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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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질서를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택한 무민네!

낯섦과 고독, 그리움 속에서 변화와 꿈을 쫓아가기로 한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몇 해 전, 하마를 닮은 듯 순둥순둥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지닌 무민을 소품숍에서 마주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저 귀여운 캐릭터 하나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과 연작소설 시리즈 중에 하나인 <무민의 겨울>을 읽고서 이 캐릭터가 지닌 선한 영향력 같은 것에 오롯이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더욱이 동화를 넘어서 은유적인 문학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 철학적 통찰까지 아우르는 작품이라는 점은 의외로 놀랍기까지 했다. 특히 캐릭터 하나하나에 반영된 인간의 다양한 속성은 때로는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섬뜩하리만치 낯익은 것이어서 어느 하나 허투루 읽히지 않는 것이 없다. 이것이 50여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우리가 여전히 반응할 수 있는 이유이리라.

 

 

 

변화와 이해 그리고 성장

 

 

   혹독한 첫 겨울나기를 담은 <무민의 겨울> 이후에 또 하나의 무민 연작소설이 찾아왔다. 바로 <무민파파와 바다>다. <무민의 겨울>이 가족 모두 겨울잠을 잔 사이 느닷없이 잠에서 깨어버린 무민이 홀로 겨울을 보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무민파파와 바다>는 어느 외딴 등대섬으로 이주한 이들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각자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8월의 끝자락, 무민 가족은 묵묵히, 쉬지도 지루해하지도 않고 세상을 이루는 작디작은 일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라고는 없는, 늘 정해진 대로 반복된 생활을 하던 나날이 계속되자 무민파파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결국 무민파파는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등대가 있는 어느 먼 바다 외딴섬으로 향한다. 무민파파는 실로 오랜만에 가족을 돌봐야한다는 책임감과 모험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등대섬은 그들 가족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어쩐지 척박하고 낯설기만 하다. 등대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야 할 등대지기는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웃이라고는 말을 잘 섞지 않는 무뚝뚝한 어부 하나뿐이다. 무민파파는 일단 낡고 허름한 등대에 살림을 푼다. 하지만 등댓불을 켜는 일도 실패하고, 바다에 그물을 던져도 바닷말만 잔뜩 올라올 뿐 아무리 일을 하고 또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더욱이 무민마마가 더 이상 물고기를 필요치 않아하자 상심에 잠긴 그는 급기야 바다를 연구하고 글로 옮기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왜 땅거미가 질 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무민파파 혼자 해 볼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을까? 무민파파는 가족들과 함께 살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가족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도무지 이해하질 못했다. 그런데도 이제껏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 / 104p

 

 

 

 

 

  무민마마는 무민 골짜기의 여름 섬으로 소풍 가는 꿈을 꾸고는 우울해진다. 향수병이 든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녀는 등대 안쪽 벽에 그리운 무민 골짜기를 그려 넣기 시작한다.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면 할수록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가던 무민마마는 급기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 남몰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편, 무민은 덤불숲에서 빈터를 발견해 은신처로 삼고, 한밤중에 알 수 없는 소리에 이끌려 바닷가로 나갔다가 해마들을 만나 마음을 빼앗긴다. 그렇게 밤마다 바닷가로 몰래 내려가 언제 올지 모르는 해마들을 기다리거나 무민 가족의 빛을 따라온 그로크에게 등불을 보여 주러 나가는 등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자신 만의 비밀을 만들어 간다. 이렇듯 등대섬이라는 이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동상이몽처럼 저마다 다른 생각, 다른 꿈을 꾸며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무민은 무민마마가 젖은 이부자리 위에서 몇 번이나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마침내 적당한 자리를 잡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다음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모든 게 낯설었지만, 무엇보다 낯선 일은 엄마가 새로운 장소에서 짐을 풀지도 않고, 잠자리도 정리해 주지 않고, 캐러멜을 나눠 주지도 않고 잠들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무민마마의 손가방은 바깥 모래밭 저 멀리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무민은 겁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이 모든 일이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라는 뜻이었다. / 48p

 

 

작고 복수심이 넘치는 두배자루마디개미아과 녀석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이제 다른 녀석이 무민의 발을 물었다. 천천히 뒤로 물러선 무민은 실망스럽고 타는 듯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고 너무 속상했다. 물론 무민보다 먼저 개미들이 이곳에 살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땅속에 살고 있으면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으니 불개미는 새나 구름이나 그 밖에 무민 같은 이들이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뭔가를 알 리가 없었다. / 91p

