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 학원! 1
호카미 나츠키 지음, 고토게 코요하루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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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고토게 코요하루의 『귀멸의 칼날』을 보셨나요?

안 보면 아예 안 봤지 1권만 보고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만화라고들 하잖아요. 총 23권의 적당한 길이의 만화니까 혹시 안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세요.

그렇게 완결 난 『귀멸의 칼날』을 향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까요. 작가 호카미 나츠키가 『귀멸의 칼날』 단행본의 막간 코너로 익숙한 『중·고등 통합교!! 귀멸 학원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핀오프 작품 『귀멸 학원!』을 내놓았어요.

아! 『귀멸의 칼날』과 『귀멸 학원!』은 작가님이 다르답니다.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귀멸의 칼날』에서 보았던 친숙한 인물들이에요. 시대와 처해진 상황은 원작과 다르지만, 전부 원작에서 나오는 성격이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귀멸 학원!』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어요.


오늘도 초·중·고등 과정 통합 사립 학교인 귀멸 학원은 예사롭지 않은 하루의 문을 여는데요. 시작부터 시끌벅적하고 요란합니다.



고등부 1학년 젠이츠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하고 맙니다. 빨리 수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엄격한 생활지도 담당 토미오카 선생님이 교문을 지키고 있어 어떻게 학교로 들어갈지 고민에 빠지는데요. 때마침 그날따라 지각한 탄지로와 만납니다.

갑자기 피어나는 동지애. 😄


그런데 최강 미남 토미오카 기유가 아래 위로 츄리닝을 입고 있으니 왠지 홍두깨 선생 같은 느낌적인 느낌. 😂


아무튼 동지를 만나 기쁜 것도 잠시, 알고 보니 탄지로는 전철 내 변태를 잡고는 역무원으로부터 사유서를 받아 지각을 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여차저차 젠이츠가 탄지로의 선행에 꼽사리 끼어서 넘어가는가 싶었어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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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은 넘어가고 젠이츠의 노란 머리와 탄지로의 피어스를 문제 삼는 토미오카 선생님.

그때부터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




용케 토미오카 선생님의 추격을 피해 1교시 수업이 있는 교실로 갔지만 불행하게도 1교시 수업은 성격 나쁘기로 악명 높은 이구로 선생님.

여우를 피했나 했더니 호랑이를 만났군요. 😂


아무튼 이번에도 탄지로가 받아온 역무원 아저씨의 지각 사유서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교문에서 토미오카 선생님께 보여드리고는 미처 받을 새도 없이 그대로 도망쳐 왔지 뭐에요.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교실 앞에서 젠이츠와 탄지로, 도중에 만난 이노스케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들어갈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교실 앞까지 쫓아온 토미오카 선생님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됩니다. 😂

하지만 이노스케의 희생(?)으로 운 좋게 토미오카 선생님으로부터 지각 사유서를 다시 빼내 오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빼내 온 종이가 지각 사유서가 아니더라는…. 😅


교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토미오카 선생님은 압박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젠이츠와 탄지로는 선녀같이 마음씨가 따뜻한 코쵸우 선생님을 만나 위기를 모면합니다. 결국 토미오카 선생님은 코쵸우 선생님에게 탄지로의 지각 사유서를 건네며 추격을 포기합니다.

그렇게 수업에 들어가게 된 젠이츠와 탄지로는 이구로 선생님에게 역무원이 써준 지각 사유서를 건네며 용서를 받습니다.



하지만 담임인 히메지마 선생님이 역무원이 학교로 직접 연락을 해와 탄지로의 선행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한 것에 대해 토미오카 선생님에게 말을 하자 토미오카 선생님은 젠이츠가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눈치를 채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죽고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귀멸의 칼날』과는 달리 『귀멸 학원!』은 귀여운 작화의 시종일관 통통 튀는 등장인물들과 학교를 배경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코믹하게 보여주며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와 웃음을 유발하고 있답니다.

고등부 1학년들인데 마치 유치부 1년차 같은 느낌. 😆


그런데 『귀멸의 칼날』에서는 서브 남주였던 젠이츠가 『귀멸 학원!』에서는 남주가 같아요. 분명 표지는 탄지로와 네즈코인데 만화 에피소드의 대부분을 젠이츠가 이끌고 있어요.

아무래도 원작에서 개그 담당이었던 만큼 『귀멸 학원!』의 남주로 더 적합했을 듯해요. 여기서 완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귀멸 학원!』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디로 나아가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에피소드들은 전부 웃기고 재미있지만 특히 미술실에서 젠이츠가 그림을 그리는 에피소드는 압권이에요. 『귀멸의 칼날』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개그 만화인 것 같아요.


