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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아르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평점 :
중세에서 근세까지의 서양의 역사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을 빼놓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1273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붕괴로 카를 1세가 제국의 통치를 포기하는 선언을 하기 전까지, 근 600년 동안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며 정점에 있었던 가문이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이다.
그렇게 전 유럽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랜 기간 유럽 왕실을 지배해 왔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방대한 제국'으로 불렸지만,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했던 근친혼으로 인한 폐해로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합스부르크를 이야기할 때 그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행했던 결혼정책이 낳은 폐해들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곤 했지만, 이번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와 유럽 미술사에서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먼저 합스부르크 가문의 인물들 중에서도 예술품 수집에 광적일 만큼 열의를 보였던 7명의 지배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앞에서는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책의 중간쯤에는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중 가문의 유일한 여왕인 마리아 테레지아는 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궁정문화와 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녀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의 작품들이 원래 전시되어 있는 빈미술사박물관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계몽전제군주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책은 1273년 중세 신성로마제국 통치를 시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 군주제의 붕괴로 해체되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때까지, 합스부르크 가문과 함께하는 유럽의 역사도 알기 쉽게 연도 순으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세 초기에는 스위스 북부의 보잘것없는 시골 귀족 가문에 불과하던 합스부르크가 독일 남부 지방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신성 로마 제국에서 큰 세력으로 부상하고, 나아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는 등 유럽 전역을 지배하는 가문이 되는 가문의 계보도 보여주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역시 뒷이야기에 구미가 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은 <합스부르크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합스부르크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시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은 권력 유지를 위해 순수 혈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근친혼으로 인한 폐해 중 외견으로 드러나는 주걱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스페인 합스부르크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심한 주걱턱으로 입을 제대로 다물 수 없어 침을 많이 흘렸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잘 씹지 못해 모든 음식을 갈아서 먹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미인이라고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주걱턱이었으나, 궁정화가들의 뼈와 살을 깎는 작업을 거쳐 그림에는 그녀의 입과 턱을 작고 귀엽게 표현했다고 한다. 그녀는 일본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한 책은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100여 점의 작품 중 반드시 봐야 되는 작품 20점을 선별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한 작품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인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로 《시녀들》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드레스를 입고 있으나 얼굴 방향을 다르게 하고 있다.
또한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속 일화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를 통해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색채를 사용하고 인물의 표정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생동감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많은 예술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되는 오스트리아와 작품에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이 책은 단지 예술 작품만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지켜낸 예술 작품들을 통해 중요한 유럽의 역사와 오스트리아라고 하는 나라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화려함과 강력함의 정점에 섰던 그들이 예술작품을 통해 얻고자 하고, 또한 남기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며 그들이 남긴 예술 작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비록 그들은 유한한 삶을 살았지만 그들이 지켜낸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을 사랑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앞으로도 영원한 삶을 살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을 통해 전시회를 100배 이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