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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개정판 ㅣ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다섯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컴퓨터에서 인터넷 화상 채팅을 통해 비디오추리회의를 한다. 가상의 살인사건이 아닌 그들 중 범인을 맡은 사람이 자신만의 시나리오로 진짜 살인을 저지르고 이야기를 공개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 네 사람이 각자의 답을 말하거나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추리게임은 진행된다.
단, 답은 논리적으로 추리해서 증거에 기초한 설명이 있어야지 어림짐작으로 내놓은 답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두광인,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살인마 제이슨처럼 하키 마스크를 쓴 aXe, 잭 푸트렐의 소설의 등장인물인 탐정 오거스터스 S. F. X 반 도젠을 데포르메 해놓은 노란 아프로 모양 가발에 소용돌이치는 장난감 안경, 가짜 면도 자국을 그린 마스크를 입가에 부착한 반도젠 교수, 자신의 모습 대신 투명한 수조에 든 늑대 거북을 화면에 비치게 해놓은 잔갸 군, 유일하게 웹캠 앞에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지만 화면을 흐릿하게 만든 콜롬보 경위의 애차의 차량번호를 닉네임으로 가진 044APD가 추리 게임의 참가자들이다.
제일 먼저 문제의 출제를 맡은 aXe는 마쓰오 아즈미라는 전문대생을 교살한 후 그녀의 기본적인 사항과 사건 현장의 사진들을 나머지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범인이 다음으로 누구를 죽일지 묻는다. 그는 나머지 네 명에게 3일 동안의 추리 시간을 주고는 그 시간 동안 사건의 법칙성을 알아내 정답을 맞히면 다른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두 번째 살인을 일으키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단 한 건뿐인 살인사건에서 어떠한 법칙성도 발견할 수 없었고, aXe는 예고했던 대로 두 번째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그는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인파로 붐비는 도쿄 전철 야마노테선 안에서 희생자를 칼로 찌르는데….
이 책은 독자의 선입관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반전의 진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밀실 살인 게임』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고 이 책의 존재를 알고들 있었다지만 부끄럽게도 추리소설 마니아를 자청하는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 책에 대해 알고 읽게 되었다. 나는 추리소설은 좋아해도 마니아는 아니었나 보다.😅
그저 단순히 인터넷상에 몇 명이 모여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에 대해 서로의 추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가 너무나 당황했다.
처음부터 소설은 등장인물이 저지른 살인의 법칙성에 대해 묻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잠깐! 진짜라는 거야 뭐야. 추리게임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라며 정신없어하는 사이에 살인사건은 계속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논하는 그들의 잔혹성과 대담성과 태연함에 소름 끼치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들은 아무런 원한이나 목적 없이 그저 단순히 문제를 만들고 자신들이 고안한 트릭을 적용하고자 실제 살인을 저지른다. 더군다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마치 트로피처럼 성공한 살인과 그 트릭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주인공인 두광인도 2년 가까이 탐정놀이를 하고 있고 실제 살인도 저질렀다. 아니, 중학교 때 과학실에서 훔쳐낸 비소를 교사들에게 실험하고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동급생의 열쇠를 훔쳐내 벌인 알리바이 트릭을 실천하고 쾌감을 느꼈던 일까지 포함하면 10년 가까이 일명 탐정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살인 사건들은 그들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었다. 특히 잔갸 군은 평소 추리게임에서의 공격적인 대화와 그의 닉네임이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 끔찍하고 잔학한 살인 사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자꾸 발생하는 살인사건에 대한 거부감만 참아낸다면, 그들이 일으킨 사건의 트릭이 밝혀졌을 때 다시 사건 하나하나를 되짚어 퍼즐을 끼워 맞춰보며 무릎을 치게 된다.
'아! 이래서 그런 단서를 던져 줬었구나!'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경찰은 범인이 누군지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한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렇게 사이코패스들의 향연이 될 것 같은 소설은 반전을 맞이한다. 과연 어떤 반전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될까?
소설을 끝내고 나니 다음 작품인 『밀실 살인 게임 2.0』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등장인물들의 엽기적 살인 행각을 참아낼 비위가 강하고 강심장을 가진 미스터리 추리 마니아들은 주저 말고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