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과 철 1
카타야마 아야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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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격의 거인』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가 추천한 신작 만화 『균과 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표지만 보고는 긴가민가 했어요.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완전 반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 유명 작가가 추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



때는 미래, 인류가 이끄는 세상이 멸망하고 '아미가사'의 압도적 힘에 의해 통솔되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인간들은 뇌에 '아미가사 버섯'이 심어져 그것의 지배를 받으며 에어리어라는 폐쇄된 구역 안에 격리된 채 완전한 관리, 아니 사육을 당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 하나 아미가사의 명령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으며, 아미가사에 의해 모든 행동 심지어 감정조차 철저하게 조종당했어요.

하지만 주인공 단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왜 에어리어 안에서만 살아야 되는지, 왜 명령만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분노를 표출해야 되는지 항상 의문을 품었어요. 단테도 실상 머릿속에 1cm 정도의 뇌균사가 들어있었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인지 뇌균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또한 이 세계에서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하자가 있어 쓰임새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바로 처형을 당했는데, 단테의 남다른 행동들은 뛰어난 신체 능력과 실독증이 정상참작(?) 요소가 되어 '엄벌'에 처해지기만 할 뿐 처형은 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단테는 '극비 임무' 요원으로 선정되어 다른 아미가사 병사들과 함께 에어리어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그 극비 임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집단 '에테르' 일파의 격멸 작전이었어요.


난생처음 접한 에어리어 바깥 풍경은 단테에겐 생소하고도 신기한 것 투성이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부여받은 임무대로 에테르 일파를 포위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마주한 에테르 일파는 자신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아니 오히려 더 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이었어요.


에테르 일파를 포위한 아미가사의 병사들은 공격은 하지 않고 아미가사의 뜻대로 이뤄지기를 기다리며 그저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정도였어요.

잠시 후 뜬금없이 벼랑이 무너지며 굴러떨어진 바위에 에테르 일파는 모두 동시에 머리가 짓뭉개져 죽고 맙니다. 그것은 마치 위대한 자연이 공격한 것처럼 보였어요.

거기다가 철수하려는 아미가사의 병사들이 딛고 서 있던 땅이 갑자기 갈라지며 모두가 땅속으로 떨어져 전멸하고 맙니다. 아미가사에게 그들은 일회성 도구였던 거지요.



하지만 단테는 뛰어난 신체 능력을 이용해 무너진 절벽을 딛고 무사히 땅 위로 올라옵니다. 그런 단테 앞에 에테르가 나타났는데, 그 에테르는 단테가 교육시간의 배움을 통해서만 의미를 알았던 '여성'이란 존재였어요.

자신을 아오이라고 소개한 에테르는 단테를 본능적으로 설레게 했어요. 두 사람은 갑자기 내린 비가 잦아들 때까지 동굴에서 비를 피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점차 서로 가까워집니다.

비가 잦아들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둘은 살아서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아미가사가 정해놓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생환한 단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치실에서의 고문이었습니다. 죽을 예정이었던 그가 왜 살아 돌아왔으며 무엇을 봤는지 고문으로 알아내려는 것이었지요.


모진 고문을 가한 뒤 단테를 죽이려는 총독에게 누군가 단테의 신체 능력표를 가져다줬고, 그것을 본 총독은 단테의 능력을 아깝게 여겨 단테의 머릿속 뇌균사 강도를 높여 우수한 아미가사 병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특대 사이즈 아미가사 버섯균을 단테 머릿속에 집어넣고는 단테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해서 진실을 이끌어내려고 하는데요….



1권을 다 읽었지만 전 아직 아미가사의 실체가 뭔지 애매해요.

세계 정부를 아미가사라고 부르기에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어떤 등장인물들은 버섯균을 아미가사라고 부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버섯균이 아미가사라면 자연을 움직이고 인류 멸망 계획을 짜온 게 버섯균이라는 말인데… 그럼 버섯균이 두뇌와 신의 힘을 가졌다는 말인가요?

