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는데 제7왕자라 내맘대로 마술을 연마합니다 1
코쿠자와 요스케 지음, 메루 그림, 켄쿄나 서클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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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화들을 보면 환생, 마법, 회귀, 빙의, 이세계의 침략, 현실의 게임화 등과 같은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미 그런 소재의 만화들이 많다고 해서 그것들을 소재로 한 새로운 만화가 재미가 없고 식상하냐… 희한하게도 대답은 'No'랍니다.

비슷한 소재의 만화들이라도 각 작품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나온 『환생했는데 제7왕자라 내맘대로 마술을 연마합니다』도 환생, 마법이 소재인 만화에요.


그런데 만화 제목이 왜 이렇게 길죠? 😅 예전에는 길어봤자 다섯 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외우기가 어렵. 😆



만화는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에 의해 죽어가는 서민 남자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

귀족은 죽어가는 남자에게 마술이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타고난 혈통과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며 남자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서민 남자는 죽어가면서 귀족의 마술에 감탄하면서도 애통해합니다. 자신은 그저 마술을 배우고 연마하고 싶었을 뿐인데….

마술을….

.

.

.



그러고 다시 눈을 떠보니 눈앞에 누군가 보이는 거예요. 남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가볍게 화구를 날리는데요. 뭐 어차피 남자가 쓰는 마술은 보잘것없었잖아요.

그랬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투콰앙~!!!

남자의 손끝에서 나온 화구는 왕궁 지붕을 반파시키고 맙니다.

그런데 더 대박인 것은 그날이 바로 살룸국의 제7왕자 로이드가 태어난 날 즉, 서민이었던 남자가 왕자로 환생한 날이었던 거예요.

새로 태어나자마자 대형 사고를 친 거죠. 😄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로이드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잘 성장하고 있었답니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언어를 이해하고 마술서를 탐독했으며, 모유는 극구 사양하는 신사적인 모습.

그런데 언제부터 갓난 아기가 모유를 거부하면 신사적인 게 되었죠? 😂


아무튼 왕국의 제7왕자로 태어나게 된 로이드는 지위와 명예 따위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자신이 전생에서부터 바라던 마술에 대해 무한한 지식을 추구했어요.



하지만 왕족으로서의 기본을 익히길 바라는 교육담당 실파는 로이드가 서고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을 경계하여 매일 로이드에게 검술을 지도하는데요.

로이드는 이 또한 '제어계통 마술'을 써서 스승 실파의 움직임을 복제해서 대련합니다. 거기다가 완력과 체력, 신장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성장마술과 부유마술, 신체강화 마술까지 써서요.



하지만 실파가 얼마나 센지 번번이 로이드는 지고 말아요.

이번에는 마술을 쓴 것까지 들켜버리는데요. 하지만 실파는 왕궁 마술사도 어려워하는 2중 마술을 사용했다며 로이드를 대견해 합니다.

실은 2중이 아닌 4중 마술이었는데 말이죠. 😆



그런데 살짝 19금 수준의 작화가 나와요. 😮

로이드가 아무리 귀엽더라도 10살인데 대욕탕에서 벌거벗은 메이드들과 같이 목욕을 합니다. 갓난 아기 때 모유를 거부한 신사는 어디 갔나요? 😮

왕족이니 메이드가 목욕 수발을 들어줬다고 치면 되겠지만, 그렇다면 모유를 거부해서 신사라고 칭송받는 것과는 뭔가 괴리감이….


아무튼 그렇게 메이드들에게 폭 파묻혀 목욕을 하던 로이드는 한 메이드로부터 '금서의 마인 그리므와'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리므와는 먼 옛날 살룸국을 멸망의 위기에 몰아넣었던 마인인데요. 수많은 마술사들의 희생 끝에 책에 봉인된 마인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 봉인된 책이 왕궁 지하에 있다는 거죠.



꿀정보를 듣게 된 로이드는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지하 봉인서고로 내려갑니다.

로이드의 마술이 얼마나 센지 마술사 10명이 힘을 합쳐 만든 최강의 결계도 손쉽게 부서뜨려버려요. 거기서 로이드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마술 서적들을 보고 흥분해서 읽고 있는데….



봉인된 마인 그리므와가 나타납니다.

그리므와는 로이드에게 자신의 봉인을 풀어달라고 합니다. 풀어만 주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주겠다면서요.

하지만 왕자인 로이드는 필요한 게 딱히 없었기에 봉인을 다시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다급해진 마인은 아무 말이나 내뱉는데 그게 하필 고대마술을 알려주겠다는 거였어요.

헉! 😱

로이드는 그리므와의 꾐에 완전 넘어갑니다.





