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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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이유있는 골목길 경제학에 관한 고찰!

사람과 돈이 모이는 '대한민국 도시 미래'의 해답을 찾다!  

 

 

 

  언제부턴가 SNS의 해시태그를 선점한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일이 낯설지 않다. 카페나 식당, 명소, 가볼 만한 곳을 따로 검색할 것도 없이 특정 시기에 유독 사진과 글이 자주 노출되는 장소가 있다 싶으면 '요즘 여기가 뜨는 곳이래' 라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빈번히 듣게 된다. 그렇게 자주 노출이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소들은 대개 남다른 감각의 인테리어와 분위기, 아름다운 비주얼을 자랑하는 음식과 디저트, 희소성이 높다고 느껴지는 이색적인 컨셉과 다채로운 이벤트로 공감각적인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며 고객을 사로잡는다. 이런 핫플레이스들이 특정 장소에 밀집되는 현상과 함께 개성 있는 편집숍과 소규모 공방 및 화방들이 사이사이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그곳이 'OO길', 'OO 거리'라고 불리며 하나의 문화권으로 형성되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 하더라도 김광석 거리와 앞산 카페 골목, 근대문화거리가 이른바 '핫플레이스의 성지'이자 '거리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대구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간 백화점과 쇼핑점을 중심으로 한 동성로에 모든 자본과 소비가 집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양한 거리 문화의 조성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곳곳에 정밀한 스토리텔링이 배제된 어설픈 접근으로 일단 분위기만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의 허울뿐인 거리 및 골목길의 조성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과 돈을 모으기 위한 도시의 발전에 거리와 골목 문화 혹은 이들 상권이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과열된 거리 조성을 막고 보다 만족도 높은 거리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진중한 고찰과 적절한 방안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트랜드 세터, 골목길에 주목하라!  

 

 

   <골목길 자본론>은 도시 고유의 매력을 어떻게 라이프스타일로 발전시키는가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으며, 특히 골목길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모종린 교수의 지적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그는 예술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골목 상권에 주목하며 지금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미래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트랜드 세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빈민촌 형성과 아파트 주거 문화의 발전이 골목길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중반부터 홍대를 중심으로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지방 도시에까지 골목 문화가 확산되어 이제는 도심 대로변 상권과 경쟁하는 주요 상권이자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 기반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게 된 까닭이다.

 

 

 

여유롭게 걸으면서 흥미로운 작은 가게들의 특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길. 골목의 길이와 동네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골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가게만 있다면 50미터의 짧은 길이라도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독점할 수 있다. 바로 그런 곳이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골목이 아닐까. / 26p

 

 

 

   그런 점에서 <골목길 자본론>은 1장에서 왜 골목길에 사람이 모이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골목길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2장에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이 골목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구현한 홍대 문화와 《뉴욕타임스》가 2017년에 꼭 가봐야 할 52개의 장소 중 하나로 주목한 부산을 조명한다. 더불어 일본의 소도시 도야마시가 보여주는 콤팩트시티의 예를 통해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로 진입한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접목해야 할 사례 중 하나임을 언급한다. 이어 3장에서는 도시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위협하는 듀플리케이션을 막고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조건들을 설명한다. 이를 테면 유동인구를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스타벅스 임팩트나 전통 가옥의 매력을 복원하고자하는 상하이, 전통 보전과 교육을 통해 뚜렷한 역사관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위대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시킨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를 예로 든다.

 

 

 

 

 

 

   4장에서는 골목을 골목답게 만드는 정체성과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죽도해변을 중심으로 서퍼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한 서핑마을과 성수동의 소셜벤처밸리, 작가의 도시 브루클린이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특색 있는 문화를 완성해 성공한 사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북카페를 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기에 독립출판사과 독립서점, 지역 문학 공동체가 상생하는 문화가 다채롭게 형성되길 바라는 바이다. 대형 서점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체험 제공, 맞춤형 도서 추천, 상품의 다변화, 지역 공동체 구축을 통해 정체성이 뚜렷한 골목 문화가 형성되고 이러한 상권이 도시 문화를 주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독립출판은 이제 시작 단계다. 서점, 출판사, 작가, 소비자를 연결하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발굴해야만 독립출판이 대규모 상업출판과 경쟁할 만큼 성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독립서점과 독립출판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중략)… 과연 홍대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독립서점과 독립 출판사가 영업하는 장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의미의 브루클린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독서를 즐기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 지역 문학 공동체가 작가의 도시 브루클린을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219p

 

 

 

 

 

 

느림과 진정성의 미학

 

 

   5장에서는 장인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골목 자본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는 책의 저자가 여러 장에 걸쳐서 강조하는 것으로, 소상공인 역량 강화보다는 소규모 융자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 등 보호 중심의 소상공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를 꼬집으며 인력 양성 체계의 변화를 통한 장인 정신 문화 양성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성심당이 단연 눈에 띤다. 단순 베이커리 상점이 아닌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음식문화거리를 완성하고, 독립 베이커리 발전과 전문가 양성에 힘을 쓰고 있으며 지역 공헌 사업에까지 앞장 서는 그들의 모습은 탈물질주의 시대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업 모델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6장에서는 상권 활성화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면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건물주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는 가게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주목한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정부가 나서서 기존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규제 지지자가 원하는 대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신중하고도 공정한 정부의 접근을 요구하며 공공재 제공의 역할을 보다 더 강조한다. 청년창업 지원 시설, 예술가 작업장과 공연장, 저임대료 주택 등 골목길이 보유한 문화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시설 투자, 무엇보다 장인 가게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느림과 진정성의 미학을 담은 골목 문화, 골목 장인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골목길 정책을 모색하는 7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국내 모든 도시의 절실한 과제는 구도심의 재생과 정상화다. 현실적으로 골목상권 활성화 외에는 구도심에 창조인재를 유치하고, 창조산업을 개척할 방도가 없다. 일정 수준의 젠트리피게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원도심 재생은 불가능하다. 낙후된 원도심에 필요한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해야 할 질병이 아닌 이 지역을 창조도시로 탈바꿈할 묘약으로 활용하는 실용주의 철학이다. / 305p

 

 

우리의 골목길은 미래 인재와 여행자를 두고 세계의 다른 골목길과 경쟁한다. 계속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골목문화의 생산자인 창조적인 문화예술인과 지역사업가를 불러 모아야 하고, 골목문화의 소비자인 여행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까운 아시아만 해도 도쿄, 상하이, 홍콩 등 경쟁 상대가 만만치 않다. 결국 이들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골목산업을 보다 개성 있고 품격 있는 문화산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 387p

 

 

 

   <골목길 자본론>은 인테리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으로 인해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여서 더욱 흥미로운 책이었다. 디자인이 도시 문화와 발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학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 책은 전혀 거부감이 없이 잘 읽혔고, 도시 발전과 문화 경쟁력에 관한 상식을 쌓을 수 있어서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골목상권에 참여하는 주체들에 대한 역량 강화 지원과 공공재 투자를 이끄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바란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정부와 민관 협력체 모두가 지금의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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