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러블 스쿨보이 2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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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와의 작전회의 끝에 제리 웨스터비는 리카르도의 여자였던 리지 워딩턴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캐내려 시도한다. 그는 리지가 위스키를 팔았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인 척 가장하며 리지에게 접근했고, 그녀에게 리카르도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리카르도가 살아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리지는 리카르도가 비행기 추락으로 죽었다고 일축하며 자신이 그에게 위스키를 팔았다면 이렇게까지 그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을까 내심 의아해하며 그를 의심했다. 그것은 그녀가 드레이크 코의 측근인 관리인 티우를 그 자리에 불러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 사람은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도발하는 듯 모욕적인 티우의 발언들을 무시하며 제리는 리지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고 결국 자신의 최종 목적인 러시아의 돈에 대해 물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8일 후 스마일리를 필두로 버로어들이 각자 자신의 보스 주변에 모여 앉아 총회를 열었다. 거기서 독 디샐리스가 통칭 넬슨 코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넬슨의 성장과정과 러시아의 눈에 띄어 인재로 양성된 것, 더불어 그가 러시아의 호의를 많이 받은 만큼 극심하게 몰락해 숙청당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넬슨은 두뇌와 기술적 노하우, 경험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1973년 초에는 공식적으로 복권되며 중국 공산당 중앙 위원회에서 알려지지 않은 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스마일리는 넬슨이 카를라의 두더지라는 결론을 내린다.

한편 제리는 작전 수행 후 현장 요원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죄책감과 표적 인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화를 리지를 향해 느끼며 이 작전이 끝나면 리지 워딩턴과 잘 될 가능성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루크의 전화를 받고 살인 사건 현장으로 간 제리는 그곳에서 은행 신탁 담당자인 프로스트의 시체를 마주한다. 프로스트는 왜 죽은 것일까? 강도? 영국 정보부? 그것도 아니면 카를라?

취재를 끝내고 집에 돌아간 제리에게 루크가 다시 전화해서 전쟁지역으로 가라는 스텁시의 전보 내용을 전한다. 그렇게 제리는 홍콩을 떠나 전쟁 지역인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을 누비며 코의 흔적을 뒤쫓는데….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스마일리의 지휘 아래 그와 공조하여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드레이크 코를 뒤쫓고 파헤치는 제리의 본격적인 첩보활동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첩보 공작원으로서의 제리는 우리가 첩보영화에서 흔히 접했던 냉철하고 완벽한 스파이는 아니다. 그는 고뇌하고 상처 입기도 하지만 자신의 조국이 쇠락한 지금 자신과 같은 귀족 계급이 그 책임을 짊어지고 조국을 위해 일하며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영국을 위해 일하던 제리가 리지 때문에 자신이 가졌던 신념과는 다른 뜬금없는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럴 거면 '그깟 신념 입에 올리지 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자신의 개인적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충족과 그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대의를 내세운 것뿐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리가 사랑에 빠지는 리지에 대해서 공감이 안 갔다. 사랑은 부지불식간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지만 한 번의 접근으로 절박하게 리지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느끼게 된 포인트가 무엇이지? 표적 인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화? 한 번으로? 첩보활동하다가 서사 없이 뜬금없는 갑분사랑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현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해도 역시 소설은 소설이라는 건가?

그래 놓구 위층 여자에게 구애하고 같이 밤을 보낸 뒤 잠든 그 여자를 바라보며 리지를 그리워하는 이 혼란스러운 애정의 작대기는 무엇?


스마일리와 카를라의 대결구도로 시작되었던 소설은 뒤로 넘어가면서 드레이크 코에 초점이 맞추어지며 이 첩보 활동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케 한다. 과연 드레이크 코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룰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제리의 선택은? 영국 정보부를 정상궤도로 올리려 했던 스마일리의 운명은?

소설은 크게는 상충되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만 결국엔 그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들의 욕심으로 점철된 이해관계가 얽혀 자아내는 비극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왠지 모를 허무함이 가슴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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