간악한 그리므와는 봉인이 풀리자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는데요.

아! 어떡하나요. 로이드에게는 타격이 1도 없고 오히려 반짝반짝 탐구의 눈빛을 빛내며 그리므와가 퍼붓는 공격마술을 해석하고 연구해요. 😂

그리므와는 마인의 특성을 살려 이중영창까지 시도하지만 로이드에게는 1도 안 먹혀요.

그리므와 완전 새됐네요. 🤣


위험을 깨달은 그리므와는 도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로이드가 쳐놓은 결계에 부딪쳐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데요.

그런 그를 향해….

.

.

.



공격마술 파악을 끝낸 로이드가 방어마술을 궁금해하며 그리므와에게 공격마술을 날려버립니다.

구석에 몰린 그리므와 불쌍해서 어떡하죠? 😅


과연 로이드와 그리므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7왕자라 왕이 되지는 못하더라도(로이드는 왕이 될 마음도 애당초 없음) 아빠가 왕이라 돈도 많고 마법은 10살인데 어마 무시하게 강하고 귀엽기까지.

로이드 완전 사기캐 아닌가요? 😳

전생에 서민이라 죽어가면서 억울했는데….

그래, 이생에선 로이드 하고 싶은 거 다 해~.😆


던전 공략도 하고 마술을 연구해서 그 어렵다는 부여마술도 하고….

로이드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거 전부 다 하는데요.

앞으로 로이드는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을까요?


1권의 마지막에서는 부여마술에 성공한 로이드가 자신이 강화한 무기가 실전에서 쓰이는 것이 보고 싶다고 형 알베르트 왕자에게 청해서 마수 사냥에 같이 갈 것을 예고하는데요.

2권에서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들 궁금하죠?

궁금하면 2권으로 go g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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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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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끊임없는 불행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켜 그림 속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생명의 의지를 이어나간 불꽃같은 화가 프리다 칼로.

내가 어렸을 때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미술 수업에도 거론되지 않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런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삶의 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프리다 칼로라는 재능 있는 화가가 불행했지만 정열적이었던 삶을 살았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그런 프리다 칼로에 대해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고 느꼈을 생각과 감정의 표현을 독자들이 직접 접하게 하여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이끄는 책이 바로 이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이다.

이 책은 1944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에 걸친 프리다 칼로의 일기로, 그녀의 근심과 고독, 정치적 신념, 작가로서의 자세, 디에고에 대한 사랑과 애증, 죽음에 관한 생각 등 그녀의 내면을 가감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일기는 매일 성실하게 쓴 것도 아니고 편지, 시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어떨 때는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서 마치 프리다 칼로의 작품집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일기를 보면서 그녀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의연하고도 초인적인 인내심, 그것을 승화시킨 그녀의 작품 세계, 그녀의 사랑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일기들은 위 사진처럼 종종 목적 없이 단어들이 부유하며 문장과 단락을 이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줄지어 있는 것 같은 이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림을 구성하는 은밀한 아이콘들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의 일기 속 그림은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나톤과 그의 왕비 네페르티티를 묘사한 그림으로 프리다는 일기에서 '네페리시스는 미와 풍요를 상징하는 창조신이자 현자'라고 말하고 있다. 일기에서 말하는 네페리시스는 프리다가 만들어낸 신이며 일기에 그려놓은 왕비는 프리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 속 그림에는 얼굴이 세 개가 겹쳐 있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 거기에 현재 자신의 얼굴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상단의 두 얼굴 중 앞을 보고 있는 얼굴이 고통과 사랑의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재 프리다 칼로의 얼굴로 두려움과 동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겹쳐진 얼굴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무엇이 닥치더라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아래는 다른 얼굴들에 비해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과거는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위 작품은 보기 드물게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여자의 사진을 일기장에 붙여놓고 얼굴에 낙서를 했다. 사진 밑의 단어나 문구에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칠해져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위 사진은 척추수술을 한 후 수술비와 치료비를 벌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벽화를 그리고 수채화까지 그리면서도 디에고를 생각하며 적은 일기다.

디에고의 외도에 배신감과 분노와 절망을 느꼈을 텐데 힘든 수술과 그것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서까지도 그에게 소비할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었다니 그녀의 사랑은 도대체 어떤 형태와 깊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녀는 매일을 죽음에 직면하여 사력을 다해 이겨냈고, 그것을 143개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작품 중 1/3에 해당하는 55점이 자화상인데,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관찰해 자화상으로 그리며 무엇을 느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고 급기야는 다리를 절단 받는 수술까지 받고 골수 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그녀지만 그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삶을 갈망했고 사랑을 갈구했다.