 

 

 

 

 

  여느 시리즈와는 달리 <무민파파와 바다>에서는 미이, 어부, 그로크 이 세 캐릭터가 매우 의미 있게 읽힌다. 어딘가에서 혼자 지내며 식사 때에만 나타나고 때로는 냉정하게 말을 하기도 하지만 무민이 그로크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이,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지만 무민 가족의 따뜻함에 마음을 여는 어부, 한 시간 넘도록 같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땅도 두려움에 떨며 시들어 버려서 그곳에는 두 번 다시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하던 그로크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며 다가오는 무민 덕분에 더 이상 그 차가움을 드러내지 않게 되는 모습 등은 토베 얀손만의 놀라운 은유적 상상력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등대지기가 두고 간 듯한 퍼즐을 무민 가족이 맞추는 장면은 퍼즐을 다 맞추기 전에는 그 조각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는 늘 예측불가한 일이 펼쳐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맞춰가다 보면 나중에는 그것이 내 삶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멋진 조각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어쨌거나 어부는 우리 이웃이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누구에게든 이웃은 늘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요.” / 121p

 

 

“너도 알겠지만, 아빠는 이 바다의 비밀스러운 법칙을 모두 밝혀내고 싶단다. 바다를 좋아하려면 먼저 이해해야 하는 법이거든. 바다가 좋아지지 않으면 이 섬에서 행복할 수가 없을 듯싶구나.” / 232p

 

 

“다들 알겠지만, 바다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대한 녀석이에요. 바다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죠……. 뭔가 얻으려면 단점도 받아들여야 하니까.” / 246p

 

 

 

 

 

   이렇듯 <무민파파와 바다>는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게 되는 심리적인 변화를 캐릭터 하나하나에 투영시켜 그것에 적응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나간다. 그 중에서도 무민파파가 아들 무민에게 “무민, 같이 가자꾸나. 너도 소중한 뭔가를 지키기 위해 싸울 줄 알 때가 됐지.” 하고 독려하는 모습은 깊은 여운을 준다. 이번 작품 <무민파파와 바다>가 무민 가족이 작품에 표면적으로 등장하는 마지막 연작소설이라 하니 더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가치란 구름 위를 떠다니고, 빨간 장화를 신고, 언제나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는 이 천진난만한 믿음을 가족과 이웃에게 전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도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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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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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시작되는 세상을 바꿀 브랜드의 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만드는 법!

 

 

   대학교 졸업을 한 한기 앞두고 있을 무렵, 교수님의 소개로 한 광고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대구 시내를 걷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유명 광고의 카피를 만든 회사였기에 나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부랴부랴 광고 회사로 출발했다. 광고 회사의 대표는 일단 이력서를 훑어보는 듯하더니 집으로 가서 오늘 밤 안으로 메일 하나를 보내달라고 제안했다. 자기 자신을 세일즈 할 수 있는 광고 카피를 만들어 메일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각종 경력이나 수상내역이 아닌, 나를 강하게 피력할 수 있는 문구 하나, 그 문구 하나만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이렇다 할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카피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고 그렇게 입사의 기회도 잃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삶은 늘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고 드러내는 일의 연속이었다. 가까운 친구에게, 새롭게 만난 낯선 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런 성격이고 이런 능력과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어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나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를 마주하게 되면 뭐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광고 회사 대표가 내어준 숙제를 다시 해야 한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의 저자 강민호는 이렇게 말한다. ‘대상이 어떤 것이든 무언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으면 존중하기 어렵고, 존중할 수 없으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라고.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는 건 나 자신일 테지만, 사실 나에 대해 가장 모르는 건 그 또한 나 자신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스스로를 의심하고 질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결국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질문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이해하고 마주하는 연습을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나’ 자신은 곧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나의 삶을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한다. 아울러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가답게 한 개인뿐만 아니라 상업 브랜드의 속성과 조건 및 우리 사회의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해본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무엇과 무엇, 누구와 누구를 연결하고 있습니까?

 

 

   저자는 ‘브랜드란 우리들의 삶과 일상을 꼭 닮아서,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우연과 낯선 경험들이 가치 있는 의미와 차이를 생산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경험을 권장하고, 투명성을 통한 진정성의 가치를 중시하며, 새로운 질문을 통한 철학의 힘을 강조한다. 또 일과 삶의 조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타인의 욕망에 전염되지 않는 삶, 신뢰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누군가 먼저 그 브랜드를 사랑해야 하는데 이는 외부의 고객이 아닌 바로 내부에서 브랜드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나’여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반드시 새겨볼 일이다.

