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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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을 맞아 출판사 <웅진주니어>에서 『메멧』이라는 그래픽 노블로 어린이와 어른들의 감수성에 노크하고 있습니다.

『메멧』은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 코믹 부문 대상작'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잘 표현하기는 어렵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작품입니다.


책은 일반 소설책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에 두께도 두껍지 않아 읽기가 쉬웠어요. 또한 읽으면서 그림 하나하나의 섬세한 표현과 한 컷에서 다음 컷을 넘어갈 때 두 그림 사이의 축약된 감정과 의미를 놓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리며 받아들이다 보니 다른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도 내면에서 형상화를 이루는 감정이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 풍부해진 감정은 제 마음속 제일 깊숙한 곳에 고이 접어 놓아두었던 저의 어릴 적 추억의 페이지의 끄트머리를 잡아 끄집어내어 주체할 수 없는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이야기는 한밤중 이제 막 도착한 듯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시작하는 루시와 루시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루시에게 손전등이 유일한 빛인 캄캄한 어둠 속 세상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하고 궁금한 세상입니다.



날이 밝고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로망의 캠핑카가 보여요. 로망의 가족은 이 캠핑장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캠핑카 주변으로 울타리가 쳐진 것이 보입니다.

로망은 아침에 눈을 뜬 후 엄마의 귀가를 챙긴 뒤 엄마를 위해 꽃을 뜯어 야외 테이블을 장식하고는 캠핑카를 나섭니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로망은 모든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이 익숙해 보이네요.



그렇게 로망이 어디론가 가는 길목에 루시의 텐트가 있어요.

텐트 안에서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듯했던 루시는 바깥의 인기척에 내다보고는 텐트를 지나쳐 멀어져 가는 로망을 발견합니다. 그를 보고 루시도 밖으로 나가요. 그런 루시에게 엄마는 식당 메뉴를 보고 와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루시는 엄마의 부탁으로 간 식당에서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했고 그 안에 든 많은 인형 중 강아지 인형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맙니다. 아침 식사 후 루시는 엄마에게 동전을 받아 강아지 인형을 뽑기 위해 인형 뽑기에 도전합니다.

과연 뽑을 수 있을까요?



한편 로망은 캠핑장에 있는 또 다른 또래 친구 에비와 어울려 노는데요. 그 친구는 캠코더를 가지고 와 로망과 영상을 찍으면서 함께 놀아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찍으며 캠핑장 주변을 종횡무진 다니며 놀다가 급기야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극을 찍으려고 해요.



로망은 페트병으로 만든 강아지 '메멧'과 놀고 있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자신과 같이 영상을 찍을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루시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메멧'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루시가 만든 페트병 인형을 빼앗기 위해서일까요.

로망은 거절하고 도망가는 루시의 뒤를 쫓아가 루시의 머리를 낚아채는데요.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루시의 머리가 벗겨집니다. 가발이었던 거죠.

로망은 그대로 루시의 가발을 들고 도망가 버립니다.

루시는 왜 가발을 쓰고 있을까요? 루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그렇게 빼앗은 가발을 가지고 에비와 옥신각신하다 로망은 에비의 캠코더를 떨어뜨려 버리고, 에비는 그대로 자신의 캠핑카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뭐,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전부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된 거예요.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는데 로망은 여전히 혼자네요.

로망과는 대조적으로 루시는 엄마의 따스한 품에서 하루를 마칩니다.

캠핑장의 모두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 시간….


그들에게 또 어떤 내일이 펼쳐질까요?



그림이 러프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연필화여서 친근감을 주는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저는 읽는 내내 로망을 보면서 마음이 애잔했어요. 사랑과 관심이 고파 보여서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릴 적 로망같은 친구 한 명쯤은 있지 않았나요? 조금 꼬질꼬질하고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치고 괜스레 센척해 보이다가 선생님한테 단골로 혼나는 아이. 어릴 때는 그런 아이들을 피해 다니고 저한테 장난을 심하게 치면 울면서 선생님한테 이르기만 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 아이만의 신호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저나 그 아이나 정말 많이 어리고 서툴렀던 것 같아요.

