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이고, 부루펜의 유효 성분은 이부프로펜이다.(유효 성분이란 특정 의약품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성분을 가리킨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모두 해열 진통 작용을 하며, 이부프로펜은 추가로 소염 작용도 한다.
이러한 해열진통제에 대하여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열이 나더라도 내성이 생길까 봐, 또 해열진통제를 먹으면 면역력이 약해질까 봐 해열진통제를 먹이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모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성이 생긴다고 느끼는 이유는 진통 작용을 유지하기 위해 통증이 나아졌는데도 계속 복용하면 진통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를 내성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약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픈데 내성이 생기거나 자연 치유력이 감소할까 봐 의약품 복용을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현대인들은 '방부제'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음식물이나 의약품에 방부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 앞뒤 재지도 않고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부제가 무작정 나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약품과 화장품, 그리고 장시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물 등에는 무조건 방부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관 과정에서 변질되어 이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한 양의 방부제가 포함되어 있으면 인체에 해로운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설탕이나 소금 같은 각종 조미료부터 시작해서 물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위 사진의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심지어 물조차도 과하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통되는 의약품들은 모두 식약처의 철저한 검사를 통해 포함된 물질과 그 안정성을 확인받은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유통될 수 있기에 이러한 약들은 걱정 없이 이용해도 된다.
주부들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을 자극하여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게 만드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일 것이다. 코팅 프라이팬에는 유독 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들먹이며.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코팅 프라이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는가?
마케팅에서 코팅 프라이팬의 유해성을 언급할 때 항상 걸고넘어지는 것이 테플론이라는 불소화합물이다. 그러나 실제 독성이 있는 것은 테플론이 아니라 테플론 합성 공정에 사용되는 보조제 PFOA였다.
이것은 듀폰의 화학물질 무단 방류 사건으로 촉발되었는데 <뉴욕 타임스>와 영화 <다크 워터스>로 인해 PFOA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은 정점에 찍는다.
이에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PFOA는 테플론 공정상에서 어쩔 수 없이 잔류하지만 그것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확인되었다. 그러나 테플론이 위험하다고 인식해버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설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테플론 공정에 PFOA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제는 테플론을 프라이팬 코팅에 이용하는 경우는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430℃의 높은 온도로 가열해 남은 불순물도 모조리 제거한다고 한다.
이 책의 뒤에는 이렇게 안전한 코팅 프라이팬을 안심하고 쓰는 사용법과 주의사항이 자세히 나와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 책에서는 공기 청정기보다 중요한 환기, 자외선 차단제, 편리하지만 인류 최대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슬라임, 충치를 막는 불소, 계면활성제, 화장품, 락스와 비누,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등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화학제품들에 대해 정확한 화학 지식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화학물질 속에 둘러싸여 살지만, 정작 화학물질이 어떻게 이롭고 해로운지를 잘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용되는 물질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를 통해 괜한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고 화학물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불편함을 겪거나 손해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