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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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다이라 시청 공무원이었던 구라타 유미는 모종의 이유로 시청에서 퇴사하고 아버지의 소개로 카페 론도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날도 유미는 카페 사장을 대신해 카페를 혼자 도맡아 보고 있었다.

점심이 지난 시간,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남자가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왔을 때 남자는 자신을 호시야라고 소개하며 유미가 극복하려고 애쓰던 3년 전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그 사건에는 밝혀진 사실과 다른 이면이 존재함을 가정하며 유미에게 자신과 함께 사건을 재검증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제가 의문스러운 건, 과연 구라타 씨가 전화를 받은 게 우연이었느냐 하는 점이에요."


3년 전 사건 발생 이틀 전 무사시다이라 시청 수납과, 그날은 수납과 내부 업무 규정에 따라 유미와 다른 직원 세 명이 점심시간 업무 당번을 맡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기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유미의 인생은 완전 뒤틀려버렸다.

전화를 건 의문의 남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바바 히토미라는 여자의 주소를 문의해왔다. 유미는 개인 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면서도 무의식중에 여자의 정보를 시스템에 검색해 보았고, 남자가 미끼처럼 던지는 몇 개의 주소 중 바바 히토미의 실제 주소가 거론되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남자가 그 낌새를 알아채고 추궁하자 유미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대신 명확하게 부정해버렸고, 이에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힌트를 준 것처럼 되어 버렸다.

전화를 끊은 후 유미는 찜찜함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그로부터 이틀 후 공원에서 지하 아이돌로 활동 중인 바바 히토미가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면서 유미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유미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마음속으로 애써 외면했다.

경찰은 몇 년 전 가나가와에서 일어났던 스토킹 살인 사건을 참고해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피해자의 주소 정보 유출 경로가 시청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이에 무사시다이라 시청 전산 시스템과에 협조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시청 직원 중 누군가 제삼자의 계정을 통해 피해자의 데이터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의 수사가 점점 유미를 압박해 오는데….



소설은 주로 2017년 과거와 2020년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재조명되어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와 인물 간의 관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밀하게 구성되어 의심조차 가지 않았던 사건은 하나의 잘못된 조각을 바르게 바꾸어 끼워 맞추는 순간, 보이지 않았던 진실들이 줄줄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소름 끼치면서도 어찌 보면 애잔한 진실로 우리를 이끈다.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찰나의 인연으로 얽히고, 그 인연은 불행한 사건을 겪으며 걷잡을 수 없는 오해와 아집과 분노가 낳은 악의의 표적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겨눠진 복수의 칼날. 과연 그것이 정당한 복수일까?

읽어 갈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숨겨진 진실에 쉽사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고, 끝까지 읽고 나서도 형용할 수 없는 여운에 책을 덮기가 힘들었다. 단지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을 뿐인 사건의 시작이 낳은 간과할 수 없는 비극적 결말에 씁쓸하고 복잡한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진실에 도착하는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며 흥미진진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치밀하고 다이내믹한 구성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 주었고, 허를 찌르는 반전은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거기에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독성이 아닐까 싶다.

감히 『악연』은 '요코제키 다이의 데뷔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클론 전쟁』에 이어 『악연』까지, 너무나 소중한 작품을 알고 읽게 되어 기뻤던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최대치로 상승해 버린 것은 이 두 작품을 읽은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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