로망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누구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그렇게 잠시 잠깐이라도 스쳐 지나간 인연이 쌓여 계절을 이루고, 계절이 쌓여 아이는 성숙해져 갑니다.

누구나 그렇게 미숙한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밑거름으로 조금씩 성장해 어른이 되는 거겠죠.


지나간 인연에 슬퍼 눈물도 흘리지만 그 눈물을 딛고 다시 내일을 향하죠.

자신의 '메멧'과 함께.


이 책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겠지만 경험과 추억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온 성장의 계절이라는 차원이 다른 감동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에게 읽기를 더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과 함께 여러분 기억 속의 '메멧'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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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사변 1
아카바네 제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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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만화책 한 권이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이름하야 『마법소녀 사변』

'마법소녀 변신'도 '마법소녀 되다'도 아닌 왜 '사변'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표지에는 잘생긴 남자와 마법소녀로 추정되는 귀여운 소녀가 있을 뿐 도저히 1도 모르겠다.

이럴 땐 얼른 만화책을 보는 것이 정답이다.



주인공 사쿠라 히로미는 뛰어난 재능이나 장점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히어로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에 밤낮없이 일해야 되는 평범한 회사원.

구르라면 구르고 기라면 기어야 되는 서러운 말단 직원인 히로미는

.

.


.



오늘도 회사를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 업무를 소화하는 중이었다. 😂


허나, 부하직원 편한 꼴은 죽어도 보기 싫어하는 부장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히로미의 야근을 유도한다.

하지만 양보란 없다. 부당한 야근은 거부한다!

패기 충만하여 그대로 정시 퇴근하는 우리의 히로미.



그렇게 퇴근하는 길에 히로미는 공만 쫓아 차가 오는지 보지도 않고 차도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를 무사히 구해낸다.


하지만 어디든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놓으라 하는 건 똑같은가 보다.

차에 치일 뻔한 걸 구해줬는데 소녀는 감사하기는커녕 차에 깔린 공 내놓으라 한다. 🤔

히로미는 그렇게 어린 소녀에게 공을 삥 뜯겨도(?) 좋은 일 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집에 가려 하지만, 늦은 시간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어 경찰의 불시 검문에 걸린다.


한편 조금 전 아이를 칠 뻔한 운전자는 자신이 무엇을 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운전을 하면서 자신이 뺑소니를 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렇게 증폭된 부정적인 감정은 남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한편 경찰에게 훈계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히로미는 눈앞에서 자신이 구해줬던 소녀가 괴상하게 생긴 괴물에게 잡힌 것을 보고 순간 온갖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비록 회사에서 자신은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히로미 자신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소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한 인간에게 괴물을 상대하기란 무리였을까.

히로미는 괴물에게 일격에 심장을 관통당해 쓰러지고 만다. 아니, 가슴이 꿰뚫렸으면 죽었다고 봐야 되겠지?


괴물은 히로미를 죽인 뒤 소녀까지 없애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괴력소녀…? 아니 마법소녀!

괴물을 멀리 날려버린다.

"휴~ 죽는 줄 알았잖아!!" ……??

'어랏?? 뭐지? 목소리가…'

.

.


.



목소리가 이상하고 자꾸만 샘솟는 힘에 의아함을 느낀 소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잠시 현실 부정 타임. 😳

히어로가 된 것은 좋은데, 여자가 되었다!!

뭐? 원래 여자 아니었나?

엥? 니가 히로미??? 😨😱



여차저차 괴물을 처치한 히로미는 오늘부터 마법소녀 1일~. 😆

그러나 자의에 의한 변신이 아니었기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와 부딪치고 만다. 그게 하필

.

.


.



소꿉친구이자 같은 회사 동료인 사오토메 유즈루.

