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 모든 것은 마드리드에서 시작됐다
마멘 산체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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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 폐간을 막기 위한 다섯 여인의 유쾌한 범죄 코미디!

시종일관 예기치 못한 전말과 좌충우돌 스토리의 매력에 빠져들다! 

 

 

 

   만약 내가 몸을 담고 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면? 보스의 아들이 그 충격적인 비보를 들고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날아오고 있다면?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당장 생계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단 미뤄두고, 어떻게 하면 보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먼저 궁리하게 되지 않을까. 혹 이렇다 할 수단이 없다면 보스의 주변에 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서 이 일이 관심에서 제외되길 바라거나, 그의 아들이 타고 있을 비행기의 사고 소식 따위를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잡지사 <리브라르테>를 숙명처럼 여기며 몸담았던 다섯 명의 여직원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영국의 출판 명문 크라프츠먼사에서 파견된 보스의 후계자, 애티커스가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이 잡지사를 폐간시키기 위해 마드리드로 향하고 있다는 비보였다. 큰 키에 잘생긴 금발 머리를 한 이 영국 사내의 출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은 머리를 맞대고 잘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해야만 했다. 이미 소설은 크라프츠먼사의 보스인 말로가 마드리드 경찰인 만체고 경위에게 아들의 실종을 신고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과연 애티커스는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일까, 그의 실종에 정말로 그녀들이 연루된 것일까. 만체고의 시선을 따라 애티커스의 행방을 쫓아가다보면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이렇듯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은 갑자기 마드리드에서 종적을 감춘 애티커스의 행방을 쫓아가는 추리 및 범죄소설의 형식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소설, 추리 소설이라 하기에는 어딘지 우스꽝스럽고 엉뚱 발랄한 매력들이 다분하다. 소설은 애티커스가 사라진 경위를 추적하면서도 <리브라르테>의 다섯 여인들, 만체고 경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을 매우 유쾌하면서 사랑스럽게 펼쳐나간다. 특히 50대가 되도록 모태솔로 노처녀로 살고 있는 편집장 베르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경력기자 아순시온, 잡지사의 경리를 담당하는 똑순이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 가계를 책임지며 살아온 탓에 사랑받으며 살기를 원하는 위기의 주부 마리아, 애정 넘치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늘 조바심을 느끼는 가비,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갖춘 매력 넘치는 신입기자 솔레아의 이야기는 때로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때로는 나와 내 이웃 여성들의 고민을 들을 때처럼 공감을 산다.

 

 

 

둘은 말없이 와인만 홀짝였다.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어떤 문제를 두고 딱히 해결책은 모색하지 않고 그저 몇 시간씩 대화만 나눌 수도 있다. 다음 행보를 계획하지 않고 그저 입안이 마르고 눈물이 멈추고 눈동자가 아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될 때까지 주야장천 수다만 떠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서 헤어지면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는 것이다. / 164p

 

 

 

   실종 사건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건의 전말이 유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뒷 내용을 쓸 수는 없지만, 폐간을 막기 위한 다섯 여인의 좌충우돌 이야기와 허당미 넘치는 캐릭터들의 반전미가 어우러진 이 책은 여성들이 더욱 선호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여성 작가이다 보니 여성들의 고민이나 습성을 잘 다루고 있음은 물론, 로맨스 소설처럼 곳곳에 녹아든 러브 스토리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영국과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상반되는 풍토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습성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국적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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