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상식사전 - 내 안의 바리스타를 위한
트리스탄 스티븐슨 지음, 정영은 옮김 / 길벗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마시면 커피가 더 좋아질 것이다!

커피의 역사부터 커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커피학 입문서! 

 

 

 

   끊어질 듯 연약하지만 험난한 여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만들어지는 완벽한 한 잔의 아름다움. 피곤에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한 잔의 여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다. 세상에 이만큼 중독성 깊은 음료가 또 있을까. 정성들여 내린 커피 한 잔도,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 한 잔도 모두가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어서 반드시 하루에 한 잔은 꼭 찾게 된다. 내게 있어 캔 커피는 학창 시절 아침잠을 견디게 해주는 보약 같은 존재였고, 커피를 마시자는 것인지 설탕 시럽을 마시자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잔뜩 시럽을 넣어 마시는 난감한 기호를 가졌을 때도 있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열정적으로 찾게 되는 것은 역시 커피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비롯하여 다양한 이색 카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다양성과 맛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에 들린 카페에서는 인도네시아와 엘살바도르, 케냐산 원두 중에 직접 기호에 맞게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원산지에 따라 산미와 풍미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자연스레 뒤따르다보니 '아, 매일 마시는 커피인데 나도 알고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커피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커피 입문자가 읽기에 부담이 없고 커피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정보가 가득한 책을 선별한 끝에 <커피 상식사전>을 선택하게 되었다.

 

 

   <커피 상식사전>은 제이미 올리버와 함께 일을 시작하여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바 있으며, 영국에서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커피에 관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한 트리스탄 스티븐스의 저서이다. 책에는 커피의 역사부터 홈메이드 레시피까지 흥미로운 커피 이야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커피의 원산지, 로스팅 과정, 추출법에 관한 중요한 정보까지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커피를 이해하는 단계를 7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커피의 역사에 얽힌 재미난 뒷이야기를 시작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본 다음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스프레소가 탄생하는 원리와 머신, 에스프레소를 더욱 매력적으로 마시는 법까지 소개한다. 이어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담긴 모든 생산 과정과 향기로운 커피의 향을 만들어내는 로스팅 과정에 대해서 알아본다. 또한 분쇄의 기술을 통해 커피 맛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추출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맛의 비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만큼이나 커피에 얽힌 역사는 특히 흥미롭다. 정치, 언론, 과학, 문학, 경제 등 우리 생활 및 인류 발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피를 즐기던 장소에서는 끊임없이 혁신적인 사고방식이 태어났고, 계급제도에 대한 저항이 나타났으며, 교육과 토론이 꽃을 피웠다. 커피의 영향으로 혁명이나 내전, 봉기가 발생하기도 했던 까닭에 심한 경우 커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커피를 처음 발견한 이는 칼디라는 젊은 에티오피아 목동이라고 한다. 염소를 돌보는 일을 했던 목동은 한 식물의 잎사귀와 빨간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유난히 힘차게 뛰노는 광경을 보고 자신이 그것을 직접 먹어보았더니 정신이 번쩍 들며 힘이 펄펄 났다고 한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약물, 즉 카페인은 이렇게 한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예멘의 도시 모카의 성벽 밖으로 추방된 오마르라는 남자가 우연히 커피나무의 열매를 먹었고, 그 덕에 힘을 얻어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후 커피는 아랍에서 밤샘 기도가 필요한 종교의식에 자주 활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교와 함께 퍼져나갔고, 오스만 제국은 예멘을 정복하면서 커피의 높은 상품성을 깨닫고는 다른 지역에서 커피가 재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커피 수출을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씨앗을 몰래 빼냈고, 이렇게 반출된 커피는 인도와 투르크를 거쳐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가 즐겨 찾는 카페의 시초는 커피하우스로,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런던에서 문을 열었다. 존 스타키는 당시의 커피하우스 문화에 대해서 "커피하우스에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곳에는 정해진 자리가 없으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의자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다. 평등이라는 이러한 위대한 특권은 인류의 황금시대와 커피하우스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데, 그만큼 커피하우스는 정치와 사회, 과학 등 지식이 넘쳐나던 1페니 대학이라 불릴 만큼 영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사실 이 때의 커피는 '끓인 잿물', '말 씻긴 물 맛이 나는 술', '뜨거운 지옥의 국물'이라 표현될 정도로 그 맛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 같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유럽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0년 전이다. 커피가 대서양을 건너 신세계에 전해진 지는 고작 30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 동안 커피는 놀랍도록 많은 일을 해냈다. 국가의 형성, 노예제도, 거대 무역회사의 탄생, 주요 언론지의 등장 그리고 현재 국제경제 구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금융기관의 설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요컨대 커피가 남긴 유산은 정치, 언론, 과학, 문학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 15p

 

 

커피는 정신을 맑게 해 대화와 토론을 활성화시켰다. 1674년 무명의 한 영국 시인은 커피를 일컬어 "아픈 속을 낫게 하고, 천재를 더욱 기민하게 하며, 기억을 돕고, 슬픈 이를 되살리며, 기운을 북돋는, 그러나 취하지는 않는, 엄숙하고 건전한 술"이라고 칭송했다. 이것이 영국에서 커피하우스가 유행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다. / 21p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가 만나는 커피의 시작은 씨앗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인의 커피를 책임지는 씨앗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나뉘는데, 상업 재배 커피 중 70%가량이 아라비카 종으로 대부분의 경작지에서 수확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로부스타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으로 카페인 함량이 높아서 병충해에 강하며 재배면적당 수확량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풍미가 떨어지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아라비카 종은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으며 로부스타에 비해 섬세하고 미묘한 맛을 선사하고, 커피의 스타일에 있어서도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커피가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수확, 건조 후 탈곡, 품질 평가, 결점두 선별, 샘플 작업, 포장 작업 등 많은 이들의 땀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알기 위해서는 커피나무의 특징, 커피의 종류뿐 아니라 커피 재배를 위한 식민지 노동자들의 애환까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은 커피를 커피답게 만드는 로스팅 기술과 커피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분쇄와 추출 과정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맛과 멋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12가지 커피 추출법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한다. 각 챕터 뒤에는 '아포가토', '에스프레소 마티니', '버터커피', '펌프킨 스파이스 라테', '커피 리큐어' 등 스페셜로 만들어보면 좋을 홈메이트 팁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으니 따라해봄직 할 듯하다. 책의 마지막 특별부록에는 지식과 교양을 갖출 수 있는 커피 3종 상식을 다루고 있는데 지도로 보는 커피 생산국과 생산국별 특징, 타이피카나 버번 등 커피 품종별 특징을 비롯하여 각종 커피 용어도 소개하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 이렇듯 <커피 상식사전>은 바리스타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입문자에게도, 커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삼아 읽어보기 좋을 것 같다.

 

 

 

 

   그간 몰랐던 커피에 관한 상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역시, 알고마시면 더 좋은 법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