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함께하면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경연 옮김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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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 마다 펼쳐지는 다채로운 색감과 따듯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의 그림책!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이야기, '함께'라서 좋아!

 

 

   얼마 전, 동네에서 할로윈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에서 참여한 축제라 행사 참여 차 갖가지 할로윈 분장을 한 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었지요. 4살인 제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가 이내 낯선 이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외국인들의 영어 인사에"hi." "hello."를 신나게 외치기도 했습니다. 피부색이 다르지만 또래 외국인 아이들과 손인사도 주고받고 서슴없이 다가서기도 하는 아이의 모습은 저에게 색다른 기분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아이 역시 한동안 축제 때의 흥분과 즐거움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던 걸 보면 그 날의 경험은 꽤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바로 "함께"한다는 의미가 주는 감동이겠지요?

 

 

 

   그 날의 경험덕분인지 저는 공동체와 다문화, 인종, 공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조금씩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지요. 굳이 말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꼈던 할로윈 축제의 그 날처럼, 이왕이면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리 뒤져봐도 아이의 책장에는 그러한 내용의 책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때마침 낯익은 그림체의 신간 도서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브리타 테큰트럽의 <다 같이 함께하면>입니다.

 

 

 

 

 

 

우린 모두 다르지만 하나라서 더 특별해질 수 있는 거야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그림책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아름다우며 철학적이기까지 한지 한 번씩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계절>로 먼저 만난 적 있는 브리타 테큰트럽의 그림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자연과 동물, 사람, 계절의 질감을 풍성하게 다룰 줄 아는 특유의 색채감은 이 땅의 풍요로움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합니다.

 

 

 

우린 하나하나 다 특별해.

저마다 꿈이 다를지도 몰라.

하지만 손에 손을 잡고, 모두 함께하면

우린 한 팀이야.

 

 

 

   푸른 언덕 위, 아이들이 띄워놓은 연이 하늘 위로 두둥실 날아갑니다. 아이들이 들판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새파란 하늘 위로 띄워놓았을 연을 보고 있으려니 우리 아이들의 꿈도 훨훨 날아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솟구치며 날아오르는 새처럼 말입니다. 비록 폭풍우 구름이 몰려와 거센 비가 쏟아지고, 흔들흔들 출렁이는 바다 위는 때로 위태롭지만 하나둘씩 모여든 아이들이 함께 용기를 북돋우는 합창을 하고, 서로를 격려하면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높은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삶의 색깔을 보듬으면 삶을 더 밝아질 것'이라는 글은 매우 시적이면서 아름답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세상의 모든 빛깔을 아름답게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보게 되네요.

 

 

 

너무 외로우면

큰소리로 외치는 거야.

"함께 모여 손을 잡고

행복한 한 팀이 되자!"

 

 

 

 

 

 

   <다 같이 함께하면>이 전하는 메시지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더욱 뚜렷해집니다. 두 명의 소년과 소녀에서 네 명으로 늘어나고, 또 여섯으로 늘어나면서 하나의 원을 그리기까지 인종과 성별을 불문하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천공 기법'을 이용해 책을 읽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재미와 책의 주요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4살인 저의 아이는 "엄마, 구멍이 점점 늘어나. 우아, 친구들이 엄청 많아졌어."하고 신기해하기도 했지요.

 

 

 

 

 

 

   이렇듯 책은 어느 한 페이지도 그냥 흘려보내는 법이 없이 다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브리타 테큰트럽 만의 작가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굳이 글을 읽어주지 않아도 아이가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만큼 계속 곁에 두고 보았음 하는 바람이네요. 끝으로 한 마음으로 모인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가 함께 하는 즐거움을 내내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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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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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사랑과 연애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넋두리처럼 흘려보낸 이야기들, 깊은 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그 날의 사연들이 생각나는 에세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는 것, 해주길 바라는 걸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 걸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어렵고, 모르고 지나치기 쉽고, 그리고 참 고맙다. / 83p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고? 다퉈보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니? 이런 감정, 저런 감정도 다 나눠야 그게 사랑이지."