웃기고 재미있고 귀여운 만화를 찾는 분들께 추천해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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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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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이네요.

나는 지금 볼리비아의 우유니라는 도시에 있어요.

이틀만 있으면, 누구나 장아찌 같은 기분이 드는 소금투성이인 이 호텔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이 소금호텔에 반 년 체류하며 수채화를 그리고 있답니다. 그의 그림은 나의 사진처럼 하나같이 어딘지 모르게 옅고 덧없어 보여요. 그와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고, 만난 지 사흘 만에 그가 사랑을 고백해 왔습니다.


후지시로는 웨딩플래너와 결혼 계획을 상담하던 중 난데없이 여자친구 야요이에게 전 여자친구로부터 편지가 왔음을 고백한다. 3년 전 같이 맨션을 임대하며 동거를 시작한 후지시로와 야요이는 의사소통이나 집안일하는데 큰 트러블 없이 맞추며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결혼 날짜까지 잡았지만 2년 동안 섹스가 없다.


어느 일요일 내년에 있을 결혼식에 대접할 식사를 시식하러 온 후지시로와 야요이는 부모님 대신 야요이의 여동생 준과 그녀의 남편 마쓰오를 초대했다. 야요이의 4살 아래 동생 준은 눈은 야요이를 닮았지만 희고 육감적인 몸매는 야요이와 확연히 달랐다.

시식회에 다녀온 날 밤 야요이는 준이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와 상담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고, 다음 일요일 밤 후지시로는 준과 단둘이 만나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신 후지시로는 눈이 느슨하게 풀리며 육감적인 준의 몸매를 곁눈질했다.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언니 야요이와 섹스를 하느냐고 질문한 준은 자신은 4년간 섹스리스라는 고백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준은 후지시로의 어깨에 기대며 실은 남편과는 4년간 섹스리스지만 다른 섹스 파트너들은 많다며 야요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자신과 섹스하자며 유혹하는데….



소설은 옛 연인 하루에게서 온 편지와 대학 때 열병처럼 앓았던 첫사랑의 추억, 무덤덤하게 익숙해져 버린 현재의 사랑, 처제가 될 준에게 흔들리는 후지시로의 이야기가 뒤섞여 전개된다.


심리와 상황 묘사가 감각적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결혼을 앞둔 주인공 후지시로의 현재 1년의 이야기를 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조금은 뜬금없는 편지이지만 그 편지로 인해 잊고 지냈던 과거의 순수하게 설렜던 사랑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며 그저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의 사랑을 되새기며 진실로 자신이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 깨닫게 한다.


누구나의 모습일 수가 있는 후지시로 커플의 모습을 통해 나 또한 잊어버리고 무덤덤해졌던 사랑과 연애 세포가 되살아나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사랑을 갈구하는 흔한 연애소설이 아닌 사랑을 성찰하는 연애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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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유
J. S. 먼로 지음, 지여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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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이러한 능력을 인지하게 된 케이트는 우연한 기회로 경찰청에 속한 초인식자팀의 일반인 인원으로 활동하였고, 다른 팀원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많은 용의자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6개월 전 교통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은 후로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이 확연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마치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케이트는 사고 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롭을 만나 연인이 되었고,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하루는 롭이 예전부터 지니고 있던 두려움에 대해 털어놨는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 즉 도플갱어를 만나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롭의 말에 따르면 롭은 이미 도플갱어를 만난 적이 있었고,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는 도플갱어가 자신의 삶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케이트는 불현듯 출장을 다녀온 롭을 보고는 어딘가 이질적임을 느꼈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자기 암시 아닌 자기 암시에도 불구하고, 케이트는 롭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이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때마침 주치의로부터 뇌의 손상이 많이 회복되어, 기존에 보였던 안면 인식 능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 등 여러 정황들이 겹치자, 케이트는 자신을 다그치면서도 롭에 대한 의심은 떨쳐내지 못했다.


한편 6개월 전 케이트와 헤어진 전남친 제이크는 정체 모를 발송인으로부터 USB 하나를 받는데, 그 속에 저장된 영상에는 케이트가 사고 전 들렀던 바에서 바텐더가 케이트의 잔에 무언가를 넣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를 본 제이크는 케이트와 같이 일을 했었고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경관 사일러스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며 USB에 담긴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 후 제이크는 영상 속 바를 찾아가 케이트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었으나 환영받지 못하는 태도와 함께 부정의 대답만 받는다.

이 부분에서 제이크의 입장이 아닌 사일러스의 입장에서 서술된 내용을 연결 짓자면, 해당 바는 마약 밀거래 조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이었기에 사일러스 또한 제이크가 방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를 방문해 제이크와 같은 것을 물어본다.


