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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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야마오 가문의 양조장을 개축하는 날에서 시작된다.

평생을 간장 만드는 일에 헌신하였을 듯한 노부부 긴카와 남편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낡은 양조장을 헐고 새 양조장으로 짓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한 날 오후, 양조장 바닥에서 어린아이의 뼈가 든 나무 상자가 발견되면서 공사는 중단되었고, 긴카는 헤진 격자무늬 기모노를 입은 그 어린 뼈를 보면서 양조장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 좌부동자를 떠올린다.

'이제야 너를 만났구나.'


과거 1968년, 여름방학을 보내던 초등학교 4학년 긴카는 완구점 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사생 여행을 간 아빠를 대신해 급히 완구점으로 갔다. 거기에는 여느 때처럼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도둑질을 한 엄마 미노리가 잡혀 있었다. 어린 긴카는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엄마가 훔친 물건의 값을 치르고는 엄마를 데리고 완구점을 나왔다.

엄마 미노리는 반성할 줄은 모르고 그저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손이 저절로 움직였을 뿐이라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지만 손버릇이 나빴다. 그런데 아빠 나오타카는 그런 엄마를 탓하지는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며 그저 감싸주며 소중히 여기기만 했다. 긴카는 이를 잘 알기에 아빠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그 상황을 책임지려했다.


사생 여행에서 다녀온 아빠는 자신의 아빠, 즉 긴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자신이 가업을 이어야 한다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집안의 가업 '스즈메간장'을 이으러 아빠의 고향으로 간 긴카는 낯선 집안 환경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엄마 미노리의 고질적인 손버릇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엄마는 간장 양조장의 유일한 일꾼 오하라 도지의 낡은 모자를 훔치는가 하면 긴카 친구의 열쇠고리를 훔쳐 긴카가 학교 친구들로부터 고립되게 했다. 오하라 씨의 의심은 참고 넘길 수 있었지만 친구들의 의심과 비난을 견딜 수 없었던 긴카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엄마가 열쇠고리를 훔쳤음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나, 친구들은 예쁘고 이상적인 엄마로 비친 미노리가 아이들의 열쇠고리를 훔칠 이유가 없다며 긴카를 도둑에다가 거짓말쟁이로 여기며 절교를 선언했다.


엄마의 도둑질이나 학교에서의 왕따를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혼자서 감내하던 긴카에게 스즈메간장의 수호신인 좌부동자를 향한 기도는 유일한 안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를 보기 위해 양조장에 간 긴카는 우연히 구석에서 튀어나와 나무통 사이로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그림자를 보았고, 그것이 야마오 가문의 당주의 눈에만 보인다는 좌부동자인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열렬한 기도를 듣고 수호신이 나타나 준 것이라고 생각한 긴카는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어른들은 당혹감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긴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긴카의 고모 사쿠라코는 긴카가 나오타카의 친딸이 아님을 밝히며 긴카는 절대 좌부동자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소설은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 같은 주인공 긴카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그녀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의 모습과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다.

고난과 역경에 부딪치며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것을 홀로 용감하게 혹은 주변 사람들과 힘을 합쳐 헤쳐 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한층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강인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저 막연히 가족을 위한 무조건적인 사랑, 희생,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말을 이해한다고 착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착각과 오만함을 깊이 반성하게 했다.

이 소설은 야마오 가문을 중심으로 혈연이 아닌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진정한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때로는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가족이 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가족의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편협한 기준을 버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면서 큰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진정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이야기 『대나무 숲 양조장집』 덕분에 진정 따뜻하고 가슴 훈훈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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