하긴 인간의 뇌에 기생하면서 인간을 조종한다는 것 자체가 사고를 가졌다는 말일 텐데…. 🤔

아무튼 자연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모든 것을 계획하며 모든 인과율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뭐가 되었든 섬뜩하네요. 😰

아미가사, 넌 누구냐!


이렇게 책 제목의 '균'은 언급했지만 '철'은 아직 언급을 안 했는데요.

책을 보면 철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나와요. 위 사진의 일러스트 카드의 단테의 양쪽 주먹에도 힌트가 있어요.


그런데 이 만화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거 있죠.

SF 만화 보면서 웬 눈물이냐구요? 쪼~오기 일러스트 카드에도 나와있는 검은 비니를 쓴 '긴'이라는 인물 때문인데요. 😭

보면서 작가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럴 거면 긴을 왜 이리 잘생기고 멋있게 그리신 거냐고.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책을 보시면 공감하실 거예요.


이 책은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어 중학생 남자아이들에게 보여 줬어요. 세 명에게 보여줬는데 그 아이들에게도 취향 저격이었는지 2권을 찾으며 열광하더군요.

미안하다. 2권은 아직 없다. 😅


이제 제대로 각성을 하게 된 단테의 활약이 기대되는데요.

과연 아미가사를 상대로 인간은 자유를 쟁취할 수 있을까요?

2권 빨리 주세요~.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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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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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마술사 제니 마턴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정기 시장에 무대를 만들어 거리에 다니는 행인들을 상대로 마술 공연을 펼친 뒤 그들에게서 관람비를 받아 어머니와의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 그녀와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남자도 있었지만 제니는 그에게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해 그의 구애와 그의 모친의 협박에도 꿋꿋하게 청혼을 거절했다. 제니로서는 그런 남자와 가정을 이루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마술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에 찾아와 자신을 R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40달러를 줄 테니 대규모 마술 공연에 함께 가 마술사의 비법을 알아내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 마술 공연은 다름 아닌 당시 뉴욕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던 마술사 마하트마의 공연이었고, 그는 인도 여신 크리슈나의 세계에 다녀온다는 내용을 공연의 테마로 삼고 있었다. 공연을 본 제니는 마하트마가 펼친 마술의 속임수를 간파해 R에게 말했고, 이에 R는 크게 만족하여 자신의 본명이 로버트 핑커턴임을 밝히고는 제니를 자신이 운영하는 <핑커턴 사설탐정 회사>에 고용한다.


로버트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심령주의, 그중에서도 40여 년 동안 유령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돈을 벌어들인 폭스 자매의 속임수를 간파하여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임무에 제니를 투입한다. 그 임무를 위해 제니는 헤이즐 바월이라는 과부로 위장하였고, 바다에 빠져 죽은 그녀의 가상 남편 헨리의 유령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폭스 자매가 여는 교령회에 참석한다.

제니의 정확한 임무는 교령회에서 영매 마거릿 폭스가 영혼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는 '딱딱' 소리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눈여겨봐도 '딱딱'소리의 진실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교령회 말미에 관객 중에서 뽑힌 '딱딱'소리 진실 판정단 중의 한 명이 마거릿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려 했고 이를 본 제니가 그를 퇴치하며 마거릿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마거릿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을 계기로 개별 교령 상담에 초대받은 제니는 개별 상담실에서 마거릿과 둘이서만 가상의 남편 헨리의 유령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떠한 '딱'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거릿은 뜬금없이 한 군인이 제니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헨리의 외모를 시민전쟁에 참여한 북군의 복장을 한 남성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상 헨리는 무역업에 종사하던 남자로 대서양에서 실종된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그 남자는 헨리가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북군으로 징집되었다가 전사한 사실을 아는 제니는 폭스 자매의 진실에 대해 처음과는 다른 의혹을 가지게 되는데….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 조나탕 베르베르의 첫 소설로 실존했던 인물 폭스 자매와 그 실체를 고발하는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소설 속에서 그들을 조사했던 핑커턴 탐정회사 역시 실존 회사이며 탐정회사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스웨덴의 <시큐리타스 AB> 보안회사에 인수되어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비슷한 유쾌한 문장력과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또한 챕터가 시작할 때 제니의 아버지가 남긴 『마술의 길』이나 로버트가 준 『핑커턴 지침서』의 일부 내용이 나오고 난 뒤 소설의 내용이 나오는 점은 각 챕터 사이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일부 내용을 보여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행성』과 형식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지의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들에게서 풍기는 섬뜩한 분위기와 심령이라는 주제, 그리고 약간 무거운 느낌의 제목 때문에 꽤 심각하고 오컬트적 요소가 강한 소설이라 짐작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추리, 첩보 소설에 가까웠고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독립적이고 개성 넘치며 자기주장이 강함과 동시에 능력 있는 주인공 제니의 활약을 보여주며 다소 유쾌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또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지만 무언가 엉성하여 들키는 상황들과 그것을 헤쳐 나가는 제니의 모습들이 은근히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제니를 포함한 모두가 줄곧 알기를 원하는, 아니 독자들 또한 궁금해하는 '딱딱'소리의 진실이 끝부분에 가서 밝혀질 때에는 정말 짐작조차 못했기에 허무하게까지 느껴져 허탈감마저 들었다.

