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르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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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서 근세까지의 서양의 역사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을 빼놓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1273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붕괴로 카를 1세가 제국의 통치를 포기하는 선언을 하기 전까지, 근 600년 동안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며 정점에 있었던 가문이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이다.


그렇게 전 유럽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랜 기간 유럽 왕실을 지배해 왔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방대한 제국'으로 불렸지만,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했던 근친혼으로 인한 폐해로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합스부르크를 이야기할 때 그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행했던 결혼정책이 낳은 폐해들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곤 했지만, 이번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와 유럽 미술사에서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먼저 합스부르크 가문의 인물들 중에서도 예술품 수집에 광적일 만큼 열의를 보였던 7명의 지배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앞에서는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책의 중간쯤에는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중 가문의 유일한 여왕인 마리아 테레지아는 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궁정문화와 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녀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의 작품들이 원래 전시되어 있는 빈미술사박물관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계몽전제군주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책은 1273년 중세 신성로마제국 통치를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 군주제의 붕괴로 해체되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때까지, 합스부르크 가문과 함께하는 유럽의 역사도 알기 쉽게 연도 순으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세 초기에는 스위스 북부의 보잘것없는 시골 귀족 가문에 불과하던 합스부르크가 독일 남부 지방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신성 로마 제국에서 큰 세력으로 부상하고, 나아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는 등 유럽 전역을 지배하는 가문이 되는 가문의 계보도 보여주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역시 뒷이야기에 구미가 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은 <합스부르크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합스부르크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시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은 권력 유지를 위해 순수 혈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근친혼으로 인한 폐해 중 외견으로 드러나는 주걱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스페인 합스부르크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심한 주걱턱으로 입을 제대로 다물 수 없어 침을 많이 흘렸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잘 씹지 못해 모든 음식을 갈아서 먹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미인이라고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주걱턱이었으나, 궁정화가들의 뼈와 살을 깎는 작업을 거쳐 그림에는 그녀의 입과 턱을 작고 귀엽게 표현했다고 한다. 그녀는 일본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한 책은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100여 점의 작품 중 반드시 봐야 되는 작품 20점을 선별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한 작품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인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로 《시녀들》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드레스를 입고 있으나 얼굴 방향을 다르게 하고 있다.


또한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속 일화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를 통해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색채를 사용하고 인물의 표정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생동감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많은 예술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되는 오스트리아와 작품에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이 책은 단지 예술 작품만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지켜낸 예술 작품들을 통해 중요한 유럽의 역사와 오스트리아라고 하는 나라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화려함과 강력함의 정점에 섰던 그들이 예술작품을 통해 얻고자 하고, 또한 남기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며 그들이 남긴 예술 작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비록 그들은 유한한 삶을 살았지만 그들이 지켜낸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을 사랑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앞으로도 영원한 삶을 살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을 통해 전시회를 100배 이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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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우리들의 : 번외편
유키 노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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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우리들의』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 7권으로 된 로맨스 만화인데요. 과거 심장수술을 받은 적 있는 츠바키와 귀가 들리지 않는 이부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잔잔한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인데요.

이 만화가 완결되는 것과 동시에 번외편이 같이 출간되었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 번외편』은 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츠바키의 여동생인 아즈사의 이야기예요. 정말 번외편이죠?


아즈사는 대학교 4학년으로 한창 취업활동을 하는 취업 준비생이에요. 희망직종 1순위는 출판업계지만 일단 취업이 목표니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답니다. 그래서 연애활동에는 무관심해요.

아니, 실은 무관심하지는 않아요. 173cm인 큰 키 때문에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는 아즈사는 자신보다 키가 큰 남자 중에서 자신과 통하는 남자를 원하지만, 그런 남자를 찾기가 정말 어려워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했던 거죠. 아즈사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들도 아즈사의 키에 난감해 했으니까요.



이래저래 피곤했던 아즈사는 신혼인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예전 언니가 이사하던 날 도와주러 왔던 시바사키와 우연히 재회하게 돼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행했다가 둘이 같은 동네에 산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아즈사는 둘이 언니 부부를 통해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다 딱히 접점도 없는지라, 같은 동네에 살아봤자 시바사키와 만날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동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바사키와 마주치게 돼요.

그렇게 대화를 시작한 두 사람은 아즈사가 자기소개서의 첨삭을 부탁하고 시바사키가 이를 승낙하면서 연락을 이어갑니다.