 

 

 

열등감이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마음속에서 인위적으로 모방할 수 없는 특수한 에너지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핍이 내재되어 있는 사람은 그 결핌과 열등감을 가진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입니다.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하는 일에는 강력한 실행의 동기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그것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적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 144p

 

 

 

 

 

 

‘나’라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입니까?

 

 

   저자는 브랜딩 전략가로서 가치 있는 브랜드란 ‘유용성, 희소성, 독특성, 모방 가능성, 생명력과 생동감, 진화, 관계와 소통, 가치 있는 경험, 퍼스널리티, 차별화’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브랜드, 우리의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채워주는 브랜드, 우리들의 생각을 일깨워주는 브랜드, 새롭게 시대를 정의하고 이끌어나가는 브랜드 등 ‘나’라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가치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인지 항상 상상하고 답해보기를 권한다.

 

 

 

대중을 움직이는 차별적 가치는 ‘누구’에서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생각, 누군가의 행동, 누군가의 발견에 새겨진 이름의 가치가 곧 브랜드인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이름에

새겨진 가치는 무엇입니까?” / 233p

 

 

 

 

 

   최근 들어 1인 기업, 1인 크리에이터들의 수가 늘어난 가운데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개개인과 사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용한 책일 듯하다. 특별한 기술적 요소보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고 지속,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문득, 책을 읽고 나니 오늘도 1인 기업을 이끌며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남편이 많이 생각난다. 이 책을 추천해주며 당신의 삶이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라 꼭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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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1
박정은.전혜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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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더 재미있다!

놓쳐서는 안 될 런던의 다양한 매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핵심 여행가이드북!

 

 

   언젠가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다아시를 연기한 저 남자배우 누구야? 개인적으로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남자배우에 흠뻑 빠져서 배우의 필모그라피를 뒤적이기까지 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매튜 맥퍼딘으로, 그로 인해 특유의 영국식 억양과 무뚝뚝하지만 은근한 위트, 몸에 배인 신사의 매너 같은 것들이 연상되는 ‘영국 남자’의 이미지에 그만 빠져들고 말았다. 거기다 할리퀸 소설을 좋아하기까지 했던 나로서는 ‘영국’ 하면 고전과 낭만이 어우러진 꿈의 도시 같은 곳으로, 쉽게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이상향 같은 도시였다. 그래서일까, 만약 나에게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 어떤 여행지보다 영국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마치 그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편하게 고서점을 드나들고, 카페에 들어가 애프터눈 티타임을 즐기고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느긋하게 책 한 권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그런 꿈 말이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런던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어 영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손흥민이다. 덕분에 런던 북부에 위치해있는 토트넘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적이 또 있을까? 마침 5월에서 8월 사이가 런던으로의 여행에 최적기라고 하니,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런던으로 일정을 잡아보는 것도 좋을 테고 말이다. 더욱이 패키지 여행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 자유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2019~2020년 최신판으로 나온 <런던 셀프트래블>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런던 셀프트래블>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관광지 및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하여 효율적으로 런던을 즐길 수 있도록 도보 루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선별한 각 루트의 일정을 퍼즐처럼 조합해 새롭게 일정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천천히 여유 있게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자들을 위한 하루 루트를 비롯하여 근교까지 둘러볼 수 있는 루트까지 소개함으로써 여행자가 원하는 조합을 선택하여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될 정도로 쉽게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버킹엄 궁전에서 트라팔가 광장 등을 돌아보는 1장과 내셔널 갤러리에서 코벤트 가든까지의 도보 루트가 있는 2장을 조합해 하루 일정을 만들 수 있고, 런던 타워에서 버로우 마켓까지 있는 5장과 베이커 스트리트에서 말리본 하이 스트리트까지의 6장을 묶어 하루 일정을 만들 수도 있다. 덕분에 미리 알고 가면 더욱 다채롭게 런던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책은 런던 여행의 기본 정보를 시작해 런던 여행의 궁금한 점을 해결해주면서 일정을 짤 때 알아두면 좋은 알짜 팁들을 제공한다. 이를 테면 런던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휴대용 모자가 달린 경량 방수 재킷 혹은 스카프가 유용할 것이라는 팁과 최근 마약 단속 경찰관을 사칭해 검색 명목으로 현금을 훔쳐가는 자들을 유의하라는 조언도 전한다. 또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충전식 교통 카드인 오이스터 카드 교통권을 구입할 것과 인터넷으로 주요 관광지 입장권을 사전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런던에서 급히 사야할 물건이 있다면 영국의 다이소라 할 수 있는 파운드랜드에 가볼 것과 런던 시내에서 무료 Wifi를 안내하는 Sky Wifi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한다. 일정을 짤 때는 ‘미술관&박물관’ 오픈 시간에 맞춰 다닌다고 생각하면 효율적이며 런던에서는 꼭 애프터눈 티타임과 추천 뮤지컬을 관람해보시라 권하기도 한다.