소설에서 결국 폭스 자매의 진실이 밝혀지지만 정작 대중들은 그들이 진실이라 여겨왔던 것을 부정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그토록 맹종을 보이던 대상에게조차 분노를 쏟아내는 세뇌당한 집단 광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으니 과연 폭스 자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졌지만 실제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도저히 신예 작가의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촘촘하게 잘 짜여진 플롯을 통해 당시 온 세상을 둘러싸고 있던 심령주의라는 거대한 시류에 맞서는 제니의 모험과 활약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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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3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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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은 <한경 arte>의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지만 나에게는 이 시리즈의 책 중 첫 번째로 접하는 책이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역사적 장면을 그린 명화들을 역사와 결부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책이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그런 명화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명화들은 한스 홀바인이나 폴 들라로슈, 대니얼 메이턴스, 반 다이크 등의 위대한 화가들이 그린 왕의 초상화를 위주로 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십거리처럼 흥미 위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따라 영국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역사적 사건 위주의 이야기였다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흘러갔을 이야기가 역대 왕들의 숨겨진 치정이나 치부, 그들을 둘러싼 음모 등을 위주로 가감 없이 이야기되어 흔히들 재미있어하는 막장 드라마가 귀여운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영국 역사가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되고 있다.


이 책은 장미 전쟁을 끝으로 대가 끊긴 요크 왕조 이후에 영국 왕실을 새롭게 이어나간 튜더 왕조, 스튜어트 왕조, 하노버 왕조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노버에서 개명한 작센코부르크고타 왕조를 거쳐 지금의 윈저 왕조에 이르기까지의 왕가의 민낯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튜더 왕조는 117년 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 재위를 이어나갔지만 후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헨리 8세, 앤 불린, 제인 그레이, 엘리자베스 1세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헨리 7세가 튜더 왕조의 문을 열고 아들 헨리 8세를 거쳐 그의 아들, 딸인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가 순서대로 왕위를 차지한 후 튜더 왕조는 문을 닫는다.


헨리 8세는 여섯 차례 결혼했으며 왕비였던 이를 둘이나 처형시킨 왕이었다. 처형된 왕비는 두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과 다섯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의 사촌 캐서린 하워드였다.

앤 불린은 아들에 집착하는 헨리 8세에게 아들을 낳아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첫 번째 왕비 아라곤의 캐서린을 쫓아내고 왕비에 올랐지만 결국 훗날 엘리자베스 1세가 되는 여아만 낳았던지라 헨리 8세의 분노와 증오를 받게 된다. 그리하여 헨리 8세는 앤과 그녀의 친족에게 간통죄와 근친상간 죄를 뒤집어씌워 교수형에 처한다.

그런데 이때 유럽을 지배하던 합스부르크가에서는 삼촌과 조카, 사촌끼리의 근친혼이 흔했을 뿐만 아니라 후일 스튜어트 왕조에서도 사촌 남매간의 혼인이 있었는데 그것이 죄목이 되었다니….

