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 잡는 아이 밥상 - <유아식판식> 봉봉날다의 밥 잘 먹는 아이 만드는 특급 노하우!
김주연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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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안 먹는 우리 아이 편식하지 않고 잘 먹는 아이로 거듭나는 비법!

가족의 밥 먹는 풍경을 달라지게 만들어줄 공감 육아 요리서!

 

 

   나는 오늘도 3살 된 아들에게 "요리 못 하는 엄마라서 미안하다!"를 속으로 외치고 있는 초보 엄마다. 부끄럽게도 결혼 전에 된장찌개 한번 제대로 끓여보지 못한 채로 시집을 왔지만, 타박하지 않고 해주는 것 먹고 알아서 밖에서 해결하고 와주는 신랑 덕분에 부족한 요리 실력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이유식에 들어갈 시기가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이마저 대충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인 까닭이었다. 그때부터 여러 책을 뒤적이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가며 손수 육수를 내고 매번 다른 재료들을 넣어서 정성껏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요리 실력도 미약하게나마 느는 듯했다.

 

 

 

   문제는 유아식에 들어가면서 시작되었는데, 이유식 때 워낙 다양한 재료를 접해본 까닭에 특별히 거부감 없이 잘 먹던 아이가 두 돌 무렵부터 이맛살을 찌푸리며 반찬을 뱉어내거나 적당히 먹었다 싶으면 일부를 남긴 채로 식탁 의자에서 내려오려 떼를 쓰는 것이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어린이집에서는 밥을 두 그릇 이상 먹고 김치에 깍두기에 있는 것 없는 것 다 잘 먹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내가 해준 반찬이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괜한 자괴감에 그때부터 내가 잘 하지 못하거나 하기 어려운 반찬들은 반찬가게에서 사오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들 위주의 식단을 챙기기 시작했다. 집에서 못 먹어 본 반찬들은 어린이집에서나 외식할 때 먹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때문에 아이가 밥상을 거부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나는 계속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걸까 한편으로 걱정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뭔가 변화를 찾아야만 할 것 같았다.

 

 

 

 

 

 

   네이버 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서 '봉봉날다 엄마일기'를 연재하며 엄마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저자의 <편식 잡는 아이 밥상>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라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한 대표 육아 커뮤니티에서 연재를 한 데다 다수의 육아서를 출간한 경험까지 있으니 우리 아이의 편식 잡는 습관을 들이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매일 같이 끝이 보이지 않을 밥상 전쟁을 치르고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의 사정을 공감하듯, 위로하듯 편식이 심했던 아이와의 사정을 진솔하게 써나감과 동시에 편식하지 않는 아이로 거듭나게 하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편식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지독하게도 먹지 않으려 하는 아이에게 안 해본 것 없이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고 굶겨도 보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입이 짧고 먹는 것에 욕심이 없는 아이에겐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잘 먹지 않는 모습이 자신과 남편을 꼭 닮아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밥 안 먹고 편식하는 여자와 밥 안 먹고 군것질하는 남자가 만나 아이를 낳았으니 아이 역시 밥을 거부하고 심한 편식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일단 부부가 함께 식습관을 바꾸고,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해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안 좋은 음식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일을 우선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내 아이를 자세히 관찰하여 먹지 않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주변의 말들이나 잠깐 편하고 싶은 마음에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단호함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안 좋은 음식들을 하나씩 제거해주는 게 우선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하지 못한 음식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 노출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바로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잠깐 편하고 싶은 마음에 부모 스스로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게 되면 그 후에 감당해야 하는 결과는 생각 이상으로 크고 힘들지도 모른다. / 25p

 

 

 

   아이가 편식을 하는 원인으로 저자는 아이의 기질에 따른 다양한 유형을 언급한다. 섬세하고 예민하여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 강압적인 식사 분위기가 힘겨운 아이, 모유나 우유의 의존도가 높은 아이, 심리적 혹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 등 여러 유형에 따라 대처하는 법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에게는 반드시 억지로 먹이지 않을 것을 권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아이 입에 억지로 넣는 순간 아이의 섬세한 감각 기관이 들고 일어나 강하게 거부하려 들 것이고 이것이 오랫동안 아이의 기억에 남아 아예 음식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건 먹고, 먹기 싫은 건 먹지 않을 기본 권리가 내 아이에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힘겨운 아이의 경우에는 우리 집 식사 분위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잘 먹는 것보다, 편식하지 않는 것보다, 즐거운 식사가 기본이며 '집밥'에 대한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이 아이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억지로 먹이는 일이다. 오감이 발달하고 섬세한 아이일수록 억지로 입안에 들어온 음식에 대한 불쾌감이 오래 남으며, 심할 경우 그 음식과 영영 이별하는 사태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억지로 입안에 들어온 음식에 대한 단 한 번의 경험으로 그 음식만 보면 괴로운 감정을 떠올리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모든 감각이 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단단히 기억한다. / 34p

 

 

'일단 먹고 뱉기'는 아이가 맛의 즐거움을 서서히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을 알고, 그 음식을 또 먹고 싶어 하기도 했다. 물론 뱉거나 빼놓았던 음식을 영영 포기한 건 아니었다. 일단 음식을 골라내고 나면 아이가 먹기 힘들어 하는 음식이 뭔지, 어떤 조리법을 싫어하는지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 음식은 아이가 좋아하는 형태로 바꿔서 조리해 재도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안 먹던 음식을 제법 잘 먹게 되기도 하는 기적이 따라와 주었다.

