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평점 :

'영화 씹어먹기'로
고교자퇴생에서 UC버클리 명문대생이 된 영어 훈련 노하우!
영어 한 편 반복 훈련으로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이는 실전
영어 학습법!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영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낸 지 오래였다. 직장에서 근무를 할 때 외국인 고객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눠야했던 일을 제외하곤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전무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고야 말았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아이가 영어 동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들리는 단어나 회화를 따라 하기도 하고, 영어 동요를 부르다가 막히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가 종종 생겨나는 것이었다. 귀와 입이 열려있지 않은 엄마로 인해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아직 아이가 어리니 이 틈에 엄마인 내가 먼저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떤 교재로,
무엇부터 공부를 해야 하나. 이제 와서 문법부터 공부할 수도 없고, 수능 공부하듯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일에 매달릴 수는 더더욱 없었다. 단어
공부부터 해야 하나, 회화 공부를 해야 하나,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기초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시중에 영어 관련 도서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어떤 책을 골라서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찰나였다. 마침 '영화 한 편'으로 시작해 영어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그럼에도 참신한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끌었다. 제목도 독특하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란다.
고교자퇴생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기까지
저자는 'wait a second'를 '기다려, 하나 둘'이라고 해석할 만큼 반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아이,
영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아이였다. 공부는커녕 복싱에 관심을 가졌고, 학교 짱과의 싸움에 휘말린 뒤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영어로 동시에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세계적인 명문대 UC버클리의 학생이며, 동시에 영어 강사가 되었다. 너무나 상반된
이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서도 자퇴생이 된 아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셨던 부모와 그 마음을 뒤늦게야 깨달은 저자는
다시 공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중 그의 흥미를 끈 과목이 있었으니 그것이 뜻밖에도 영어였다고. 시중에 나온 다양한 영어 공부법에
대해 알아보다가 그와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영화를 보며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이때 처음 고른 영화가
바로 애니메이션 <라푼젤>이었다.
영화 씹어먹기의 시작은 일단 어떤 영화를 고르는가가 핵심인데, 저자는 <라푼젤>과 같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까닭에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을 뿐더러 대사가 깔끔하게 들린다는
장점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대사가 일반 영화의 대사만큼 실제 영어 소리와 거의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갓난아이가 부모의 또박또박한 말투를 통해
처음 말을 배우는 것처럼 첫 영화 씹어먹기는 분명한 말투와 대사의 전달력이 높은 애니메이션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더
붙이자면 애니메이션은 화면 속 상황이 대사와 딱딱 맞아떨어지다보니 자막을 보지 않아도 대사의 뜻을 유추할 수 있고 그러면서 문법과 단어를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라푼젤>을 무자막 상태로 재생하면서 영화 대사를 정확히 듣는 데 집중했다. 처음엔 10개는
고사하고 100개 중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문장의 경우 900번에서 1000번 가량이나 반복하고 또 반복해 들을 정도로
집요하게 대사를 들었고, 그 이후에는 그 대사를 따라 말했다고 한다. 이때 대사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는 문장을
익힌다기보다 소리 자체를 스캔해 낸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대사를 반복해서 듣기, 그리고 반복해서 따라 말하기.
이것이 그가 한 공부 방법의 핵심이었고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그러는 사이 따로 암기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영어 문법이 이해되고, 아는 단어도 많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시작한 공부법이 그에게 큰 흥미를 주었고, 영어 공부에 완전히
푹 빠져 버렸다는 점이었다.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받을 때는 현재 시제는 뭐고 현재완료 시제는 뭔지, 이 문장에서
이 단어는 무슨 뜻이고 저 단어는 무슨 뜻인지 암기해야 했죠. 반면, 영화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할 때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화면
속 상황을 보면 등장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지 미래를 예상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말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 26p
저자는 <라푼젤>에 이어 <슈퍼배드>, <미운 오리 새끼와 랫소의 모험>, 이 세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씹어먹기를 한 다음, 일반 영화로 넘어갔다. 일반 영화들 중에 그가 제일 처음 고른 영화는
<타이타닉>이었는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좋아했던 영화였기에 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그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씹어먹기를 한 끝에 이제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아도 모든 대사가 잘 들릴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일반 영화는 기대만큼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일반 영화의 대사는 어린이용인 애니메이션의 대사보다 덜 또박또박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애니메이션을 볼 때보다도 더욱 영어 소리의 특성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한국어와 구별되는 영어만의 발성, 강세, 리듬에 더욱
집중하면서 보다 실전 영어에 가까이 다가가며 애니메이션을 볼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대사를 반복해서 듣고 또 반복해서 따라 말했다. 이어
<어거스트 러쉬>를 보며 또 한번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 이르자, 그는 놀랍게도 한국 영화의 한국어 대사를 듣고
있는 것처럼 영어 귀가 완전히 트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며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고작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닥치고 듣기! 영어 듣기가 되어야만 영어 말하기도
된다
영화 씹어먹기를 통해 영어 훈련을 한 끝에 저자가 강조해마지 않는 것은 바로 영어 훈련의 기본은 '듣기'에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우리 뇌, 그리고 영어 소리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이가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게 되기까지 아이의 뇌는 '엄마'라는
단어를 듣고(소리 듣기), '엄마'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소리 이해하기),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며(소리 내기), '엄마'라는
단어를 운동 피질에 저장하기(소리 저장하기)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국어를 익힐 때는 듣기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외국어를 익힐 때도 이와 같은 순서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듣기부터 시작해야 새로운 언어를 유창하게 익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영어 공부에 매달려왔음에도 아직까지 대화 조차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애초에 접근부터 잘못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절차적 기억을 쌓아야 하고, 절차적 기억을 쌓으려면 실제로 영어를
훈련해야 하고, 실제로 영어를 훈련하려면 영어 듣기부터 해야 한다. / 65p
진짜 문제는 이미 영어를 배울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라, 예전에 모국어를 습득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방식으로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모국어를 습득했을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외국어를 습득하면 됩니다. 듣기부터 한
다음에 말하기를 하고, 귀와 입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 씹어먹기이기도 하죠. / 192p
이렇듯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는 나와 같이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중점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해 매우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조언들이 수록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영어
훈련법에 주목하기도 하면서, 고교자퇴생이 영어를 극복하고 능통해짐으로써 미국 명문대생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가 영화 씹어먹기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여느 유학생보다 유창하고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결국 인내와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을 통해 보여준 그의 노력은 영어에 자신이 없거나 늦었다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자극과 동기가 될 만한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 주었다.
제가 여러분에게 강조 드립니다. 여러분이 똑똑하지 않다면, 돈이 많지 않다면,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럴수록 오히려 영어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영어를 정복하세요. 영어는 그런 조건들을 하나도 갖추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니까요. / 212p
시중에 나와 있는 별별 영어 학습법을 다 써봤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의 방법을 한 번쯤은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 역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선택해 늦기 전에 얼른 도전해볼 생각이다. 이게 되겠어? 하던 생각이 이게 되네? 하는
기적을 나 또한 맞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