   한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 부부는 연애시절부터 결혼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붉혀가며 다퉈본 적이 없다. 헤어지자, 네가 어쩌면 나에게 그럴 수 있어, 같은 말은 당연히 해본 적이 없다. 더러는 그런 우리들을 대단하다며 부럽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 더러는 화가 났을 때 무조건 참는 건 좋지 않다고, 못볼 꼴 볼 꼴 다 봐가면서 그렇게 서로의 밑바닥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꼭 그렇게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또 다 나눠봐야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상대가 좋아하는 것만 해주고 무조건적인 배려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다투지 않고, 서로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 상대가 싫어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고, 적당한 자기 시간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지지해주는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의 마음을 할퀴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의 저자 F 역시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는 게, 해주길 바라는 걸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 걸 하지 않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 걸 보면,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향한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

 

 

   일본 SNS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아 유명해진 작가 F. 익명으로 활동하다보니 추측상 기혼에 남자인 것까지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작가로는 이례적일만큼 일본에서는 그의 첫 책인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가 출간되자마자 전국 서점에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다고 하니 그의 글이 얼마나 많은 대중들과 교감하고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체로 남녀의 심리와 연애 혹은 사랑에 관한 글을 모아놓은 에세이다. '백 점짜리 남자의 말과 행동', '나이든 남자를 공략하는 방법', '악녀 입문법', '섹시함과 야함의 한 끗 차이' 같은 솔직하고도 재미있는 연애 상담 류의 글에서부터 '향기에 대해', '감성을 사수한다는 것'과 같은 감성적인 글도 있고, '미움받을 용기 따위 필요 없다', '부서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등과 같은 청춘을 위한 위로의 글도 수록되어 있다. 긴긴밤 나를 상념에 빠지게 하는 것들, 문득 떠오르는 스쳐지나간 인연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다짐들은 F의 글이지만 동시에 나의 것이기도 해서, 어느 한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걸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가끔씩 저급한 폭력과도 같이 우리를 엄습해온다. 이런 유의 질문에 나는 매번 머리를 감싸게 된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일수록 더 그렇다. 물론 적당히 둘러댈 이유라면 얼마든지 있다.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거나 다정한 점이 좋았다고 대꾸하면 편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런 흔한 이유는 또 다른 '생긴 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더 다정한 사람'이라는, 다시 말해 그 특징을 충분히 갖춘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을 그런 대체 가능한 사람에게 끌린 적은 결단코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좋아"가 아니다. 문득 좋아진 것이다. / 20p

 

 

우리는 "좋아한다"나 "사랑한다" 이상으로 상대방을 긍정하는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선조들은 굳이 그 이상의 단어를 만들어내려 애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유일한 진실은 보편적인 단어로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그리고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태 그대로 두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 97p

 

 

 

 

 

 

 

   책 곳곳에 삽입된 송아람 만화 작가의 그림도 책읽는 재미를 톡톡히 한다. 가볍게 연필로 쓱쓱 그린 듯한 그림체는 남녀의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연인들 사이에서 흔히들 겪게 마련인 내용이라서 공감대를 높인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이것 말곤 없다. 부서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상처 주는 것들을 잘라내고 무신경하게 살아가란 말은 아니다. 타인에게는 섬세하게, 자신에게는 둔감하게…… 결코 부서지지 않고 살아내길 바란다. / 195p

 

 

결혼의 의미라는 말은 자칫하면 거칠게 느껴진다. 의미라는 단어를 인간관계에서 쓰다니,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거기에는 의미나 이득 같은 것은 없어도 된다. 오히려 의미를 알아내고 싶어하거나 이득을 얻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누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지는 것이다.

긴 산책을 나설 때 문득 이렇게 같이 쭉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단순함으로, 삶을 결정해도 된다고 본다. / 249p

 

 

 

 

 

 

 

   저자인 F는 '사람을 오래 사귀기 위한 필요조건은 서로 정체를 잘 모르고 지낼 것, 서로를 끊임없이 배려할 것, 상대의 비참함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유머 센스를 갖출 것,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관 역시 그렇다.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야, '너' 같은 말로 상대에게 무례해지지 말 것, 상대가 해줄 수 없는 것들에 기대하기보다 우연히 마주하는 사소한 사랑스러움을 믿을 것.

 

 

 

 

 

 

   책장을 다 넘기기 전에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면 혹은 헤어진 연인들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꼭 예쁜 사랑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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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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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

 

 

