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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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비싼 돈 주고 파리까지 날아간 본전(?)이라도 뽑는다는 생각에 유명 작품들을 직접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다니며 봤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몇몇 작품을 직접 봤다는 것 외에는 루브르에 가봤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기억에 남은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요즘 이렇게 잘 만들어진 미술관 관련 서적들을 볼 때마다 괜스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이창용 님은 2012년부터 6년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도슨트로 활약했고, 지금은 한국의 각종 방송가·미술사 강의 섭외 1순위의 스타 강사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미술관에 있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흔히 알려진 공공연히 널리 인정받는 작품이 아닌, 각자의 기준에 의해 개인에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날 것을 바라고 있다.


책은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12세기 지어진 루브르 박물관의 시초는 영국으로부터 파리를 방비하기 위한 요새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요새 기능은 미비해졌고, 16세기에 이르러 궁전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 직후, 혁명정부에 의해 루브르는 우리가 아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의 스타 작품은 「모나리자」일 것이다. 루브르를 방문하는 25% 정도의 관람객은 그저 「모나리자」만 보고 박물관을 빠져나온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작품을 영접했으나 첫 느낌은 '에계…?' 뭐 이런 정도였던 것 같다. 미술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빠지지 않고, 미의 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거론되는 「모나리자」는 그 놀랍도록 작은 크기를 당당하게 뽐내며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교과서든 어디서든 항상 보던 그림이어서 그런지 작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그저 인파에 떠밀려 작품 앞을 떠나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는 다빈치가 인물의 측면 위주로 그렸던 당시 화가들과는 달리 정면을 보고 있는 모나리자를 그린 이유부터 작품에 사용된 스푸마토 기법과 대기 원근법뿐만 아니라 모나리자의 신비하고 완벽한 미소의 비밀이 해부학의 원리에 근거했다는 분석까지,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배경을 흔히들 프랑스 대혁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그림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그보다 40년 뒤에 일어난 7월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가운데 가슴을 풀어헤치고 있는 여인은 당시 치열하고 처절했던 싸움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고전주의 작품에서 여신만이 나체로 등장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여신임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어떤 여신을 상징하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여인이 쓰고 있는 모자에 나와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는 바로 자유를 상징하는 프리기아라는 모자이고,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작품 속 여인은 자유의 여신인 '리베르타스'라고 한다.

이 외에 책에는 작품과 모자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 인상주의 작품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그림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비판을 많이 받은 논란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마네는 커다란 화폭에 금기시되었던 당시 부르주아의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들추어내고 있다. 바로 오후가 되면 그들의 정부와 불로뉴 숲으로 찾아가 식사를 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

작품 속 여인은 실존 인물로 당시 파리에서 모델이자 매춘부를 했던 빅토린 뫼랑이라고 한다. 그녀의 마주 보는 듯한 시선에서 부르주아 남성은 자신의 치부를 더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중간색을 생략하고 붓 자국을 남기는 등의 당시 고전주의 화가들과는 다른 채색법과 원근을 무시한 듯한 표현 등에서 논란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클로드 모네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예술의 원천이었던 지베르니 정원과 모네의 인생 걸작이자 그의 말년 인생과 맞바꾼 작품인 「수련 대장식화」를 전시하고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있다.

또한 오귀스트 로댕의 초기부터 말년까지의 작품 7천여 점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이자 라이벌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까지 소장, 전시하고 있는 로댕 박물관과 소장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책은 작품의 탄생 배경과 작품의 자세한 해석에 화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흥미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작품에 대해 잘 모르고 봤을 때는 그저 '멋있다', '웅장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설명을 통해 작품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이루어지니 예술적 소양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며, 굳이 힘들여 먼 곳의 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미술관에서 작품을 봤을 때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좀 더 가슴에 와닿는 점이 많았다고 할까…. 😅

어쩌면 언젠가 다시 루브르나 오르세에 간다면 예전처럼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 정말 제대로 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꼭 소장해서 가까이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복습하며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창용 도슨트의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앞으로 스페인·네덜란드, 이탈리아·오스트리아를 거쳐 한국 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예정 편인 스페인·네덜란드에 있는 미술관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기에 무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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