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사물 탐구 사전 -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정명섭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대'는 고대와 현대 사이의 시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언제까지가 근대이고 언제부터를 현대의 시작으로 보아야 될까? 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한국사에서조차도 근대와 현대를 구분하는데 여러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역사가 아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사고를 전환시킨 문물에 관한 책이므로, '근대'를 개항한 구한말부터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를 이룬 최근까지의 100년으로 보고, 그 안에서 혁신적인 문물들의 발생과 변화, 대체와 소멸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석유풍로, 축음기, 고무신의 8가지 근대 사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어릴 때 전차와 인력거는 없었으나 나머지 물건들은 책에 나온 원형 그대로 우리 집에서 보고, 듣고, 사용했던 것들이었다.

아! 난 현대가 아닌 근대 사람이었던 것일까?

이 말을 했더니 우리 아이들은 "역시 엄마는 단군시대 사람이 맞았어!"라는 반응…. 😂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라 시오타 역에서의 열차의 도착」이라는 50초 정도 되는 영상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것이 최초의 영화이다.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신문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움직이는 영상을 본 일본인들은 이것을 '활동사진'이라고 명명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명칭을 한동안 사용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자 서구 기술의 결정체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당시 영상에는 소리가 들어가지 않아 '무성 영화'라고 부른다.

이 무성 영화는 오늘날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데, 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화면이 이어지다가 중간중간 대사나 지문이 적힌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봤던 버스터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완전 무성이 아니라 영화 내내 음악이 흘러나와 분위기를 표현했다.


무성 영화의 상영으로 변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변사는 초기에는 활동사진에 등장하는 장소를 설명하는 간단한 역할을 했지만, 점차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영화 흥행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는 「의리적 구토」라는 연쇄극인데 이것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형태였고, 이후 조선 사람의 자본과 인력으로 무성 영화가 만들어졌다. 1926년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조선 무성 영화는 배우의 대사가 화면에 함께 담긴 토키 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내가 어릴 때는 모든 가정에 반드시 있었던 게 석유풍로(곤로)였다. 그런데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풍로라는 표현보다 곤로라는 표현을 썼다.

저자는 집 한구석에 쓰지 않는 낡은 석유풍로가 있는 걸 봤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까지는 부엌에서 곤로를 사용했었다. 불을 붙일 때는 성냥으로 점화를 해야 돼서 부엌에는 항상 팔각형 모양의 성냥통이 있었다.


곤로는 근대에 일본과 함께 들어와 널리 사용되다가 1980년 흔히 부루스타라고 부르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등장과 함께 사라져갔다.

나는 석유풍로부터 도시가스까지 전부 경험해 봤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밖에 책에는 우리나라에서는 70년간 운행하다 사라져버린 노면 전차와, 가스라이터와 전기의 보급으로 2013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이 중단된 성냥, 할부제와 강력한 영업망을 통해 조선 진출에 성공한 싱거사의 재봉틀,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끌던 인력거, 고가인 관계로 범죄의 표적이 되었던 축음기, 근대에 만들어져 태평양을 건너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인에 맞추어 한국식 정서로 탈바꿈한 고무신 등에 대한 읽을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것들은 지금은 사라지거나 형태를 바꾸었지만 근대에는 획기적이고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문물들로, 그것들을 통해 역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렵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면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근대 사물 탐구 사전』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의 역사 속으로 다 같이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