 

 

 

Plan 4. 아이와 함께하는 3박 4일 추천 일정

아이의 연령과 취향에 따라 루트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첫째 날은 영국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날로 대표 관광지 위주의 일정이다. 둘째 날에는 아이들이라면 모두 흥미로워할 자연사 박물관과 과학 박물관 관람의 날로, 더불어 왕실에서 만든 공원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셋째날은 영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국 박물관과 역사적인 런던 타워를 돌아보는 날이다. 취향에 따라 영국 박물관 대신 영화 <해리 포터> 촬영지인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를 다녀오는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여행 중에는 부모의 욕심을 너무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잔디밭과 놀이터에서 뛰노는 시간은 꼭 포함하자. / 36p

 

 

 

 

 

 

런던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런던 셀프트래블>은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주요 관광지가 중심인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버킹엄 궁전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비가 내리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 돌아보기 좋은 루트를 소개한다. 여기서는 영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버킹엄 궁전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상세 정보를 비롯하여 런던의 3대 공원인 그린 파크, 하이드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중 한 곳 정도는 찾아가 공원의 분위기를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1,500년간의 영국 예술품을 볼 수 있는 테이트 브리튼과 템스강변에 위치한 대관람차 런던 아이, 트라팔가 광장은 꼭 들러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버킹엄 궁전에서 가장 가까운 티룸인 더 잉글리시 로즈 카페에서 영국식 티타임을 제대로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2장은 내셔널 갤러리, 국립 초상화 갤러리, 코벤트 가든이 주가 되는 루트로 대부분 실내에서 돌아보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추천하는 루트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강력 추천할 만한 런던 교통 박물관도 일정에 포함하면 좋겠다. 또 영국 최고의 식료품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다양한 홍차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이어 3장에서는 런던의 다양한 미술관·박물관과 켄싱턴 궁전, 하이드 파크를 돌아보는 루트를 소개한다. 런던은 박물관의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등 가볼 만한 박물관이 곳곳에 있으니 이곳들만 다녀보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4장은 세계 최초의 국립 박물관인 영국 박물관을 시작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열렸던 세인트 폴 대성당을 보고,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현대 예술의 현주소를 느껴볼 수 있는 테이트 모던을 구경하는 루트다. 영국 왕실의 피의 역사를 말해주는 런던 타워에서 타워 브리지를 지나 도심 속 시장, 버로우 마켓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5장의 루트도 흥미롭다. 이어 영국의 황금시대를 보여주는 골든 하인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지나 테이트 모던까지 가는 루트도 살펴볼 수 있다. 6장은 셜록 홈스의 활동 무대가 된 베이커 스트리트에서 시작해 리젠트 파크를 둘러보고 런던의 쇼핑거리를 걷는 3km 루트다. 여기에서는 비틀스의 팬이라면 모두가 아는 앨범 재킷의 배경이 된 횡단보도에서 사진 촬영도 빼놓지 말아야겠다.

 

 

달콤한 휴식, 애프터눈 티 Afernoon Tea

애프터눈 티는 트레이에 나오며 1단에는 샌드위치, 2단에는 스콘, 3단에는 케이크 등 디저트가 올라간다. 우리의 차 문화와는 다르게 밥보다 더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 배부르게 먹고 마신다. 그러니 점심을 아주 간단하게 먹고 속이 좀 빈 상태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이 좋다. 영국을 여행한다면 영국의 독특하면서 가장 중요한 차 문화를 경험해보자. / 174p

 

 

 