그런데 유즈루와 부딪친 후 히로미는 갑자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다행히 여자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을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히로미의 모습에 유즈루는 히로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착각을 하고, 그런 유즈루의 착각을 자신이 여자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을 들켰다는 착각을 하는 히로미. 🤣

급기야 유즈루는 주말에 히로미의 뒤를 밟아 히로미의 여친을 훔쳐보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편의점에 다시 나타난 괴물을 쫓아가 무찌르는 과정에서 히로미는 다시 마법소녀로 변신하게 되고, 그것을 본 유즈루는 처음에는 여장으로 여겼다가 실제 히로미가 여자, 아니 마법소녀로 변신했다는 것을 알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재력을 바쳐 히로미에게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데….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마법소녀 이야기.

보통 마법소녀 변신물을 보면 어린 소녀가 조금 더 나이 많은 중·고등학생 정도 나이대의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아저씨가 변신하여 어리고 귀여운 마법소녀가 된다.

그렇다. '사변'이 정확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마법소녀 사변』🤣


이 만화에 나오는 악의 무리, 괴물은 빌런이나 외계에서 침략해 오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일반인이다. 단지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달하면 그 부정적이 감정이 형상화를 이루어 그 사람을 잠식해 버려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러분이나 나 자신, 그 어느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히로미와 친구 유즈루의 케미가 장난이 아니다. 협력하겠다는 유즈루는 자신의 재력을 앞세워 어마 무시한 서포트를 한다. 침투 부대와 헬기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거의 국가급의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추측될 정도. 😂

히로미의 말은 듣지도 않고 히로미를 마법소녀로 강하게 키우는 유즈루의 모습에 배꼽이 실종될 정도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넘겼다가 보물을 발견한 기분.

"심봤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


그런데 만화에서 사람들은 왜 괴물로 변하게 되었을까? 단지 부정적 감정을 품어서?

글쎄~. 🤔

궁금하면 지금 당장 『마법소녀 사변』을 보길.

그런데 갑자기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법기사'같은 인물은 누규~?

2권이 시급함을 뼛속 깊이 느끼는 중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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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면 - 수치심, 불안, 강박에 맞서는 용기의 심리학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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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뭔가 작은 햄스터의 모습 같은 게 떠오를 수도 있고, '~에 취약한~'과 같은 식의 뉴스 제목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취약'이라는 단어는 '나약하다'와 일맥상통하는 것만 같고, 그렇기에 뭔가 그렇게 드러내면 자신한테 불리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하게 된다.

그렇지만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드러내도 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 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취약성'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는 나쁘고 좋은 것을 가를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어두운 감정도, 마냥 긍정적인 감정도 아닌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모든 감정과 느낌의 핵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걱정 때문에 생활 속 감정들을 차단해 버리는 것은 삶의 의미를 주고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취약성이라는 것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는 없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경우 이는 착각이라고 한다.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질문들을 제시하여 자신한테 있는 취약성을 확인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앞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취약성, 그리고 수치심에 대하여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기제인 '마음의 갑옷'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그 종류에는 '기쁨 차단하기', '완벽주의', '감정 마비시키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완벽주의'였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완벽주의의 경우에는 일상 속에서 그냥 여러 모습의 성격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이 방어 기제라니.

설명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완벽한 외모를 갖춘다면 비난, 비판, 수치심의 고통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20톤짜리 보호막'이라고 한다. 자기계발과는 달리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이 핵심인 완벽주의를 저자는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여기며, 이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개개인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은 타인일 수도 있지만, 집단의 문화에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뿌리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수치심을 유발하는 조직문화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하여 『마음 가면』은 어긋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대담하게 나아갈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키워드를 꼽자면 '대담'과 '피드백'이다. 책에서는 '대담한 문화'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는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적극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조직 문화라고 한다. 또, 피드백으로 인한 불편함, 껄끄러움 등을 당연한 요소로 여기는 것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진짜 배움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정착된다면, 기존에 존재했던 수치심 유발을 관리의 도구로 이용하는 등의 비뚤어진 조직문화로부터의 해방과 조직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이로운 영향을 가져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수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 있는데, 누군가는 이를 쉽게 떨쳐내고 나아가지만 누군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는 한다.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며,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친절하게 제시하여 주기에 누구나 쉽게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삶에서 용기를 내는 것이 힘들고, 불안하며 걱정이 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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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고자쿠라 스즈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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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고 다소 고지식한 성격의 고교 2년생 아이하라 미즈키는 소꿉친구 이치노세 가이토를 짝사랑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우정을 망가뜨리기 싫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그저 속으로만 삼켰다. 그런데 그런 미즈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학년 때 미즈키와 같이 다니면서 가이토와 자주 마주치며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던 미즈키의 단짝 친구 나나세 리쓰는 2학년이 되어 가이토와 같은 반이 되자 가이토와 사귀기로 한다.