과연 두 사람의 사이에 변화가 생길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중학생들이 나오는 「세일러복에게 작별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사쿠라의 단짝 친구인 리사는 학교 선배인 유마를 짝사랑해요. 그래서 항상 사쿠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사쿠라는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할 뿐 자신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리사는 그런 사쿠라가 남자를 사귀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사쿠라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그런데 리사와 사쿠라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동급생 후지타가 리사가 선배에게 고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사쿠라는 후지타를 무척 부담스러워해요. 후지타는 성격도 좋고 착하고 배려심도 깊은데 왜일까요?

아무튼 리사는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고백한 후 선배와 사귀게 돼요.


그 후 리사는 선배랑만 계속 어울리게 되고 사쿠라는 혼자가 되죠.

뭐, 그렇다고 사쿠라가 리사를 질투한다거나 리사와 싸운 건 아니에요. 사쿠라도 정말 다시없을 착하고 좋은 아이거든요.



하지만 선배와 같이 있는 리사를 보면 사쿠라는 왠지 피하게 되었고, 그런 사쿠라에게 후지타가 말을 걸어옵니다. 그리고 운동회 때의 일을 거론하며 아직 화가 났는지 물어보는데요.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두 개의 이야기 모두 중간중간에 적당한 웃음 포인트가 있으면서도 잔잔하고 기분 좋은 사랑 이야기예요.

군더더기가 없이 짧지만 매끄럽게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설레네요.

그림체가 막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런 잔잔한 힐링 로맨스물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돼요.

내용처럼 잔잔하면서도 슬며시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시바사키의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한 눈동자는 보고 있으면 푹 빠져들게 되는데… 그의 이야기가 막 궁금해지는 거 있죠?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후지타의 순수하면서도 맑은 눈…. 후지타는 시바사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소년이에요. 사쿠라와 후지타의 이야기도 매력 있게 다가오며, 이야기가 짧은 게 무척 서운할 정도예요.

뭐, 그건 시바사키와 아즈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인지 작가님이 책의 마지막에 시바사키와 아즈사의 <4컷 만화>를 추가해 주셨지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평범한 우리들의 : 번외편』은 본편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스토리 이해에 문제가 없지만 『평범한 우리들의』를 보는 것도 적극 추천해요.

분명 힐링이 되면서 그런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예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을 거예요.

정말 이 만화책 전체가 완전 소장각이에요.

스산한 늦가을, 예쁜 만화 보고 모두가 따뜻해지고 예쁜 사랑을 하길 바라요.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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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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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내가 어렵게 생각했던 유일한 과목이 바로 지리였다.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이해도 잘되지 않고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되는 과목이니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이해가 기초되지 않은 암기를 했었다.

그 후 고등학교 졸업한 뒤로는 지리 관련 책은 보지도 않았건만, 이 책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이라는 제목은 의아함과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지도라고 하니 어불성설이라 생각했지만, 부제인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을 보고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이 '지리'를 어렵게 생각하고 싫어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지리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을 내용들인데다 주제들도 흥미로워서 어느새 페이지를 거침없이 넘기고 있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와 같은 사람들은 지도를 단순히 지리적인 요소들을 표현하는 도구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지리적 환경과 더불어 상호작용하며 존재하는 각종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집합하는 매개체로 만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지도를 만드는 기술이 더 발달하였음에도 훔볼트가 지도에 담아내려 했던 '하나의 거대한 총체'는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잘게 나뉘어져 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발전이 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담을 내용들이 더욱 많아져 하나의 지도에 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 타당한 설명일 수도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기술들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의 수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쉬워졌다. 일례로 운동 앱으로 유명한 스트라바(Strava)에서는 2018년 사용자들이 어디서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도로 표시하여 공개하였는데, 이로 인해 미국의 비밀 주둔기지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보를 제공한 미군들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한 스트라바 엔지니어 측도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이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는 매 순간 사람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불어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듯 불어나는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하여 지도를 제작하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쁨을 모두와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인터넷의 발달로 기록이 가능하게 된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마 이동에 관한 것들이라 생각된다. 물론 인터넷이 존재하기 이전에도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이동과 같은 내용들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이 부랑자를 강제 이동시켰던 시대의 기록을 보면, 어디로 가장 많이 이동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정보들을 지도에 표기할 수 있다.



또는 과거 유럽 주변 지역들에 거주했던 이들의 정보를 취합하여, 스톤헨지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닌 얌나야인이라는 사실과 그 당시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였는지와 같은 정보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나타낼 수 있다.