   7장에서는 우리에게 GD의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속 장소로 잘 알려져 있는 가장 트랜디한 동네로, 멋진 그라피티를 감상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과 핫한 카페와 상점을 구경할 수 있는 루트를 소개한다. 끝으로 마지막 8장에서는 여유 있는 여행자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런던에서 열차나 코치로 다녀올 만한 곳을 소개한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는 영화 <해리 포터> 촬영지인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부터 가장 멀게는 바스까지 다양한 지역을 포괄하고 있다. 이 중 정복왕 윌리엄 시대부터 현재까지 영국 왕실의 성으로 사용되는 윈저 성은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이처럼 <런던 셀프트래블>은 각 장에 소개된 루트만 따라가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을 누릴 수 있게 구성된 실속 여행가이드북이다. 여행은 알고 가면 더 재미있다고 했던가.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 여행 정보를 비롯해 응급 상황 대처법, 짐꾸리기 노하우, 추천하는 숙소와 교통 정보까지 알차게 수록되어 있으니 여행 시 헤매지 않을 수 있도록 톡톡히 도움을 준다.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 낭만이 한 데 어우러진 런던! <런던 셀프트래블> 덕분에 런던에 대한 로망이 더욱 커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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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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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영혼들의 기척들, 그 스산한 광경들의 문학!

폐허와 상실의 시대를 덤덤하게 묘사하고 기록하는 제발트 문학의 정수!

 

 

  현대 독일문학은 제발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던가. 생전에 단 네 권의 소설을 남겼을 뿐이지만 ‘제발디언(Sev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추종자를 양산한 20세기 말 독일문학의 거장 W. G. 제발트. 때문에 탄생 75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이민자들>과 <토성의 고리>가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어쩐지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그것은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에 파묻힌 개별자들을 기억하기 위해’라는 수식이 첨부된 책 소개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읽은 적이 있는 다비드 그로스만의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 없는 세대>, 베른하트르 슐링크의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그러했듯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독일 문학가들의 공통된 의식 같은 것들에 유독 관심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대 독일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제발트는 이 암울하고 처절했던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나는 역사와 기억의 관계 앞에서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강렬한 시적 관찰로 이루어진 작품이라 평가받는 <이민자들>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꿈꾸는 디아스포라와 지독한 향수 사이를 부유하는 이민자들

 

 

   <이민자들>은 네 명의 이민자들을 통해 낯선 땅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헛돌면서 고향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 편에 걸쳐 공통으로 등장하는 ‘나’는 모두 다른 인물이거나 혹은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영국에서 세 들어 산 집의 주인인 헨리 쎌윈 박사, 독일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독일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삶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겪고 또 시대가 남긴 상흔들을 관찰자적인 시선에서 섬세하게 묘사한다. 독특하게도 이 작품은 작중 주요 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을 생생하게 기록해 써내려간 듯한 구성과 사실감 높은 흑백사진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이것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도 입체적인 글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헬리 쎌윈 박사는 화자인 ‘나’가 세를 들어 사는 집의 주인으로 처음 집을 보러간 날, 이 집 실제 주인은 아내이고 자신은 그저 장식용 은둔자일 뿐이라고 소개받는다. 입주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에 초대된 나는 쎌윈으로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스위스 베른에서 지내던 시절에 알게 된 산악인 네겔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 쎌윈은 21세였고 네겔리는 65세의 나이였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 느낀 편안함을 그 후로 다시는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쎌윈은 네겔리와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해 영국으로 돌아온 쎌윈은 네겔리가 실종됐다는 편지를 받고 우울증을 겪을 정도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거기다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혈통 때문에 전쟁을 겪으며 부인과의 사이도 나빠지고 지난 몇 년 사이에는 향수병마저도 심해진 상태다. “무엇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군요. 돈일 수도 있고, 결국 발각되고 만 내 혈통에 대한 비밀일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그저 사랑이 식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제2차세계대전과 그 뒤의 수십년간은 내게 암흑과도 같은 불운한 시기였습니다”던 그의 고백은 결국 자살로 귀결되고 만다. 그런데 얼마 뒤, 실종된 지 7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산악인 네겔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914년 여름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베른의 등산안내인 요한네스 네겔리의 유골이 칠십이년 만에 오버아르 빙하에서 발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사자(死者)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얼음에서 빠져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 징이 박힌 신발 한 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 / 34p

 

 

 

 

 

 