미즈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과 단짝 친구가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에 무척 괴로워하며 그 상황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마음으로는 가이토에 대한 짝사랑을 단념할 수가 없었다. 이에 미즈키는 예쁜 외모로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화력을 발휘하는 리쓰에게 자연스럽게 열등감을 품으며 선망과 질투를 느끼게 된다.

방과 후 리쓰와 가이토는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같이 가는데 리쓰는 굳이 미즈키 자리로 와서 말을 붙였고, 그런 리쓰를 데리러 가이토는 미즈키 자리로 찾아왔다. 그렇게 가이토가 자신을 찾아오는 상황이 미즈키는 기분 좋으면서도 착잡했다.


여전히 가이토를 좋아하는 미즈키는 창문 너머로 운동장에서 축구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가이토의 모습을 보기 위해 방과 후에 항상 도서실에 들렀다. 그럴 때마다 미즈키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앞에 펼쳐 놓았다.

그날도 도서실 창문 너머로 가이토의 모습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며 『마음』을 펼쳐들었는데, 페이지 사이에서 편지 같은 것이 떨어졌다. 무심코 주워 들었던 미즈키는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하라 미즈키에게

네가 늘 눈에 밟혀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

사토"


미즈키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를 꺼리는 사토와 『마음』의 페이지 사이에 편지를 끼워놓는 방식으로 교류를 시작했고, 사토의 정체가 궁금했던 미즈키는 '사토 찾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편지가 오가는 사이 미즈키의 마음속에서 사토의 존재가 점점 더 커져가는데….



작가 고자쿠라 스즈는 현재 대학생으로 이 소설로 제1회 '마법의i랜드소설대상 청춘소설부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신예 작가이다.

이 책은 10대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 이외에 '사토 찾기'라는 추리적 요소도 강하고, 나중에는 밝혀지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는 미즈키와 사토 사이에 편지가 전달되는 부분에 있어 미스터리 판타지적 요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정확한 사실도 아닌 억측으로 남을 욕하고 자신의 일이 아닌데 나서서 오지랖을 부리며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학생들을 보며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며 우는 미즈키를 대신해서 욕해주고 싸워주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사쿠라와 마이.

그리고 개인적으로 리쓰의 태도는 정말이지 발암이었다. 뭐, 나중에 급작스럽게 섬세하고 사려 깊다고 실드를 쳐주긴 하지만 이야기 내내 보여지는 모습이나 하는 행동들은 내숭덩어리에 '나는 몰라~, 나는 순진해~'하는 발암 캐릭터에 말리는 시누이 같은 캐릭터라 여겨졌다. 가이토가 미즈키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면서도 굳이 미즈키와 가이토가 자꾸 같이 엮이게 하는 것도 얄밉고, 미즈키가 귀찮아하는데 미즈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꾸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도 얄미웠다. 개인적으로 리쓰같은 친구는 절대 사귀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은 미즈키의 친구관계에서는 혈압 상승을 유발하지만 사토와의 편지 교환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훈훈하면서도 끝내는 눈물샘을 폭발시켰다.

끝까지 미즈키와 사토의 사랑을 응원하고 기적을 바라면서 읽어나갔고, 소설이 끝날 무렵에는 변화하고 한층 성장한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덮을 때에는 이것이 최선의 결말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은 결말을 생각하면 계속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아니,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난다.