그 외에도 과거 노예 무역 시기에 항해 내용들을 바탕으로 노예가 되었던 흑인 인구의 이동을 보았을 때, 예상외로 기록된 것의 절반가량의 노예가 브라질로 유입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더 예상치 못하게도 카리브해에 있는 섬들이 그 영토는 다른 곳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작음에도 브라질 다음가는 노예 유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관습과 문화와는 무관하게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진행했던 것이 바로 인구 조사이다.

한국 역사에서도 대표적으로는 조선 시대 태종 이방원의 호패법 실시가 있었고, 대한민국이 설립된 이후로도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출생 신고를 비롯한 주민등록 시스템이 1962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구축될 정도로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울러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인구 조사이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 만을 두고 분석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외에도 사람들의 이동에도 중점을 두었는데, 그 예시로 미국의 주 분할이 있다.

미국의 주들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러한 경계들이 실제로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활권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의견이다. 저자들이 참고한 개릿 넬슨과 알래스데어 레이의 발표물에 따르면, 주들의 경계와 사람들이 생활하는 양상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들은 불빛이 밝아지고 어두워짐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도에 표시하여 국가별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 밖에도 여권 검사, 배기가스망, 강제퇴거, 어선 이동 경로 추적을 통한 불법 행위 적발 등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의 데이터를 표시한 지도 자료들이 책에 나와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뭔가 말장난 같아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안 했다는 건가?'라는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책의 제목이 주제를 정말 잘 담아내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과 연결되거나, 조금 오랜 기간 점차 변화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보이지 않는' 정보들을 보이게, 그것도 단순히 거리감 있는 그래프나 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땅 자체와 연결 지어 보여주기에, 어떠한 통계 자료보다도 더 와닿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 세상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도시, 국가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하여 생각지도 못한 놀랄만한 사실들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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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사물 탐구 사전 -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정명섭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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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는 고대와 현대 사이의 시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언제까지가 근대이고 언제부터를 현대의 시작으로 보아야 될까? 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한국사에서조차도 근대와 현대를 구분하는데 여러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역사가 아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사고를 전환시킨 문물에 관한 책이므로, '근대'를 개항한 구한말부터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를 이룬 최근까지의 100년으로 보고, 그 안에서 혁신적인 문물들의 발생과 변화, 대체와 소멸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석유풍로, 축음기, 고무신의 8가지 근대 사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어릴 때 전차와 인력거는 없었으나 나머지 물건들은 책에 나온 원형 그대로 우리 집에서 보고, 듣고, 사용했던 것들이었다.

아! 난 현대가 아닌 근대 사람이었던 것일까?

이 말을 했더니 우리 아이들은 "역시 엄마는 단군시대 사람이 맞았어!"라는 반응…. 😂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라 시오타 역에서의 열차의 도착」이라는 50초 정도 되는 영상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것이 최초의 영화이다.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신문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움직이는 영상을 본 일본인들은 이것을 '활동사진'이라고 명명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명칭을 한동안 사용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자 서구 기술의 결정체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당시 영상에는 소리가 들어가지 않아 '무성 영화'라고 부른다.

이 무성 영화는 오늘날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데, 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화면이 이어지다가 중간중간 대사나 지문이 적힌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봤던 버스터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완전 무성이 아니라 영화 내내 음악이 흘러나와 분위기를 표현했다.


무성 영화의 상영으로 변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변사는 초기에는 활동사진에 등장하는 장소를 설명하는 간단한 역할을 했지만, 점차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영화 흥행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는 「의리적 구토」라는 연쇄극인데 이것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형태였고, 이후 조선 사람의 자본과 인력으로 무성 영화가 만들어졌다. 1926년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조선 무성 영화는 배우의 대사가 화면에 함께 담긴 토키 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내가 어릴 때는 모든 가정에 반드시 있었던 게 석유풍로(곤로)였다. 그런데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풍로라는 표현보다 곤로라는 표현을 썼다.

저자는 집 한구석에 쓰지 않는 낡은 석유풍로가 있는 걸 봤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까지는 부엌에서 곤로를 사용했었다. 불을 붙일 때는 성냥으로 점화를 해야 돼서 부엌에는 항상 팔각형 모양의 성냥통이 있었다.


곤로는 근대에 일본과 함께 들어와 널리 사용되다가 1980년 흔히 부루스타라고 부르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등장과 함께 사라져갔다.