하지만 캐서린 하워드의 경우는 진짜로 바람을 피워 목이 잘린다.

결국 헨리 8세는 세 번째 왕비였던 제인 시모어에게서 얻은 에드워드 6세 외에는 아들이 없었고, 에드워드 6세는 선천성 매독으로 몸이 약해 일찍 죽고 만다. 이 에드워드 6세가 『왕자와 거지』의 모델이 된 왕이다.



미혼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마지막으로 튜더 왕조는 끝나고, 엘리자베스 1세의 유언대로 그녀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의 외아들인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6세가 다음 영국 왕인 제임스 1세가 된다. 그러나 그의 아들 찰스 1세 때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 찰스 1세는 전제, 국가 배신 등의 죄로 처형당하고 영국은 왕정을 포기하고 공화정을 선택한다.


하지만 약 10년간의 청교도의 지배하에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꼈고, 이에 영국 의회는 1660년 왕정복고를 선언한다. 이렇게 해서 찰스 1세의 아들 찰스 2세가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찰스 2세는 '유쾌한 왕'이라고 불리며 국민들에게 인기가 꽤 높았는데, 죽기 전에 국교회가 아닌 가톨릭 신부의 병자성사를 받음으로써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것이 들통나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는 25년간의 통치 기간 중 애첩을 통해 50명에 가까운 자식을 낳았으나 정비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관계로 정비가 낳은 아이에게만 왕위 계승권이 주어지는 전통에 따라 찰스 2세의 남동생 제임스 2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위 첫 번째 사진의 왼쪽에서 두 번째 소녀 복장을 하고 있는 아이가 제임스 2세이다)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왕은 앤 여왕이다. 앤 여왕은 튜더 왕조의 엘리자베스 1세와는 달리 결혼은 하였으나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스튜어트 왕조는 단절되고 만다.



앤 여왕이 후사가 없이 죽자 스튜어트 왕조를 열었던 제임스 1세의 딸이자 찰스 1세의 누나인 엘리자베스 왕녀가 낳은 딸 조피 왕녀가 유일한 계승자가 됐지만 그녀는 앤 여왕보다 두 달 앞서 팔순의 나이로 병사한다.

이에 조피의 세 아들 중 장남인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크가 영국의 왕 조지 1세로 등극하게 되면서 독일계 하노버 왕조가 열린다.


빅토리아 여왕은 하노버 왕조에서 64년이라는 가장 긴 재위 기간을 지낸다. 그녀는 자신과 사촌지간인 작센코부르크고타 공가의 앨버트와 결혼하며 실크 새틴으로 만든 하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때부터 신부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는 진심으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충실했는데, 그들은 결혼 기간 중 9자녀를 둘 만큼 사이가 좋았다.

이렇게 여러 자녀를 둔 빅토리아는 후에 딸들을 유럽 전역의 왕가에 왕비로 시집보냈을 뿐만 아니라 왕가에서 아들의 신부를 데려왔기에 유럽 왕가에 그녀의 손자가 40명, 증손자가 37명이 되는 등 '유럽의 할머니'로 등극하게 된다. 처음으로 할머니가 되었을 때가 빅토리아가 서른아홉 살이 되었을 때라고 한다.


그녀의 남편 앨버트 공은 평생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장남 에드워드의 불량 행동으로 불만을 토로한 케임브리지 대학에 갔다 온 후 세상을 떠난다. 이에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심한 충격을 받았고, 남편의 죽음을 방탕한 아들 에드워드 탓으로 돌리며 심하게 몰아세워 모자 관계는 불화가 끊이지 않고 극을 향해 치닫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빅토리아 여왕 장례식에서 에드워드 7세는 '건배'를 외치며 웃었다고 하니 어머니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앙금이 깊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왕조명도 아버지 앨버트의 고향 이름을 따서 작센코브르크고타로 바꾼다.


에드워드 7세는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왕비 알렉산드라만 제외하고 다른 여인들을 사랑했으며, 그가 가장 사랑했던 마지막 공식 정부 앨리스 케펠의 증손이 현 찰스 3세의 애인이었다가 재혼 상대가 된 커밀라 볼스라고 한다.



