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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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자신의 집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처지에서 탈출하고 자신이 꿈꾸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30킬로미터나 떨어진 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2월의 어느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던 날에도 그녀는 역시 낡은 비옷을 입고 리드 부인의 개 베어를 산책시켰다.

산책 도중 그녀는 자신이 손필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택을 보러 갔고,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그 주택의 주차장 문이 열리며 스포츠카가 튀어나와 피하려고 뒷걸음치다 넘어진다. 차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내린 남성은 제인이 손필드 주택 단지에서 본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상당히 잘 생기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자신을 에디라고 소개한 남자는 제인을 집안으로 초대했다.


고급스럽고 멋들어진 에디의 집 내부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본 제인은 손필드 주택 단지에서 혼자 사는 남자는 얼마 전 아내를 잃은 트립 잉그러햄 혼자뿐이라고 되뇌며 에디에게 관심을 가지고 에디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하려는 자신을 타일렀다.

에디는 제인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그녀에 대해 물었고, 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을 아주 살짝 섞은 거짓으로 이야기했다. 제인은 완전한 거짓을 이야기하면 들킬 위험이 있지만 조금의 진실을 섞어 말했을 때는 말한 진실이 사람들을 사로잡으면 나머지 거짓도 진실처럼 들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제인은 에디의 손에 반지가 없다는 사실과 그가 아내의 이야기를 할 때 "버밍햄 출신이었죠."라며 과거시제를 쓴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에디는 제인을 만난 다음날 바로 개를 입양하여 제인에게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맡겼다. 어느 날 제인이 에디의 개 아델을 산책시키러 갔더니 에디는 외출하고 없었고, 아델을 산책시킨 후 집에 돌아가려던 제인은 마음을 바꿔 주인이 없는 에디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을 둘러본 뒤 2층으로 간 제인은 그곳에서 에디와 베의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사진을 보고는 질투심과 함께 절망을 느꼈다. 그때 뒤에서 에디의 목소리가 났고 아내의 사고가 유감이라는 제인의 말에 에디는 제인의 속내를 꿰뚫어 본듯한 말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몇 번의 데이트가 계속되며 둘은 연인 관계가 되고 에디의 집을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는 제인의 계획대로 에디의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고전 『제인 에어』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아마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면서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소설에 푹 빠져들고 제인 에어라는 선량하면서도 자립적인 인물에 매료되었던 나로서는 도둑질에 거짓말을 일삼고 속물적이며 남자를 꾀어 신분 상승을 노리는 『기척』의 제인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잘 살게 되는 게 살짝 꼴뵈기 싫기도 했다.

그녀는 『제인 에어』의 제인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남들에게 숨겨야 하는 비밀도 가지고 있는데….


소설은 총 13파트로 나뉘며, 딱 한 번 에디가 화자로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파트가 바뀔 때마다 제인과 베의 시점에서 각각 서술된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스토리 전개와 특히 등장인물들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섬세한 심리묘사로 인해 속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읽어나갔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읽는 도중 드러나는 반전의 반전,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트립의 아내 블랜치와 베의 사건과 모든 일의 진실에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책장만 넘어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기척』을 읽고 고전 『제인 에어』와 비교하면서 『제인 에어』와는 또 다른 뒤통수 맞는 반전과 심리를 극도로 자극하는 긴장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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