나는 석유풍로부터 도시가스까지 전부 경험해 봤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밖에 책에는 우리나라에서는 70년간 운행하다 사라져버린 노면 전차와, 가스라이터와 전기의 보급으로 2013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이 중단된 성냥, 할부제와 강력한 영업망을 통해 조선 진출에 성공한 싱거사의 재봉틀,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끌던 인력거, 고가인 관계로 범죄의 표적이 되었던 축음기, 근대에 만들어져 태평양을 건너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인에 맞추어 한국식 정서로 탈바꿈한 고무신 등에 대한 읽을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것들은 지금은 사라지거나 형태를 바꾸었지만 근대에는 획기적이고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문물들로, 그것들을 통해 역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렵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면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근대 사물 탐구 사전』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의 역사 속으로 다 같이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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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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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비싼 돈 주고 파리까지 날아간 본전(?)이라도 뽑는다는 생각에 유명 작품들을 직접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다니며 봤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몇몇 작품을 직접 봤다는 것 외에는 루브르에 가봤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기억에 남은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요즘 이렇게 잘 만들어진 미술관 관련 서적들을 볼 때마다 괜스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이창용 님은 2012년부터 6년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도슨트로 활약했고, 지금은 한국의 각종 방송가·미술사 강의 섭외 1순위의 스타 강사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미술관에 있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흔히 알려진 공공연히 널리 인정받는 작품이 아닌, 각자의 기준에 의해 개인에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날 것을 바라고 있다.


책은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12세기 지어진 루브르 박물관의 시초는 영국으로부터 파리를 방비하기 위한 요새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요새 기능은 미비해졌고, 16세기에 이르러 궁전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 직후, 혁명정부에 의해 루브르는 우리가 아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의 스타 작품은 「모나리자」일 것이다. 루브르를 방문하는 25% 정도의 관람객은 그저 「모나리자」만 보고 박물관을 빠져나온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작품을 영접했으나 첫 느낌은 '에계…?' 뭐 이런 정도였던 것 같다. 미술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빠지지 않고, 미의 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거론되는 「모나리자」는 그 놀랍도록 작은 크기를 당당하게 뽐내며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교과서든 어디서든 항상 보던 그림이어서 그런지 작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그저 인파에 떠밀려 작품 앞을 떠나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는 다빈치가 인물의 측면 위주로 그렸던 당시 화가들과는 달리 정면을 보고 있는 모나리자를 그린 이유부터 작품에 사용된 스푸마토 기법과 대기 원근법뿐만 아니라 모나리자의 신비하고 완벽한 미소의 비밀이 해부학의 원리에 근거했다는 분석까지,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배경을 흔히들 프랑스 대혁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그림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그보다 40년 뒤에 일어난 7월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가운데 가슴을 풀어헤치고 있는 여인은 당시 치열하고 처절했던 싸움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고전주의 작품에서 여신만이 나체로 등장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여신임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어떤 여신을 상징하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여인이 쓰고 있는 모자에 나와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는 바로 자유를 상징하는 프리기아라는 모자이고,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작품 속 여인은 자유의 여신인 '리베르타스'라고 한다.

이 외에 책에는 작품과 모자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 인상주의 작품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그림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비판을 많이 받은 논란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마네는 커다란 화폭에 금기시되었던 당시 부르주아의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들추어내고 있다. 바로 오후가 되면 그들의 정부와 불로뉴 숲으로 찾아가 식사를 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

작품 속 여인은 실존 인물로 당시 파리에서 모델이자 매춘부를 했던 빅토린 뫼랑이라고 한다. 그녀의 마주 보는 듯한 시선에서 부르주아 남성은 자신의 치부를 더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중간색을 생략하고 붓 자국을 남기는 등의 당시 고전주의 화가들과는 다른 채색법과 원근을 무시한 듯한 표현 등에서 논란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클로드 모네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예술의 원천이었던 지베르니 정원과 모네의 인생 걸작이자 그의 말년 인생과 맞바꾼 작품인 「수련 대장식화」를 전시하고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있다.

또한 오귀스트 로댕의 초기부터 말년까지의 작품 7천여 점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이자 라이벌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까지 소장, 전시하고 있는 로댕 박물관과 소장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책은 작품의 탄생 배경과 작품의 자세한 해석에 화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흥미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작품에 대해 잘 모르고 봤을 때는 그저 '멋있다', '웅장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설명을 통해 작품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이루어지니 예술적 소양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며, 굳이 힘들여 먼 곳의 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미술관에서 작품을 봤을 때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좀 더 가슴에 와닿는 점이 많았다고 할까…. 😅

어쩌면 언젠가 다시 루브르나 오르세에 간다면 예전처럼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 정말 제대로 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꼭 소장해서 가까이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복습하며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창용 도슨트의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앞으로 스페인·네덜란드, 이탈리아·오스트리아를 거쳐 한국 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예정 편인 스페인·네덜란드에 있는 미술관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기에 무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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