   두 번째 이민자이자 화자인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파울 베라이터의 이야기는 그가 기차선로에 누워 자살을 했다는 소식으로 시작된다. 타고난 선생으로 학생을 끔찍이 사랑하고 독창적인 수업방식으로 교실을 활기차게 해줬던 파울이 어째서 그런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나는 몇 년 동안 그를 떠올리다 마침내 그에게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고,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란다우 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파울의 불운한 생애를 들추어본다. 여기에서는 연인을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떠나보내고, 파울이 나치군에 복무하면서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비열하고 치졸한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혈통 때문에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슬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침묵하고, 모든 것을 감추고, 때로는 실제로 잊어버리기도 했는지요. 그런 것은 그들이 그전에 보여주었던 비열한 태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는 것이에요. 커피가게 주인 쇠페를레가 파울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세요. 파울의 어머니 테클라는 뉘른베르크의 시립극장에서 한동안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지요. 쇠페를레는 테클라에게 반유대인과 결혼한 여자가 자신의 상점에 드나들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 아주 정중하게 부탁하건대 앞으로는 자신의 가게에 매일 드나드는 일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베라이터 가족이 겪어야 했던 그런 비열하고 치졸한 일들을 당신이 몰랐다는 것이 내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S시처럼 비참한 소굴에서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고, 시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태도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어요. 이 이야기 전체의 논리가 바로 그런 것이니 놀랍지도 않습니다. / 66p

 

 

소위 ‘수정의 밤’(1938년 11월, 나치에 의해 조직된 유대인 학살사건.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다)이 있기 여러해 전 일이었는데, 유대인집들의 창문이 깨어졌고, 지하실에 숨은 유대인들은 밖으로 붙잡혀나와 거리에서 질질 끌려다녔다. 파울이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날 일어난 악독한 공격과 폭력 들, 예컨대 당시 일흔다섯이었던 아론 로젠펠트가 칼에 찔려 죽은 것이나 당시 서른살이었던 지크프리트 로제나우가 창살에 목이 묶여 교살된 것만이 아니었다. 파울은 그 사건과 관련된 당시의 신문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군첸하우젠의 아이들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 곳곳에서 열린 공짜 바자회에서 온갖 물건을 선물받았으며, 그뒤로도 몇주 동안 폐허가 된 상점들에서 머리핀이나 초콜릿, 색연필, 분말청량제 따위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유대인들의 비극을 고소해하는 태도가 읽히는 기사였다. 그런 일들은 끔찍한 폭력만큼이나 파울에게는 충격적이었다. / 70p

 

 

 

   세 번째는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암브로스는 특유의 성실함과 능력으로 미국 대부호의 집사가 되어 스위스로, 일본으로, 주인을 모시고 떠돌아다니며 오로지 그들 가족의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 수많은 일이 그에게 있었지만 그런 기억들을 자기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추억은 거의 갖고 있지 못한 채 살았던 그는 결국, 말년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전기충격요법으로 자신의 사고와 기억능력을 가능한 한 근본적이고 철저하게 말살함으로써 최후를 맞게 되고 이는 우리에게 씁쓸함을 남긴다.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기산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185p

 

 

 

 

 

 

 

   네 번째는 영국 맨체스터로 연구를 하러 이민을 간 화자가 매일 하루 열 시간씩 이젤 앞에 서 있는 막스 페르버를 통해 유대인이 겪어야했던 오랜 고통의 상흔들을 살펴본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여기서는 부모님이 겪은 고통과 자신의 고통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벗어나보려 노력했지만 불행은 마치 박아놓은 듯 깊이 뿌리를 내렸노라 고백하는 페르버의 목소리가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아릿한 맛을 남긴다. 특히, 한때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의 집합소였던 맨체스터가 거대한 영안실이나 묘지로 변해 황량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은 꿈꾸는 디아스포라의 정착할 길 없는 스산한 마음을 엿보게 한다.

 

 

 

이따금 나를 엄습하는 단편적인 기억의 영상들은 차라리 강박관념들이라고 해야 할 거야. 내게 떠오르는 독일이란, 머릿속의 광상(狂想) 같은 것이네. 내가 여태껏 한번도 독일땅을 밟지 않았던 것은, 이런 광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걸세. 내가 생각하는 독일이란 낙후되고 파괴된, 어떤 영역 밖의 나라라는 것, 내게 독일인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무시무시한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자네도 알아야 하네. / 229p

 

 