왕들의 개인사에 맞춰 영국 역사를 이야기하니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와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구열과 지식 추구 욕구가 활활 불타오른다고나 할까 아니면 고상하고 고귀하게만 보였던 왕족의 민낯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세계사를 처음 접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고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 하고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왕조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음 왕조 편이 나오기 전까지 이전에 출간되었던 왕조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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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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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저 한없이 시시하게만 느껴지고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고등학생 스즈키 카야는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내면에 몰두하며 가만히 시간을 죽이는 데에만 몰두했다. 카야는 방과 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고, 그 결과 지금은 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산 쪽으로 달리기하는 것을 루틴으로 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뛰어 올라가면 이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녹슨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 옆에 있는 대기실이 바로 카야의 달리기 골인 지점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대기실에서 카야는 땀이 식을 때까지 자신만의 몽상에 빠져 감정을 정돈한 다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열여섯 살 생일 전날 오후에도 카야는 변함없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스정류장까지 달렸고, 거기서 평소처럼 어떤 특별한 무언가가 자신을 데리러 와 줄지도 모른다는 몽상에 빠졌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편하게 마음을 쉬게 해서인지 대기실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고, 눈을 떴을 때에는 12시가 넘어 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대기실의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암흑 속에서 믿기 힘든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며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냉정하게 자신을 다잡고는 대기실 안을 찬찬히 돌아다보았으나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공중에 떠있는 연한 녹색으로 빛나는 작은 물체 이외에는.

카야는 그것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결과 상대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야에게 보이는 빛나는 연한 녹색은 상대의 눈과 손발톱이었다.


그렇게 신체 일부만 눈에 보이는 미지의 여성과 조우하게 된 카야는 그날 이후 대기실에서 그녀와 계속된 만남을 가졌고, 대화를 통해 그녀가 카야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와 대화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으나 중간중간 귀를 긁는 듯한 노이즈로 방해되는 단어들이 있었고, 그녀의 이름 또한 노이즈로 들리지 않자 카야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녀에게 치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카야와 치카는 차원과 공간을 뛰어넘는 아슬아슬한 만남을 이어갔고, 카야는 치카와의 만남을 통해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이 치카와 만나는 목적과 시간의 의미, 그것을 넘어 카야의 세계와 치카의 세계 사이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어떤 관계의 법칙을 발견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무미한 날들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그런데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면서 카야는 치카에 대해 어떤 것으로도 누르지 못할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감추려 하는데….



스미노 요루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은 다들 들어보거나 봤을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작가인 스미노 요루의 작품으로 센시티브한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루며, 작가 특유의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묘사와 스토리 전개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열여섯 살 소년 카야와 다른 세계의 소녀 치카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랑을 배워가고 사랑을 하는 모습은 순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수줍고도 어설펐던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홀연히 떠나간다. 그렇기에 더 간절하고 맹목적으로 바라게 되는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소설은 그렇게 아름다웠던 사랑의 추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카야의 모습과 그의 내면의 성장을 보여주며 그런 아름다운 기억과 소중한 감정들이 쌓여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고 아름다워지니 지나간 순간에 집착하거나 그것을 잊는 것을 두려워하여 주저하지 말고 용기 있게 인생을 나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카야의 무심한듯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방황과 성장, 사랑을 같이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휴식처로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로맨스와 약간의 미스터리한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된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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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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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을 맞아 출판사 <웅진주니어>에서 『메멧』이라는 그래픽 노블로 어린이와 어른들의 감수성에 노크하고 있습니다.

『메멧』은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 코믹 부문 대상작'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잘 표현하기는 어렵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작품입니다.


책은 일반 소설책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에 두께도 두껍지 않아 읽기가 쉬웠어요. 또한 읽으면서 그림 하나하나의 섬세한 표현과 한 컷에서 다음 컷을 넘어갈 때 두 그림 사이의 축약된 감정과 의미를 놓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리며 받아들이다 보니 다른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도 내면에서 형상화를 이루는 감정이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 풍부해진 감정은 제 마음속 제일 깊숙한 곳에 고이 접어 놓아두었던 저의 어릴 적 추억의 페이지의 끄트머리를 잡아 끄집어내어 주체할 수 없는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이야기는 한밤중 이제 막 도착한 듯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시작하는 루시와 루시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루시에게 손전등이 유일한 빛인 캄캄한 어둠 속 세상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하고 궁금한 세상입니다.