   집안의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옛날에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다~' 로 운을 떼어 '그 땐 정말 잘 나갔었는데' 하는 말로 회상에 잠기다가 이내 '이러지 말 걸, 저러지 말 걸, 이렇게 해 볼 걸' 하는 후회하는 말로 귀결되는 한탄의 소리를 매번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다 지나간 이야기를 해서 뭐 하느냐고, 매번 하는 말 지겹지도 않느냐며 눙을 치기도 하지만 기력이 쇠해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이제는 더 이상 많지 않다는 생각에 빠져들면 들수록 과거의 젊음, 영광, 미처 해보지 못하는 것들에 미련이 생기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것일까. 나 역시 해보지 못한 것들에 미련이 가득한 말들을 젊은 사람들 앞에서 늘어놓을까봐 벌써부터 마음이 씁쓸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결국 몸이 변한다는 것이고 젊었을 때 '성장'으로 느꼈던 변화를 어느샌가 '쇠약해진 것'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 많은 사람이 노화를 실감하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서른 하고도 중반에 이른 나 역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몸의 변화를 곧잘 실감하곤 한다. 몸뿐만이 아니다.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기가 생각만큼 여의치 않는 것을 느낀다. 내 개인의 생활보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동년배의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는 동시에 이런 탄식을 내뱉곤 한다.

 

 

 

나이가 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나이 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의 저서 <마흔에게>를 통해 마흔이라는 문턱 앞에서 혹은 노년의 인생에 접어든 시점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고민과 해결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한다. 특히 '아들러 심리학'과 '플라톤 철학'의 대가답게 그들이 남긴 철학이 비추는 삶의 지혜를 전하면서, 한탄하거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과 어떻게 어울리며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그는 예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여전히 즐겁고 가슴 뛰는 경험이라고 고백한다. 중요한 것은 배움 앞에서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특별한 재능과 적성이 아니라 약간의 도전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기회 앞에서 '무리야', '못해'라고 말하며 주저하기를 반복한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불완전한 용기'로, 불완전한 자신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 시작한 일이니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잘하게 되는' 것의 첫걸음이라고 독려한다.

 

 

 

 

 

 

   특히 병에 걸리고 나이가 들어서 전처럼 일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현실에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나도 잘 했는데, 나이가 드니 예전 같지 않구나' 하며 자신의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어떤 순간이든 성과의 크기를 묻고 '생산성'을 기준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가치를 오로지 생산성에서 찾지 말고 몇 살이 되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를 조언한다. 얼마 전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요리점을 운영한다는 취지의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치매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어떤 상태든 그들이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뭔가 그럴 듯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마음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의 마음을 쏟을 수 있다면 병에 걸린다는 게, 나이가 든다는 게 새로운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에게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산성을 유일무이한 가치로 삼아온 사람은 일을 그만두면 나 자신에게 가치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퇴직하여 잃는 것은 소속이나 직책, 직위뿐입니다. 나이가 들어 이래저래 쇠약해졌다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있는 그래도 인정하고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좋아한다." / 190p

 

 

 

 

   이렇듯 <마흔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내리막길이 가지는 의미와 그간의 경험으로 체득한 인생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노년의 즐거움을 전하면서 동시에 부모와 자식 간에 관계 앞에서 현명해지는 법도 함께 고민해본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는 부모에게 한없이 받기만 했던 관계에서 이제는 내가 부모가 되고, 또 나의 부모의 노년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은 상태라 이 대목을 유독 관심 있게 읽은 것 같다.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부모와 자식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즉, 타자에게 평가와 인정을 바라지 않고, 자신과 부모와의 과제를 명확히 구분하며, 부모와 자식은 자신의 이상과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다. 특히 자식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적당한 거리가 매우 중요한 듯하다. 아이가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할 때 부모의 기준에서 절대로 판단하거나 나서지 말 것, 멋대로 해석을 더하거나 상상으로 행간을 메우고 아는 것처럼 말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이는 말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이는 어떤 인간 관계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라고 느낄 때는 먼저 이야기를 도중에 끊지 않는 걸 알았을 때입니다.

(…) 그 다음은 판단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입니다.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은 의견과 비평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치 있는 코멘트나 조언을 구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 224p 

 

 

 

 

 

 

 

   다람쥐는 먹이가 되는 도토리를 발견하면 구멍을 파서 여기저기에 묻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람쥐는 이내 자신이 도토리를 묻은 장소와 묻은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다람쥐가 있는 곳에 풀숲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다. 잊어버린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자라서 숲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람쥐의 습성을 통해 기시미 이치로는 '잊어버려도 괜찮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풍요로운 숲을 만들고, 다음 세대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과거를 생각하고 후회하거나, 미래를 생각하고 불안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마냥 걱정만 하고 주저앉아 있기보다 지금, 바로 여기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꽤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이 책이 마흔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노년의 인생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위안이자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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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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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느린 일상 같은 여행,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여행과 생활의 미묘한 경계에서 하루하루 쌓여가는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들!