그녀의 일기에 실린 마지막 글을 보면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그녀가 병원을 퇴원하는 상황을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이 구절은 그녀의 죽음과 결부되어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인생이 고통스러웠기에 죽음을 바라 영원한 안식을 바랐을까 아니면 그저 최선을 다한 인생에 만족했을 뿐일까.

프리다 칼로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을 삶과 사랑은 그녀의 작품들로 아름답고도 숭고하게 승화되어 남았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진정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바랐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프리다 칼로를 사랑하고 그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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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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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화학'이라는 단어는 그 유용성보다는 '화학 첨가물', '화학 공업' 등에서 접하거나 '산업 폐수', '미세 플라스틱' 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화학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산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역사를 본다면 의외로 화학이 관여해 있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피라미드의 건축과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이용된 화학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노예들을 착취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다가도, 나일강이 범람하는 농한기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보수를 지급하며 건축을 하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피라미드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에 화학이 이용되었다니, 화학이란 단어에 석유 화학 공업에서 최첨단 공업 정도까지의 범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충분한 내용이다. 그러나 화학을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작은 현상들에서도 화학적인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예시로 피라미드 건축에 사용된 석재를 절단하기 위해 이용된 방법이 있는데, 이는 석재에 구멍을 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꽂은 다음 물을 적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은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화학 물질을 희석시키기 위해 나뭇가지 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침투압은 나뭇가지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바위조차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소석고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어서 석재를 연결했는데, 단순히 바르고 굳히면 단단한 접착제가 되는 시멘트에도 충분히 화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유리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만약 유리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아마 조선시대 한옥처럼 장지문을 만들지 않는 이상 동물원 우리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꽉 틀어막혀진 공간에서 빛은 기대하지도 못한 채 거주해야 했을 것이다. 하물며 간단한 전구조차 겉을 유리로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다.

'유리는 어떻게 투명한 것일까?'


단순히 성분 원소가 특수하다고 하기에는 유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이산화규소의 경우 수많은 돌멩이들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유리와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봤자 석영 정도의 투명도가 최선이다.

유리의 투명한 성질은 분자의 배열에 있는데,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분자들의 결합 사이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빛은 산란되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성을 띠게 된다. 보통은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서서히 냉각되어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고는 하는데, 유리의 경우 급속도로 냉각되어 입자들이 불규칙한 상태로 고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유리 상태라고 하며, 투명한 플라스틱 또한 유리 상태 물질의 한 예이다.



현대에 다루어지고 있는 화학의 상당 부분이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먼저 발명하고 다루었던 것이 있다.

바로 화약이 그것인데, 비록 도교의 연단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서양 또한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만들어낸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닌 것 같다.


화약, 그중에서도 특히 흑색화약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송나라 사람으로부터 제작법을 배운 것과 같은 종류인데, 불을 붙이면 원자의 재편성이 이루어져 기체가 발생하며 열과 함께 팽창하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판가스나 휘발유 등의 폭발에는 산소와의 반응이 필요하지만, 흑색화약은 이러한 산소와의 반응 없이도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화약은 화학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석유 관련 물품들을 제외하면 세계사에 가장 크고 심각한 변화를 준 것이며, 석유 관련 물품들을 포함하더라도 세계사에 남긴 상처를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비등비등할 것이다.


화약은 동양에서 만들어져 중국 지역의 국가들의 주력 무기로써 이용되다가 몽골 제국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콩고물처럼 유럽에 떨어진 기술인데,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각종 무기들을 개발하여 신대륙의 원주민 학살과 영토 확장의 주된 무기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화학은 유용한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가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에도 용이한 기술인 것 같아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전체에 걸쳐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은 '화학=포스트 산업혁명'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무의식중에 띄우며 그 이전에는 화학이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궁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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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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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야마오 가문의 양조장을 개축하는 날에서 시작된다.

평생을 간장 만드는 일에 헌신하였을 듯한 노부부 긴카와 남편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낡은 양조장을 헐고 새 양조장으로 짓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한 날 오후, 양조장 바닥에서 어린아이의 뼈가 든 나무 상자가 발견되면서 공사는 중단되었고, 긴카는 헤진 격자무늬 기모노를 입은 그 어린 뼈를 보면서 양조장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 좌부동자를 떠올린다.

'이제야 너를 만났구나.'


과거 1968년, 여름방학을 보내던 초등학교 4학년 긴카는 완구점 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사생 여행을 간 아빠를 대신해 급히 완구점으로 갔다. 거기에는 여느 때처럼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도둑질을 한 엄마 미노리가 잡혀 있었다. 어린 긴카는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엄마가 훔친 물건의 값을 치르고는 엄마를 데리고 완구점을 나왔다.