날이 밝고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로망의 캠핑카가 보여요. 로망의 가족은 이 캠핑장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캠핑카 주변으로 울타리가 쳐진 것이 보입니다.

로망은 아침에 눈을 뜬 후 엄마의 귀가를 챙긴 뒤 엄마를 위해 꽃을 뜯어 야외 테이블을 장식하고는 캠핑카를 나섭니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로망은 모든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이 익숙해 보이네요.



그렇게 로망이 어디론가 가는 길목에 루시의 텐트가 있어요.

텐트 안에서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듯했던 루시는 바깥의 인기척에 내다보고는 텐트를 지나쳐 멀어져 가는 로망을 발견합니다. 그를 보고 루시도 밖으로 나가요. 그런 루시에게 엄마는 식당 메뉴를 보고 와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루시는 엄마의 부탁으로 간 식당에서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했고 그 안에 든 많은 인형 중 강아지 인형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맙니다. 아침 식사 후 루시는 엄마에게 동전을 받아 강아지 인형을 뽑기 위해 인형 뽑기에 도전합니다.

과연 뽑을 수 있을까요?



한편 로망은 캠핑장에 있는 또 다른 또래 친구 에비와 어울려 노는데요. 그 친구는 캠코더를 가지고 와 로망과 영상을 찍으면서 함께 놀아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찍으며 캠핑장 주변을 종횡무진 다니며 놀다가 급기야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극을 찍으려고 해요.



로망은 페트병으로 만든 강아지 '메멧'과 놀고 있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자신과 같이 영상을 찍을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루시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메멧'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루시가 만든 페트병 인형을 빼앗기 위해서일까요.

로망은 거절하고 도망가는 루시의 뒤를 쫓아가 루시의 머리를 낚아채는데요.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루시의 머리가 벗겨집니다. 가발이었던 거죠.

로망은 그대로 루시의 가발을 들고 도망가 버립니다.

루시는 왜 가발을 쓰고 있을까요? 루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그렇게 빼앗은 가발을 가지고 에비와 옥신각신하다 로망은 에비의 캠코더를 떨어뜨려 버리고, 에비는 그대로 자신의 캠핑카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뭐,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전부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된 거예요.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는데 로망은 여전히 혼자네요.

로망과는 대조적으로 루시는 엄마의 따스한 품에서 하루를 마칩니다.

캠핑장의 모두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 시간….


그들에게 또 어떤 내일이 펼쳐질까요?



그림이 러프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연필화여서 친근감을 주는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저는 읽는 내내 로망을 보면서 마음이 애잔했어요. 사랑과 관심이 고파 보여서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릴 적 로망같은 친구 한 명쯤은 있지 않았나요? 조금 꼬질꼬질하고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치고 괜스레 센척해 보이다가 선생님한테 단골로 혼나는 아이. 어릴 때는 그런 아이들을 피해 다니고 저한테 장난을 심하게 치면 울면서 선생님한테 이르기만 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 아이만의 신호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저나 그 아이나 정말 많이 어리고 서툴렀던 것 같아요.

로망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누구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그렇게 잠시 잠깐이라도 스쳐 지나간 인연이 쌓여 계절을 이루고, 계절이 쌓여 아이는 성숙해져 갑니다.

누구나 그렇게 미숙한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밑거름으로 조금씩 성장해 어른이 되는 거겠죠.


지나간 인연에 슬퍼 눈물도 흘리지만 그 눈물을 딛고 다시 내일을 향하죠.

자신의 '메멧'과 함께.


이 책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겠지만 경험과 추억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온 성장의 계절이라는 차원이 다른 감동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에게 읽기를 더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과 함께 여러분 기억 속의 '메멧'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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