돌이켜보면, 당시의 일들이 내 삶의 구석구석까지 결정해놓았다는 느낌이 들어. 부모님이 강제이송당한 것뿐만 아니라 그 믿기지 않는 사망 소식이 한참이 지나서야 내게 도착했던 것, 처음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던 그 소식의 의미를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그런 일들 말이야. 부모님이 겪은 고통과 나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보려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노력도 많이 했고, 이렇게 은둔생활을 하는 가운데 간혹 영혼의 안정이 유지되는 때도 없지 않았지만, 학창시절에 나를 덮쳤던 그 불행이 내 안에 박아놓은 뿌리는 너무나 깊었네. / 242p

 

 

 

 

 

 

   이처럼 소설은 네 이민자의 삶을 통해 세계대전이라는 역사 앞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간 개별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복원한다. 어떤 기막힌 반전이나 위대한 이름 하나 없지만, 거대한 불운의 역사 앞에서 우리 개개인은 죽는 날까지 쉽게 화해할 수도 지울 수도 없을 만큼 큰 상처와 싸워야만 한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꿈꾸는 디아스포라와 지독한 향수 사이를 부유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매우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으로 묘파한 제발트식 문학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독서였다. 단 네 편의 작품 중 한 작품을 읽었으니 나머지 작품들도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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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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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역사 교양서!

우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그 날의 함성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선언서를 들고 지방 곳곳으로 내려간 이들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3·1운동 이후 체포된 보성사 직원 인종익은 경찰이 “대체 왜 이러한 무모한 일을 시도했는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전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때가 왔기에, 그에 맞는 적절한 시도를 한 것뿐이다.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고 벌인 일도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좌절하면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100명을 죽이면 또 다른 100명이 나올 것이다. 당신들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한번 터진 물길은 계속해서 흘러넘칠 것이다.” / 23p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9년 3월의 봄날, 일제의 침략에 짓밟혀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바로 이 땅 위에서 자유와 독립을 목놓아 부르짖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미국 필라델피아 등 세계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가 된 목소리로 평화를 외쳤다. 이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이룰 수 있는 일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 간절한 바람에 의해 민주와 자유 평등을 기치로 내건 임시정부 즉, 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각종 매체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헬조선’이니 ‘탈대한민국’을 부르짖는 오늘날, 100년 전 봄날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몸과 정신을 바친 사람들의 함성 소리를 기억하는 일이란 마음을 더욱 숙연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때마침 출간된 <1919>는 몰락한 식민지의 백성에서 공화국의 시민으로 자주, 독립, 평화를 외치며 내딛었던 민주공화국을 향한 위대한 여정을 담은 역사 교양서다. 서울에서 수백 킬로미터 기차를 타고 가서, 또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서 독립선언서를 전한 사람들, 장날의 만세시위에 쓰기 위해 어두운 골방에서 수백 장의 태극기를 그리고 또 그린 사람들, 시위 현장에서 앞장서서 독립 만세를 부르고 시위 행렬을 이끈 사람들, 그리고 결국 군경을 총칼에 희생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서 쓴 책이다.

 

 

 

 

 

 

   책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반발하여 하여 만세운동을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들,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배포하여 세계를 향해 선포하는 과정, 마침내 울려 퍼진 3월의 만세소리와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1919년의 봄을 재조명한다. 1장에서는 3·1운동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단통치라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우리 민족에게 어떤 희망의 불씨를 일으켰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본다. 여기에서 놀라운 점은 3·1운동을 이끈 대표자들도 민족자결의 원칙이 당장 한국에 적용되리라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족대표 48인 중 하나인 현상윤은 훗날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힌다. “당초 우리가 독립운동을 계획할 때, 꼭 그때에 민족자결의 원칙이 우리에게 적용되리라곤 물론 믿지 않았다. 파리평화회의가 우리 문제까지 토의하지 않을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파리회의의 각국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고 만세운동까지 일으킨 것은, 독립운동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1운동이 당시에는 성공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 독립을 위한 중대한 단계가 될 것이고, 토대가 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라고. 훗날 독립이란 열매를 얻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들의 희생을 아까워하지 않은 그들의 의지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대목이다.