제이크는 배 위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날 밤 자신의 배에서 누군가 뛰어내리는 듯한 소리에 나가 보니 누군가의 뒷모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성냥에 불 붙이는 소리와 자신의 배로 이어진 기름을 따라 타 들어오는 불길을 볼 수 있었다. 제이크는 불길을 잡으려 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도 배가 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제이크는 뒤늦게 사일러스가 알고 있던 사실을 듣게 되었고, 사일러스와 제이크 모두 바에서 제이크가 질문을 했던 것과 방화 사건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을 하는데….



『디 아더 유』는 케이트, 제이크, 케이트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야기 속에서 케이트를 다방면으로 돕는 벡스, 사일러스 등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서술이 되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것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사건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사건들에서 묘사된 인물들이 뒤에 나오는 사건들과 어떤 연관을 가질지 애매한 부분들이 혼란을 가져오는데 이러한 부분들에서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를 헛발질을 열심히 해댔다.


케이트가 롭의 이상한 점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단지 케이트의 시점과 주변 요소들이 주는 듯한 암시만을 통해 추리를 해 나가야 하는지라, 더욱 케이트라는 인물과 밀접하게 동화되어 롭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내내 실체에 대해 다가가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손에 잡히지 않고 애매하면서도 희미하게 보이지 않는 진실의 주위를 맴돌게 하며 독자들에게 심리적 긴장감을 계속해서 안겨준다.


'초인식자'와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도플갱어'를 소재로 삼아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요소들조차도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 볼 때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해 높은 몰입도를 가지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놓을 수 없게 하며 뒤로 갈수록 압도적인 몰입감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난 후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몇 달 후에 꼭 재독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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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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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즈키 아사코는 단편 「포켓 미, 낫 블루」로 이 소설에도 등장하는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 후 '야마모토 슈고로상'이나 '고등학생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는 이외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는 필력을 과시했다.

내가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읽어 본 『버터』는 실제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그것을 취재하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미각과 식욕을 극도로 자극하는 음식에 관한 묘사가 일품인 소설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단편 소설집은 어떠한 매력을 지닌 소설일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은 월간 문예지 『올요미모노』에 발표되었던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원고지 매수가 가장 적은 문학상에 골라 응모했다가 얼떨결에 유서 있는 출판사의 권위 있는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지만 후속 작품이 계속 퇴짜를 맞으며 의기소침해진 주인공에게 출판사를 세운 소설가의 동상이 말을 걸며 벌어지는 이야기 「Come Come Kan!」, 큰 인기를 끌었던 연애 소설의 작가가 오랜만에 소설의 배경이자 드라마의 로케 현장이었던 호텔을 찾아 자신의 추억 속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동상이몽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통근용 급행열차의 여성 전용 칸에 난입한 주인공이 여성 전용 칸은 오히려 남녀평등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그 칸에 타고 있던 여성들과 대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용사 다케루와 마법 나라의 공주」, 불륜 커플을 위한 명소라고 입소문을 탄 회원제 이탈리안 창작 초밥집에 건물주의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다며 회원이 아닌 아기 엄마가 초밥과 술을 마시러 들어오면서 야릇한 분위기가 급반전을 이루는 이야기 「아기 띠와 불륜 초밥」.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스스로를 격리하며 여러 여성들과 외도를 벌인 자신의 아들과 이혼을 선언하고 어린 손자를 데리고 고향에 내려간 며느리와 그들을 쫓아온 시아버지의 동거 이야기 「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 성형외과 대기실에서 감명받아 읽은 소녀소설들의 공통점이 주인공의 성공이 노력이 아닌 부자들의 자발적인 후원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얻고는 자신의 평생을 보장해 줄 부자 후원자를 찾아 나서는 아코의 이야기 「키 작은 아저씨」, 독신 여성을 위한 여자아파트 1층에 문을 연 카페에서 개점 이틀째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아파트 1층은 카페」.

어느 것 하나 흥미를 끌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다.



이야기들은 여느 단편들처럼 빠르게 진행되며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문제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고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안다.


이야기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았던 이야기는 「아기 띠와 불륜 초밥」과 「키 작은 아저씨」였다.

「아기 띠와 불륜 초밥」에서는 불륜 커플 초밥집에 드러나지 말아야 할 엄마이자 아내인 아기 엄마가 모습을 드러내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 불륜 현장의 분위기가 반전을 맞이한다.

하지만 불륜녀들이 엄마이자 아내인 아기 엄마에게 공감하고 자신과 같이 불륜을 저지르는 불륜남들을 비난하는 장면에서 어이가 없었다. 본인들은 뭐가 떳떳해서? 그리고 그곳이 불륜을 위해 분위기 잡는 공간인 것을 모르고 들어가 앉았었나?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입다물고 반성하기를.