 

 

 

   가만히 돌이켜보면 다양한 일정의 해외 패키지여행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혼자서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거창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어느 지역의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면 그 지역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무작정 끊어 떠났고, 가보고 싶은 서점이 생기면 마찬가지로 부랴부랴 새벽부터 기차역으로 출발했던 시간들. 혼자였기에 어디를 가도 상관없었고, 무얼 먹어도 상관없었으며 이후의 일정은 아무래도 좋았던,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을 때 다가오는 감동으로 몸을 떨기까지 추억들은 이상하게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업무가 많아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더 이상 꿈꾸지 못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물며 이제는 운전도 할 수 있고 마음의 여유도 더 생긴 듯한 데도 선뜻 움직이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 때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돌아다녀볼걸, 까짓것 그냥 부딪혀볼걸 하는 후회들이 더 진하게 밀려드는 요즘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닻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에서 나와 항해를 시작하라.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때문에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를 읽으며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덜컥 마음을 붙든다. '떠나고 싶어지면 그냥 떠나라. 혼자여도 괜찮다. 떠나는 데 필요한 것은 용기나 돈이 아닌 포기다. 낯선 바람을 따라나서 보면 단번에 안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인생은 그럭저럭 잘 굴어간다는 걸. 내 눈으로 그걸 확인하기까지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너무도 당연한 이치.' 라던 저자의 독려까지도.

 

 

 

또 다른 일상으로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스스로를 작가의 탈을 쓴 백수라 칭하는 6년차 프리랜서 여행작가 안혜연의 여행에세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두고 위태로운 길 위의 작가가 되기를 선택했던 그녀는 두둑한 통장 잔고보다 자유로운 공기에 취해 보내는 시간을 더 흡족해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일상 같은 여행을, 여행 같은 일상을 가만가만 기록해두었다. 파리, 피렌체, 하노이, 방콕, 사막, 제주 등. 그녀가 머물거나 다녀온 곳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색채와 감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글 안에서는 오늘의 하루를 다정히 채워주는 어떤 일상적인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무언가를 보러 간다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 그곳에서의 공기를 한껏 들이켜고 그네들의 수수한 일상을 엿보고 그저 머물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특유의 느긋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무언가를 보러 갈 때도 있다. 호기심이 일거나 어떤 장면을 보고 마음이 동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보지 않아도 흡족한 게 여행이다. 왜 꼭 뭘 봐야 한다고 생각할까? 우두커니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홀짝이며 도란도란 수다 떠는 것도 여행이고 뒷짐 진 채 슬렁슬렁 마을 산책하는 것도 여행인데! 대단한 볼거리를 봐야 여행인가? 성산일출봉에 오르고 섭지코지를 거닐고 협재해수욕장에 몸 담그고 한라산 등반을 해야 여행다운 여행을 한 걸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남들이 다 보는 거 덜 보더라도 각자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리며 생기를 되찾았다면 그걸로 됐다. 맑은 공기 한껏 들이켜고 제주도민의 수수한 일상을 엿보고 그저 머물렀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 40p

 

 

 

 

 

  산책길에 우연히 알게 된 베르갈랑 공원의 한적함, 파리의 재래시장에서 인심 좋은 콧수염 아저씨가 "치즈는 먹어봐야 안다"며 여러 가지 치즈를 맛보여주던 순간들, 오갈 데 없는 창작자들의 몸 뉠 곳을 마련해주는 예술가들의 안식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덩치에 비해 작아 보이는 목욕탕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모닝커피를 즐기는 팔자 늘어진 호이안의 아저씨들, 커피 한 잔이 무려 10만 엔 즉 100만원을 호가하는 20년 숙성 커피를 차마 다 즐길 수 없어 2천 엔으로 겨우 한 숟가락 맛보는 웃지 못할 경험까지. 때로는 숙소에서 빈대의 습격을 당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해야 하는 낯부끄러운 일까지 겪어야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하다 만난 수많은 인연들, 인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짜이 한 잔이 주는 감동, 단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들의 대낮 같은 휴식이 주는 위안이 그녀를 계속해서 이끄는 것이리라.