엄마 미노리는 반성할 줄은 모르고 그저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손이 저절로 움직였을 뿐이라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지만 손버릇이 나빴다. 그런데 아빠 나오타카는 그런 엄마를 탓하지는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며 그저 감싸주며 소중히 여기기만 했다. 긴카는 이를 잘 알기에 아빠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그 상황을 책임지려했다.


사생 여행에서 다녀온 아빠는 자신의 아빠, 즉 긴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자신이 가업을 이어야 한다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집안의 가업 '스즈메간장'을 이으러 아빠의 고향으로 간 긴카는 낯선 집안 환경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엄마 미노리의 고질적인 손버릇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엄마는 간장 양조장의 유일한 일꾼 오하라 도지의 낡은 모자를 훔치는가 하면 긴카 친구의 열쇠고리를 훔쳐 긴카가 학교 친구들로부터 고립되게 했다. 오하라 씨의 의심은 참고 넘길 수 있었지만 친구들의 의심과 비난을 견딜 수 없었던 긴카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엄마가 열쇠고리를 훔쳤음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나, 친구들은 예쁘고 이상적인 엄마로 비친 미노리가 아이들의 열쇠고리를 훔칠 이유가 없다며 긴카를 도둑에다가 거짓말쟁이로 여기며 절교를 선언했다.


엄마의 도둑질이나 학교에서의 왕따를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혼자서 감내하던 긴카에게 스즈메간장의 수호신인 좌부동자를 향한 기도는 유일한 안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를 보기 위해 양조장에 간 긴카는 우연히 구석에서 튀어나와 나무통 사이로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그림자를 보았고, 그것이 야마오 가문의 당주의 눈에만 보인다는 좌부동자인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열렬한 기도를 듣고 수호신이 나타나 준 것이라고 생각한 긴카는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어른들은 당혹감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긴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긴카의 고모 사쿠라코는 긴카가 나오타카의 친딸이 아님을 밝히며 긴카는 절대 좌부동자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소설은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 같은 주인공 긴카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그녀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의 모습과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다.

고난과 역경에 부딪치며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것을 홀로 용감하게 혹은 주변 사람들과 힘을 합쳐 헤쳐 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한층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강인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저 막연히 가족을 위한 무조건적인 사랑, 희생,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말을 이해한다고 착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착각과 오만함을 깊이 반성하게 했다.

이 소설은 야마오 가문을 중심으로 혈연이 아닌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진정한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때로는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가족이 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가족의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편협한 기준을 버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면서 큰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진정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이야기 『대나무 숲 양조장집』 덕분에 진정 따뜻하고 가슴 훈훈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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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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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학대는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상흔 같은 것들을 통해 증명할 수 있고, 피해자들 또한 자신이 당하고 있는 것이 학대라는 명확한 이해와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서적 학대의 경우에는 피해자 자체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가해자의 지속된 학대를 통해 가해자에게 정신적인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들에게, 또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거나 아예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는 자신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과적으로는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것도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야만, 또 이를 인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든 사람들 중에는 이미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학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펼친 사람들 중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서론도 좋지만 1부의 2장으로 넘어가 간단하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에는 독자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 등의 테스트와도 같은 형식을 제공한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마친 독자들에게, 책은 정서적 학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보여줌으로써 피해자들이 어떠한 것들에 당해온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차근차근 독자들이 정서적 학대에 이용되는 '수치심 감옥'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 또 이를 탈출해서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났을 때, 독자가 떠날지 아니면 남을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른 조언들을 제시한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정서적 학대의 도구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인신공격, 정서적 협박, 가스라이팅, 고립 조장, 수동적 공격행동, 침묵시위, 자원·애정 등의 제공 거부 등 다양하면서도 사람들이 각종 대중매체의 소재로서도 자주 접하는 것들 상당수가 존재한다. 보통 정서적 학대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저 폭언, 욕설 등 누가 보더라도 직접적으로 학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들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유형의 정서적 학대들은 사람들이 쉽게 연관 짓지 못할 정서적 학대들에 대해서도 확실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가해자를 떠나는 것과 가해자 곁에 남아서 관계를 개선해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다.

가해자와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더 이상 가망이 없을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첫째, 정서적 학대가 나, 그리고 나의 자녀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가?

둘째, 파트너의 정서적 학대가 의도적이었는가 비의도적이었는가?

셋째, 파트너에게 성격장애가 있는가?


위와 같은 고려사항 외에도 비록 선택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수많은 상담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에 가까운 통찰이 담긴 판단 기준들을 제시하며,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을 받고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서적인 학대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만큼, 그 상처를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해 곪고 덧나게 방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악화되기 전에 미리 상처를 파악하고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타인으로 인해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확실한 길잡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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