하지만 입안에 군침이 고이게 하는 이야기 속 맛깔스러운 초밥 묘사는 최고였다.


또한 「키 작은 아저씨」가 '키다리 아저씨'의 또 다른 해석인 것까진 좋았지만, 주인공 아코가 '이건 이래서 안 하고, 저건 저래서 못하는' 등 자신에 대한 투자나 노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거액의 자산을 양도받게 되는 이야기에서 과연 무엇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당혹스러웠다. 차라리 대학원생 가미오카가 후원을 받았다면 공감이 갔겠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추억을 미화한 주인공을 보며 애잔함마저 느꼈다. 특히 호텔에서 만난 우스이와의 대화가 동상이몽의 현장이라고 밝혀지는 반전에서는 앞장으로 넘어가 다시 한번 장면들을 되짚어 보며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든 존재와 사실들이 기분 좋은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었던 단편이다.


전체적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톡톡 튀는 발상으로 초현실적으로나 해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내 사회의 고정관념과 상식을 가차 없이 깨부수며 독자들로 하여금 유쾌, 상쾌, 통쾌함을 안겨다 준다. 기발한 발상의 7편의 이야기들이 어떤 이야기는 공감과 재미를, 어떤 이야기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이 전개되고 있다.

가볍지만 진중하고 재미있지만 의미를 두며 읽을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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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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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다이라 시청 공무원이었던 구라타 유미는 모종의 이유로 시청에서 퇴사하고 아버지의 소개로 카페 론도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날도 유미는 카페 사장을 대신해 카페를 혼자 도맡아 보고 있었다.

점심이 지난 시간,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남자가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왔을 때 남자는 자신을 호시야라고 소개하며 유미가 극복하려고 애쓰던 3년 전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그 사건에는 밝혀진 사실과 다른 이면이 존재함을 가정하며 유미에게 자신과 함께 사건을 재검증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제가 의문스러운 건, 과연 구라타 씨가 전화를 받은 게 우연이었느냐 하는 점이에요."


3년 전 사건 발생 이틀 전 무사시다이라 시청 수납과, 그날은 수납과 내부 업무 규정에 따라 유미와 다른 직원 세 명이 점심시간 업무 당번을 맡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기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유미의 인생은 완전 뒤틀려버렸다.

전화를 건 의문의 남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바바 히토미라는 여자의 주소를 문의해왔다. 유미는 개인 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면서도 무의식중에 여자의 정보를 시스템에 검색해 보았고, 남자가 미끼처럼 던지는 몇 개의 주소 중 바바 히토미의 실제 주소가 거론되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남자가 그 낌새를 알아채고 추궁하자 유미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대신 명확하게 부정해버렸고, 이에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힌트를 준 것처럼 되어 버렸다.

전화를 끊은 후 유미는 찜찜함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그로부터 이틀 후 공원에서 지하 아이돌로 활동 중인 바바 히토미가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면서 유미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유미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마음속으로 애써 외면했다.

경찰은 몇 년 전 가나가와에서 일어났던 스토킹 살인 사건을 참고해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피해자의 주소 정보 유출 경로가 시청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이에 무사시다이라 시청 전산 시스템과에 협조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시청 직원 중 누군가 제삼자의 계정을 통해 피해자의 데이터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의 수사가 점점 유미를 압박해 오는데….



소설은 주로 2017년 과거와 2020년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재조명되어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와 인물 간의 관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밀하게 구성되어 의심조차 가지 않았던 사건은 하나의 잘못된 조각을 바르게 바꾸어 끼워 맞추는 순간, 보이지 않았던 진실들이 줄줄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소름 끼치면서도 어찌 보면 애잔한 진실로 우리를 이끈다.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찰나의 인연으로 얽히고, 그 인연은 불행한 사건을 겪으며 걷잡을 수 없는 오해와 아집과 분노가 낳은 악의의 표적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겨눠진 복수의 칼날. 과연 그것이 정당한 복수일까?

읽어 갈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숨겨진 진실에 쉽사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고, 끝까지 읽고 나서도 형용할 수 없는 여운에 책을 덮기가 힘들었다. 단지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을 뿐인 사건의 시작이 낳은 간과할 수 없는 비극적 결말에 씁쓸하고 복잡한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진실에 도착하는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며 흥미진진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치밀하고 다이내믹한 구성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 주었고, 허를 찌르는 반전은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거기에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독성이 아닐까 싶다.

감히 『악연』은 '요코제키 다이의 데뷔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클론 전쟁』에 이어 『악연』까지, 너무나 소중한 작품을 알고 읽게 되어 기뻤던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최대치로 상승해 버린 것은 이 두 작품을 읽은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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