 

 

 

독립을 선언하는 근거로는 네 가지를 들고 있는데, 바로 ‘반만 년 역사의 권위’와 ‘이천만 민중의 진실한 마음’, ‘민족의 영원하고 자유로운 발전의 소망’과 ‘세계개조의 큰 기운’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독립선언은 ‘하늘의 명령’이자 ‘시대의 대세’이며, ‘정당한 권리의 발동’으로서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천명한다. / 179p

 

 

최린 등이 종로경찰서에 독립선언서를 보내자, 종로서에서는 민족대표가 실제로 태화관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이를 문의했다. 이에 태화관 측은 확인하고 전화를 주겠다고 답한 뒤, 손병희 등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손병희가 “여기에 있다고 답하라”라고 하자, 태화관 측은 종로서에 전화를 걸어 그렇게 답했다. 이후 경찰과 헌병이 태화관으로 출동한 것이다. 당시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선언식을 무사히 마친 뒤에는 경찰에 자지해 연행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자 의연한 자세로 기꺼이 연행됐다. / 193p

 

 

 

   맨 처음 파고다공원에서 학생단으로 이루어진 200여명의 함성 소리는 공원을 벗어나 시가지로 나가는 행진 과정에서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 군중은 셋으로 나뉘어 제1대는 덕수궁으로, 제2대는 외국 영사관으로, 제3대는 가장 큰 무리를 이루어 총독부를 목표로 진로를 잡았다. 사전에 전혀 대비가 없었던 데다 독립선언식을 마치고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을 연행하느라 발목이 묶여 있었던 경무총감부는 이 때문에 시위대에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군경이 열성적으로 만세를 부르는 이들을 하나둘 검거하기 시작한 것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는데, 이날 혼마치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에서 체포된 군중만 134명이었다고 한다. 이날의 시위를 시작으로 3월 5일, 남대문역 앞에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날에는 여학생도 다수 참여한 것이 눈에 띤다. 뿐만 아니라 22일에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운동도 일어났으며 기독교와 천주교가 합작한 평양, 기독교인과 학생이 중심이 된 대구, 군경의 탄압에 격렬히 맞선 단천군, 유관순의 아우내장터, 유생들이 중심이 된 안동 등 전국으로 만세시위가 확산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전체 시위 가운데 70~85퍼센트 정도가 폭력과는 관계없는 문자 그대로 평화적인 시위였다고 하니 이는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해산한 학생들은 3월 10일 다시 봉기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드는 등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10일 오후, 태극기를 품은 채 시장에 잠입했지만, 장터에는 헌병과 경찰 수가 장꾼보다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대한 독립 만세’라고 쓴 큰 깃발을 들고 소리 높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 100~200명의 군중이 일제히 호응했고, 이내 만세의 함성이 온 시장을 진동케 했다. / 253p

 

 

 

 

 

 

   이처럼 도시와 농촌, 산간벽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된 3·1운동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주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위 과정에서 일본은 독립 만세를 외치는 한국인의 목소리를 어떠한 폭력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막으려했다. 4월 들어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또 격렬해지자, 일본 정부는 본토에서 헌병 400명과 보병 6개 중대를 추가해 전국 각지에 배치했고, 자제단의 조직도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만세시위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길은 하나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또 장기적인 싸움으로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했다. 바로 임시정부의 탄생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한국사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군주나 귀족이 권력을 독점하는 ‘제국’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권이 있는 ‘민국’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정의한다. 아울러 1919년 3월의 함성으로 대한민국은 역사의 거대한 전환을 이루어냈으며, 이것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봄날의 함성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되새겨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1919년 4월 11일 새벽,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민국’이라는 연호를 제정한다. 이날 논의된 ‘대한민국’, ‘조선공화국’, ‘고려공화국’ 등 여러 국호 중에서 신석우가 제안한 대한민국이 채택된 건, ‘대한’에는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는 의미가 있으며, ‘민국’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처럼 새 나라가 공화제 국가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311p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성립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4월 10일 임시의정원에서 통과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이다. 임시헌장은 신익희, 조소앙, 이광수 등이 만드는 데 참여해 모두 10조로 구성되는데, 특히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는 문장은 대한민국 현행 헌법의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도 직결된다.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내용이지만, 사실 대한민국 외에는 전 세계 어떤 나라의 헌법에도 이렇게 쓰여 있는 경우가 없다. / 331p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2·8독립선언서」, 「3·1독립선언서」 전문을 수록함과 동시에 3·1운동의 성격과 참가자 구성, 사망자 및 부상자 수의 통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 땅의 자유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언론, 지식인들은 3·1운동을 ‘폭동’이나 ‘소요’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1910년대 조선을 통치한 데라우치 마사타케나 하세가와 요시미치 같은 무관총독이 무단통치를 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고 하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우리는 3·1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 수립의 위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점점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하지만 꼭 알아야할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대가 더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역사이기에 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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