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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
이지성.스토리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평점 :

고전 속에 길이 있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복잡한 현실을 극복하고 나아갈
인생에 해답을 찾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계 발전 중심의 산업에서 인간
중심의 기계 산업 시대로 변화하면서 기업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타인과 공감하여 소통할 줄 알면서
회복탄력성이 높은 인재들이 곧 미래형 인재들이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곳곳에서 인문학을 다룬 다양한 강의와 매체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알쓸신잡'을 비롯하여 '어쩌다 어른'과 같은 특강 형식의 방송을 통해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와 친숙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서점가에도 이와 관련된 도서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내 아이를 위해 알아야 할 부모 인문학을 비롯하여 어린이가 읽는 인문학, 걷기, 커피, 투자자를 위한 인문학까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인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인문학을 통해 삶에 대한 고민과 상처들을 치유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혼란과 오류로 점철된 사회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삶에 대한 고민과 상처들, 문사철을 통해 해답을 찾다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익히 알려진 저자 이지성의 신간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 역시 캄캄한 인생길 앞에서 헤매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인문 고전 독서로 해답 찾기를 권하는 인문학 책이자
자기계발서이다. 인문 고전 독서의 바이블로 정평이 난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인문 고전 독서의 힘과 그 중요성을 원론적인 입장에서
강조했다면, 이번 책의 경우에는 풀리지 않는 현실의 문제들에 고민하고 답답해하는 세 명의 주인공이 문사철을 만나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극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란 우연히 직장 상사의 비리를 알게 되어 이를 바로 잡으려다 도리어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위기에 처한 제갈대로, 선배로부터 디자인을 도용당한 유명환, 손님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인 카페 주인 한방인으로 이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남성들의 애환과 말못할 속사정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직장 생활 속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들에게 길을 알려줄 인생 멘토와 같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던 중이었다. 그때 제갈대로가 직장 내
동기인 주리를 통해 문사철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방인의 카페에서 우연히 옛 스승인 멘토 황희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셋은 문사철이라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된다.
이쯤에서 이 책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 바로 문사철이란 무엇인가일 것이다.
문사철이란, 문학적 감수성과 역사를 통해 얻는 지혜, 깊이 있는 질문과 사유에서 나오는 철학을 아우르는 말로 쉽게 말해 '문학, 역사, 철학'의
줄임말이다. 이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축적한 지식이자 인문학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흔히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테면
리더십의 고전이자 소통과 실천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오긍의 <정관정요>, 국가와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한 애사심과 사명감을 생각하게
해주는 플라톤의 <국가>, 자본주의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는 방법을 느낄 수 있는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서설>, 사람은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 지글러의 <인간의 길을
가다>에 이르는 비교적 최근작까지. 여기에서 황희 선생님은 세 청년들에게 이와 같은 고전을 추천하여 읽게 한 다음,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대화 방식을 통해 그 안에서 각자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하세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원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하는 것을 가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중략)… "좋은 질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죠. 질문의 질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고 할까요. 질문은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워주지요." / 40p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하잖아요? 고전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죠. 지금 내
삶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비추어 재조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당대 사회가 지녔던 문제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모색해보는 거예요. 아무 문제의식 없이 읽는다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예요. 정확한 목표 없이 소일거리로 읽는다면 아마 지루해서
한 장도 읽지 못할걸요." / 51p
"좋은 글을 읽는 것도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도 모두 도를 닦는 방법 중에 하나일
거예요. 그것을 궁리라고 해요. 무엇인가를 행하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 실천으로 옮기잖아요. 궁리를 많이 한다는 것은 자기 행동도 많이
살펴본다는 거예요." / 135p
사실 고전의 좋은 점이야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이라하면 일단 막막함,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나만 하더라도 읽는 다음에 생각을 바로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고전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니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세 청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책을 전부 읽는 것조차 어려움을 토할 정도로 처음에는 막막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한 권씩, 한
권씩 읽어나가며 점차 인문 고전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아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동에 변화를 꾀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시작의 두려움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깨달음이 꽤나 가치 있게 느껴진다. 고전에 대한 딱딱하고도 진지한 담론 대신 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의 글을 쓴 것 역시 인문학을 어렵지 않게 느끼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행복은 가만히 있는다고 오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길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자기를 세우고 자기가 생각한 옳은 방법을 실천하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성현들의 생각이겠지요. 중용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간을 뜻하는 것은 아니에요. 중용이란 우리가 하려는 행동의 가장 참되고 변하지 않는 이치를 말해요." / 138p
윤선도가 유배지에서 쓴 시를 보면 자연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도 있지요. 물론
자기 위안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신념이 있는 이들에게 장소가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자리가 중요했을까요?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을.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어때요?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배지가 아닐까요? 어떤 이에게는 한없이 힘든 곳이고 어떤 이에게는 자기를 갈고 다듬는 수양의 장이 되니 말이에요." / 238p
책 속에서 '고전의 훌륭한 말도 제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책 속의 갇힌 글자일 뿐'이라는 말이 유독 인상에 남는다.
저자 이지성은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을 통해 독서란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체화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정관정요>를 쓴 오긍 역시 아는 것이 어려운 데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어렵고,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지키는 게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천을 이끄는 힘을 지녔기에 더 큰 의미를 지닌 고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문사철의 마지막 과정을 봉사라고 하신 거군요. 봉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데 문사철의 기본 사상도 '사랑'이잖아요. 그리고 봉사에는 사람과의 소통이 있어요. 문사철에서
말하는 내용도 결국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지요. 우리는 봉사를 하는 동안 그들과 힘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낄 수 있지요.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어요." / 310p
시중에 나온 많은 인문학 책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설명에 비해 이 또한 상당히 까다롭게 읽혔던 것과 달리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은 소설의 구성을 지닌 대화체 형식을 글을 통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책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그 소설의 구성이란 게 미화적인 면이 많아서 진부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문사철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하며 자기 안에서 혁명을 도모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는 점에서 만큼은 좋은 자기계발서의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 책에 실린 많은 고전 중에 어찌 읽은 책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인지 좀 부끄러워진다. 책에 수록된
고전을 찾아 꼭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