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국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시간!
일상과 고전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선생님의
진짜 수업!
수업을 모두 파하고 담임선생님의 종례 시간만을 앞두고 있을 때면 교실은 늘 들썩들썩한다. 그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들의 마음은 미묘하게 술렁인다. 이때의 마음을 아는 선생님은 우스갯소리로 "공부해. 다른 길로 새지 말고." 하고 단속하며 간단히 끝내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훈화 말씀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애꿎은 시간을 축 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조례 혹은 종례 시간에는 대부분 그날의 전달
사항이나 아이들을 단속하는 정도에 그치는 말씀이 다인지라 지금껏 이 시간을 특별하게 여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서울 중앙여자고등학교의 현직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며 <종례 시간>의 저자 김권섭 선생님은 이러한 조례와
종례 시간을 누구보다 특별하게 여긴 듯하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특히 종례는 학생들이 더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정성을 담아 마련한 '언어의 잔칫상'이라 표현한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교육'시간이자, 서너 시간의 수업과 갖가지 잡무로 지친 심신을 일으켜 학생들 마음에 다가가는 때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담임선생님과 마음을 나누고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시간은 이때뿐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우리는 그 의미를 곧잘 잊곤 했던 것 같다.
이렇듯 <종례 시간>은 각종 동서양 고전과 사회 문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훈들을 아이들에게 전해준
현식 교사의 따뜻한 가르침이 수록된 책이다. 배움은 교과서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선생님만의 '진짜 수업'을
글로 모은 것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려 있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훈은 때로 지루할 것만 같지만 과거의 인물을 통해 오늘을 살 지혜를
얻고, 다양한 고전과 문학 작품 속에서 성찰의 시간을 전하려는 선생님의 수고로움을 통해 아이들은 다정한 격려와 의지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당부의
말씀
책에는 일상의 사소한 소품과 현상들, 행위 등을 통찰함으로써 제자들에게 삶의 교훈과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들을 전한
글들이 다수 눈에 띈다. '손과 장갑' 편에서는 손이 있어야 장갑을 사듯이 내가 있어야 내게 맞는 삶을 꿈꿀 수 있음을 전하고, '코골이'
편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단점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압정'
편에서는 압정이 손으로 누르는 넓은 부분과 벽에 고착되는 못으로 이뤄진 단순한 기능을 가졌지만 어느 한 부분이 없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듯
학생들이 못에 해당하는 부분만 중요하게 여기고 넓은 부분은 무시하는, 이른바 자기가 관심 있는 영역은 최고라고 중시하지만 다른 분야는 얕보는
갇힌 사고를 염려한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저자의 생생한 교훈은 언젠가 나의 아이에게도 들려줄 만한 좋은 예인 것 같아
자주 들춰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장점은 귀울림과 같아서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그것만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이에요. 성적이 뒤처졌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학생이 있다면 자기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친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엄마나 아빠도 알아주지 않는 장점이 많을 거예요. 자기가 그렇게 장점이 많은 사람임을 확인한다면 성적이 다소 나쁘다고 해서
자기를 업신여길 이유가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될 거예요. 여러분은 누구나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 20p
청(聽)만으로 듣기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듣기는 상대방을 존경할 때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완전한 듣기는 말하는 사람이 나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으며 그래서 그의 말이 내게 꼭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듣는 행위입니다.
이를 가리켜 경청(敬聽)이라고 합니다. 경청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는 뜻입니다. (…) 자신을 바꾸고 싶은가요? 단점을 고치고 싶은가요?
경청이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 34p
국어 선생님답게 우리말이나 한자의 뜻을 풀이해 옛사람들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글들 또한 인상 깊다. '다시
살아보기'편에서는 적을 소(少)와 눈 목(目)이 합해진 글자, 살필 성(省)을 살펴본다. 이 글자는 눈을 작게 뜬 모습을 그린 것인데, 우리가
흔히 멀리 바라볼 때는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려면 눈을 작게 뜨듯 성(省)은 자기와 아주 가까이 있는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자기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는 바로 자기이며, 반성이라는 것은 타인을 향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상기하고 항상
지나간 시간을 낭비하여 쓰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옛 선조들이 날마다 하는 일을 통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단정히 붙들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바로 비녀 꽂기다.
계집 여(女)에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는 의미를 더한 것이 어미 모(母)인데, 이 글자에 비녀 꽂은 모습을 보탠 것이 늘 매(每)다. 이 글자는
비녀 꽂기가 늘 하는 행위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팔을 벌리고 선 남성을 나타내는 큰 대(大)에 비녀를 꽂은
모습을 그린 글자가 지아비 부(夫)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비녀를 꽂은 뒤에야 비로소 방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언제나를
의미하는 글자(每)에 마음 심(心)을 보탠 것이 회(悔)인데, 이 글자는 비녀로 머리를 묶듯이 마음을 붙들어 매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담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크게 뉘우칠 일이 생기기 때문에 이 글자(悔)를 뉘우칠 회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한다. 날마다 비녀를 꽂아 머리를 단정하게 하듯이 마음에 비녀를 꽂아야 한다는 옛 선조들의 가르침은 꼭 새겨둘 일인 듯하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남성 중심 사회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남성을 여성보다 우선시하는 사고가 확산되었습니다. 'ma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차적으로 '남성'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의미로 '사람들,
인류'라는 뜻풀이가 나옵니다. 남성만으로 인류 전체를 대신하는 게 온당할까요? 어느 국어학자는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살다는 뜻을 가진 '며늘'에
사람을 나타내는 '이'가 결합하여 '며느리'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 자칫하면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또한 편협하고
치우친 기준을 진리라고 믿기 쉽습니다. 비유하자면 자기는 맑은 하늘을 보았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시야를 가리는 먹구름을 본 것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 66p
"현대인들은 자기가 자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것 같아요." - 르카르 / 176p
<탈무드>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고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망가진 도자기를 손가락으로 두드려
시험해보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도자기를 만들었을 경우 손가락으로 두드려 시험해본다 이 때문에 하느님은 올바른 사람을 시험한다'는 말이다.
하느님은 합당한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고 또 시험을 하려 든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해야 할 일이 차츰 많아지고, 그것이 점점
버거워지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하고 괴로워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외부에 탓을 돌리거나 술이나 다른 무언가에 의지함으로써
잊으려하기보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사회에 나가 온갖 시험에 맞서게 될
제자들에게 사람은 시련을 넘어서 능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자기 완성에 이른다는 선생님의 이러한 말씀이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
삶은 자신에게 덮쳐 오는 고통이나 충격을 극복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 충격과 고통
앞에 무릎 꿇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큰 인물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시련을 넘어서면서 능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자기 완성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만이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해집니다. / 214p
<종례 시간>은 그 근본이 제자들에게 전하는 선생님의 당부이자 격려의 메시지이기는 하나, 사회의 큰 어른
중 한 명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좋은 말씀이 되는 책이라 생각된다.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고 싶을 때 이 책의 어느 페이지도
상관없으니 한 번씩 들춰서 자신의 상처를 쓰다듬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특히 공부에 지치고 진로에 고민하고 있을 자녀들이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꼭 선물해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