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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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냄새가 나는 펫숍 이야기!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생을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담아낸 소설!

 

 

 

   며칠 전에 충격적인 기사 하나를 보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반려동물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펫숍에서 무려 79마리의 개가 몰살한 사건이 발각된 것이다. 발견 당시에 살아있던 개들마저 추가로 죽어 그 수가 100마리에 이른다하니 경악할 만한 일이다. 깜찍하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펫숍 그 이면에 이런 잔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공연히 선의와 반려동물을 향한 따뜻한 애정으로 펫숍을 운영하고 있는 관리자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시선이 모아질까 우려되는 마음도 없지 않다.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그리 썩 달가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는 것을 보면 결국 펫숍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그라 들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펫숍을 배경으로 한 소설책 한 권이 출간되어 이목을 끈다. 일본의 아바라키 대형 홈센터 내에 자리한 유명 펫숍의 직원과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사건을 다룬 소설, <펫숍 보이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에 벌어지는 각종 의문의 사건들을 코지 미스터리 형식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나감과 동시에 펫숍을 향한 세간의 인식을 직시하여 이를 따뜻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보송보송한 강아지의 털을 쓰다듬을 때 주고받을 수 있는 서로의 다정함과 온기 같은 것이 마음속에 머무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곳은 펫숍, 한시도 조용할 틈 없는 우리의 직장으로 초대합니다

 

 

   대형 홈센터 내에 자리한 유어셀프 가미조 지점은 포유류와 열대어, 곤충에서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취급하고 있는 펫숍이다. 매장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가시와기 주임과 사무직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여직원 마키타, 카운터에서 손님과 친근감 있는 대화를 곧잘 나누는 아카이, 긴 금발 머리에 수의사를 목표로 하다 중퇴한 엄청난 동물 애호가이자 동물박사인 아르바이트생 고타, 평범한 대학생으로 고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가쿠토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홈센터에서 근무하는 엄마가 일이 끝나기 전까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와 반려동물과 교감하기를 좋아하는 꼬마 유리, 직원들에게 늘 잔소리를 하는 깐깐한 영감이지만 말장난하기를 좋아하고 특유의 연륜으로 매장 사정을 누구보다도 훤히 꿰뚫고 있는 호프만 씨, 반려동물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따뜻한 심성의 수의사 세가와 아야메 선생님, 항상 고양이 통조림을 사가는 브라운 씨 등 저마다 사연을 지닌 채 이곳 펫숍을 드나드는 주요 단골손님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꼬마 유리와 이름이 똑같은 잉꼬유리가 "유리, 주거"하고 섬뜩한 말을 내뱉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가쿠토는 이 일로 인해 크게 상심을 한 꼬마 유리를 겨우 달래기는 했지만, 고타와 가쿠토는 누가 잉꼬유리에게 그토록 험악한 말을 가르쳐 유리에게 상처를 주려 한 것인지 그 진상을 조사하기로 한다. 때마침 유리의 엄마가 가쿠토에게 최근에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으며 메일을 통해 자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기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는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이 전혀 무관해보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더욱이 동물에게 이토록 잔인한 말을 가르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를 용서할 수 없다. 이렇듯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고 상처받은 유리에게 다시 웃음을 주고픈 펫숍 직원들의 노력을 그려나감으로써 독자들에게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는 물론, 동물과 인간의 교감 속에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새는 마치 마음이 서로 통한 것처럼 보였다.

펫숍에서 일하며 정말로 큰 보람을 느낄 때는 바로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인연이 탄생하는 순간. / 66p

 

 

 



 

 

 

   한편 바빠진 펫숍에 두 달간 회계 담당 직원으로 파견 나온 시카다 마코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펫숍 직원들에게 냉랭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펫숍을 아주 싫어한다고. 가시와기와 고타, 가쿠토는 펫숍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마저 거부감을 느끼는 그녀에게 자신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반려동물들을 대하며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펫숍을 운영하고 고객을 응대하는지 알려주려 애쓴다. 이후에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 속에서도 펫숍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펫숍이란 무엇이며, 세상의 비난과 편견 속에서 펫숍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의의를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무엇보다 인간과 동물은 공생할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시카다 씨, 우리는 세가와 선생님처럼 동물의 목숨을 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똑같이 프로 정신을 지니고 일해. 개체를 입양 보낼 때마다 부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염원한다고. 그런 과정에서 손님에게 시달려도 좋으니까 기를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집요하게 전달해. 말하고 보니 우리와 펫숍의 동물들을 공생 관계네." / 115p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 394p 

 

 

 



 

 

 

   이처럼 <펫숍 보이즈>는 코지 미스터리 형식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감으로써 읽는 재미를, 인간과 동물의 공생 관계를 이해하고 편견을 풀어가며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만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프리터', 이렇다 할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취준생들, 갖가지 오해로 인해 등을 돌려버린 연인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청춘의 뜨거운 성장을 응원한다.

 

 

 

단지 세상을 살다보면 지나가는 비처럼 갑작스럽게 악의가 덮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그 누구도 비옷이나 우산을 갖고 있지 않아서, 악의가 사라지고 나서도 흠뻑 젖은 몸은 녹초가 되어 까딱 잘못하면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그게 꽤 오래가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고타에게는 시로타로가 우산이었을지도 몰랐다. 돌아오면 함께 놀자고 희망을 주고 웃는 얼굴을 가르쳐주었으니까. / 303p

 

 

"혼자서 끙끙 앓지 말게나. 실패를 감추는 것은 큰 잘못이지만 아직 만회할 수 있을 걸세. 도망치는 건 어떤 동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호프만 씨는 구멍이라도 뚫을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인간뿐이잖나." / 370p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고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마침 우리 가까이에 있는 펫숍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어서 남다르게 읽힌 듯하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의 이웃 같은 이 청년들의 따뜻한 성장 스토리만으로도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 하나 얻은 기분이다. 이제 곧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려나, 이 소설로 인해 한층 봄이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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