미즈키와 사토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따뜻한 봄,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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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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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스다 미리는 이미 한국에서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이름이 낯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과 생각들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시금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게 함으로써 그 자체로 힐링을 주고 있다.

나는 작가와 살아온 시기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읽는 이야기마다 무릎을 치며 '그래, 바로 그랬지!', '맞아, 맞아.'라는 공감의 말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다른 어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상 속 자그마한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관찰을 통해 소재로 승화시키고, 그것을 친근감 있고 소박한 그림과 군더더기 없고 편안하게 물 흐르는 듯한 담백한 문장들을 통해 편안하고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 중에서 「돈 확인」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것이 동전인 줄 알고 줍거나 멈칫했다가 이내 동전이 아님을 알고는 머쓱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무수히 많기에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동전 줍는 것에 대한 다른 추억 또한 생각났다.

내가 캐나다에 살 때 동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떨어뜨린 1달러짜리 동전과 25센트 짜리 동전을 주워줬던 적이 있다. 여학생은 벙한 표정을 짓고는 자기 무리와 소곤소곤 뭐라 이야기하고는 내가 조금 멀어지자 그냥 자판기 뒤쪽으로 동전을 집어던져 버렸다.

내가 황당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더니 센터 매점 직원이 어린 학생들은 종종 동전들을 많이 던지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달에 한 번 자판기 자리를 옮겨서 밑을 청소하면 거기서 나온 동전을 합친 금액이 몇십 달러씩 된다는…. 그 이전에 종종 50센트나 심지어는 5센트 흘린 사람들에게 동전을 주워준 적도 있었는데… 주워주는 동양인이 얼마나 우습고 하찮게 보였을까. 그 후로는 동전을 주워도 굳이 주인을 찾아주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패널 퀴즈 어택 25 확인」에서 퀴즈를 잘 못 풀어도 패널을 잘 뒤집으면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는 그것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이 아니라 노력을 무시한 불공정이라 생각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퀴즈 문제를 잘 맞추기 위해 긴장을 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좀 더 많은 실전 예상문제를 풀어보고 공부했을 텐데 몇 문제 맞히지 못하고도 운으로 자기 패널을 많이 만들어 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 아닐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지 결과가 공평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나의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오로지 작가의 아버지에게만 있었다는 '텔레비전 채널권.'

나도 작가처럼 어른이 되면 채널권을 내가 가지고 지키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어른이 되니 텔레비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서 리모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노래방 확인」에서는 작가가 어릴 때 처음 노래방 기기를 접했을 때와 그때의 분위기와 느낌을 적어놨다. 그 글 역시 내가 처음 노래방을 접했을 때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났다.

나는 호주에 살 때 처음 노래방을 접했는데 당시 가라오케 바를 많이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거기서는 작가가 책에 적어놓은 것처럼 내가 부르고자 하는 노래를 종이에 써서 담당자에게 줘야 했고 순서가 돼서 내 노래 반주가 나오면 가게 중앙 무대에서 내가 모르는 다른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래서 가라오케 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와서 각각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노래방을 보고 완전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좋아서 며칠을 연달아 갔던 기억이 났다.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불렀던 노래 부르고 또 불렀던 기억도.



마스다 미리가 일을 마치고 하루의 마지막에 자기방의 책상 앞에 앉아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글을 보고 충격받았다.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즉시 구글 맵 지도를 켜고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어릴 때 살던 캐나다와 호주의 동네를 찾아 거리뷰를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려고 애썼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직장과 집이 있는 거리에 가보았다. 주말 아침에 자주 가던 다이너도 그대로였다.

반가움과 그리움과 동시에 분명 나에게 속했던 공간인데 이제 나만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복잡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일상생활이나 지금은 잊혀진 나의 지나간 이야기를 끄집어내 보며 그리운 향수를 느끼며 소중했을 나의 인생의 한켠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당시에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소중하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특별해져버린 나의 평범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

모두가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깨닫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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