아이에게 스스로 싫은 음식을 골라내거나 뱉어낼 수 있는 자유를 줘보자. 그다음 엄마는 골라놓은 그 음식을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된다. / 53p

 

 

 

   책에는 편식을 잡기 위한 9가지 방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외식과 간식 줄이기, 냉장고 정리하기, 매일 다른 재료로 색다른 요리에 도전해보기, 유아식판식 하기, 안 먹는 재료, 하루 한 번 구경시켜주기, 오감놀이&요리놀이 하기, 부부간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우리 집 식문화 함께 개선하기, 직접 채소를 키워보기, 놀면서 즐겁게 밥 먹는 법을 순차적으로 설명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마트에 가서 아이가 직접 자신이 먹을 예쁜 식판을 고르게 하고, 그날 요리할 재료를 아이와 함께 골라보는 방법이었다. 또 아이가 직접 식재료를 다듬어보고 오감놀이 등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그것이 음식이 되어 자신의 밥상 위로 올라오는 과정을 참여할 수 있게 해보라는 저자의 조언은 꼭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책을 읽은 후, 나는 아들이 어린이집을 하원 하는 길에 함께 마트에 들러 애호박을 직접 고르게 하고, 계산도 한 뒤 집에 돌아와서는 유아용 앞치마를 매고 케이크 자를 때 쓰는 칼을 이용해 잘라보게 해보았다. 아들은 신이 나서 끝까지 본인이 직접 자르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고 책의 뒷편에 수록된 '편식 잡는 아이 반찬 레시피' 중 새우젓호박볶음을 함께 만들어보았다. 불 앞은 위험해서 멀찍이 떨어져있게 했는데 그 사이 어린이집에서 사용한 식판을 자신이 설거지하겠다고 나서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을 뿐더러, 그날 밥상에 올려준 새우젓호박볶음을 다 먹었다. 평소에는 흐물거리는 호박의 느낌이 싫어서 뱉어내곤 했는데, 이날은 맛있다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먹어주었다. 이 사소한 경험 하나가 아이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식판 한 칸은 무조건 '도전의 칸'으로 정했다. 아이가 절대로 먹지 않는 반찬을 올리는 칸이다. 산나물, 마늘종, 미나리무침, 연근조림, 우엉 등 아이의 거부가 심한 반찬들을 올렸다. 처음에 아이는 그쪽에는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 "나 이거 안 먹는데 왜 줬어?"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그럽게 말했다. "어, 식판 칸이 남아서 준거야. 먹기 싫으면 그냥 구경만 해도 돼." 아이는 정말 구경만 하고 끝냈다. 나도 괜찮았다. 어차피 구경하라고 올린 반찬이니까…(중략)… '싫어하는 음식 매일 구경하기'를 바녹하다 보면 강한 거부감도 어느 순간 익숙함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 78p

 

 

 

   끝으로 저자는 밥상 위에서 "뱉지 마", "밥 안 먹으면 버릴 거야", "밥 먹고 나면 맛있는 사탕 줄게"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특히 밥을 안 먹으면 버린다는 식의 협박은 언젠가 아이 스스로 먹기 싫은 밥은 버려도 된다고 여기게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밥을 먹고 나서 아이가 좋아하는 군것질을 주겠다는 약속은 부모 스스로가 달콤한 군것질이 아이의 목표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며, 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요즘, 밥을 먹을 때에도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주고 밥을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단호하게 영상물과 스마트 기기를 끊고 식사의 즐거움만 느끼게 해주기를 조언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잠시 부모가 편하자고 하는 행동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오히려 아이의 습관을 망치고 부모의 고민만 더욱 지연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을 유념해야겠다.

 

 

 

 

 

 

   <편식 잡는 아이 밥상>은 오늘도 매일같이 밥상 앞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좋은 처방전 같은 책이었다. 더불어 만들어보기 쉽고 맛좋은 반찬 레시피도 수록되어 있어 이를 참고해 아이 식단을 보다 다채롭게 구성해볼 수 있는 것 또한 좋았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욱 많았던 만큼 내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아이의 편식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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