 

 

여행하다 만난 이들 중에서는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고 한낱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잡으려고 해서 잡히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더라. 인연은 그런 건가 보다. 이어질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끊어질 사람은 끊어내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

길 위에서 만난 당신들, 잘 지내나요? / 174p

 

 

코끼리는 야생 동물이다. 상상해보라. 화가 치밀면 사람을 짓밟을 수도 있는 야성을 지닌 코끼리가 고분고분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고 몇 사람이 올라타도 내치지 않는 데 이르기까지 코끼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존중받아야 한다. 공정여행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코끼리를 타지 않는 것, 동물학대로 이루어지는 공연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 / 201p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를 읽으며 '그 날,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던 저자의 고백과 함께 스미는 가을바람이 내내 내 맘을 살랑살랑 간질이는 기분을 느꼈다. 따뜻한 햇살이 등살을 감싸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동안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럼 이제 나의 일상은 안녕한지, 또 안녕하기 위해 나는 나에게 소소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어떤 여행 하나 정도는 선물해줄 수 있지 않을 런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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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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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나를 괴롭혀왔던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 의연해지는 법이 필요한 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살아도 충분한 삶을 위한 마음 솔루션!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 아마도 상처를 받았겠지?', '가만히 있을 걸. 왜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든 걸까'.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그날 있었던 일 중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나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 내내 그것을 곱씹느라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분명 상대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를 상상하느라 이불 속에서 내내 뒤척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털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들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으리라.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저자 양창순 의학박사는 나처럼 실수했던 장면을 필름처럼 계속해서 되감으며 돌려보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나 또한 지독한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가벼운 실수에 대해 웃어넘길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의 유연성이라고 하면 꽤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생각의 폭을 한 마디만 넓혀 딱 그만큼만 더 여유를 갖자고 말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어느새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담백한 삶은 더 가까워진다

 

 

   인간관계 심리학의 바이블로 정평이 난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양창순 의학박사가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란 제목의 책을 들고 찾아왔다. 저자가 책에서 밝히는 '담백'한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스트레스가 높을 때 우리의 뇌는 음식과 산소를 요구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자극적이고 빨리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마음이 편안할 때는 대체로 간이 덜하고 담백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찾게 된다. 따라서 담백함이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누리는 행복감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음식이든 인간관계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절제한다면 많은 부분이 심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몇 가지 매뉴얼만 생각하면 된다. 첫 번째는 열 사람을 만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사실 한두 명이 고작이듯, 내가 만나는 열 명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모두 완벽하게 성공하길 바라기보다 실수와 단점에 대해 여유로워진다면 일도 인간관계도 더 담백해지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만큼 내 이야기는 가능한 줄이고 절제하는 편이 좋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너무 애쓰며 살아가지 않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항상 자신을 몰아붙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저자는 열정과 독선, 확신과 아집이 종이 한 장 차이이듯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불필요한 것들에 발목을 잡힌 채, 생각보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을 보면서 '인간은 밖에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데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니 남이 나를 괴롭히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은 '모든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 의연해지고, 조금 더 담백하게 살아가기'가 아닐까 한다. / 68p

 

 

이 세상에 나를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겁먹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다만 상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삼으면 된다. 좋은 경험은 좋은 경험대로, 나쁜 경험은 나쁜 경험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 담백한 삶의 기술이다. / 104p

 

 

 

 

 

 

   책에서는 담백한 삶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로 아집, 나르시시즘, 자만심, 열등감을 꼽는다. 그 중 남편이 신혼 초에 외도를 했다는 문제로 십 수 년째 싸우는 부부의 상담 이야기가 유독 인상적이다. 부부는 숱한 갈등 중 모든 결론은 남편의 바람으로 귀결되어 내내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었고, 이는 아내를 끝끝내 괴롭혔다. 끝이 없는 원망과 의심, 경멸과 비난, 힐책과 수모까지. 그로 인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로 인해 아내는 지쳐갔다. 이때 저자는 그녀에게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이유는 결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님을 조심스레 이야기해준다. 남편에 대한 이해와 용서는 결코 그를 위한 일이 아님을 말해준 것이다. 특히 아집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자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해와 용서는 오직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잠재력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내게도 마음속에 새겨둘 말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로 인해 내 마음을, 내 시간을 분노로 채울 필요가 없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데 낭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적다는 점은 분명하다. / 142p

 

 

실제로 요즘 뇌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우리의 뇌세포가 더 건강해진다고 한다. 우리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는 '보상회로'가 즐거움을 관장하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회로가 더욱 많은 부위에 연결되면서 뇌가 건강하게 변하고, 삶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국내의 한 연구진이 MRI 영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 207p

 

 

 

 

 

 

   담백한 삶이란 과거와 미래에 내 자신을 뺏기지 않고 현재 이 시점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는 능력이자,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감정을 억지로 붙든 채 아등바등 살며 내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기보다 이제는 오롯이 나를 바라보고 최대한 의연해질 것, 그것이 내가 가장 나답고 건강하게 사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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