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양장) - 개정증보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꿈과 이상, 뒤틀린 열정의 초상을 담은 20세기 최고의 고전!

젊은 날의 욕망, 맹목적인 사랑의 현신 개츠비의 ‘위대함’이 살아 숨 쉬다!

 

 

   인간의 삶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쫓는 기나긴 여정이다. 돈과 사랑, 성취와 신념, 자유와 용기 등 저마다의 기준에서 가장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끔 하는가. <위대한 개츠비>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는 단연, 오늘날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목록 중 가장 윗부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가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이름처럼 위대한 작가의 분신으로 남아 오늘날 더욱더 많이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를 수식하는 ‘위대함’이라는 이 엄숙하고 경이로운 단어 앞에는 늘 의문이 붙는다. 왜 ‘위대한’ 개츠비인가.

 

 

 

세속적인 가치 너머로 빛나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

 

 

   개츠비는 바다 너머에서 작게 빛나는 녹색 불빛 하나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채권맨으로 동부 뉴욕의 웨스트 에그로 온 닉 캐러웨이는 호화스러운 저택에 사는 이웃 개츠비의 그런 모습을 우연히 바라보게 된다. 닉이 사촌 데이지와 그녀의 부유한 남편 톰 뷰캐넌을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밤이었다. 그해 여름,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연일 화려한 파티가 열렸고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까닭에 닉은 개츠비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공식적인 초대장을 보내온 개츠비로부터 초대된 닉은 그와 마주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둥, 전쟁 중 독일 스파이였다는 둥, 실체를 알 수 없는 개츠비를 둘러싼 초대객들의 무수한 소문으로 인해 닉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그러던 가운데 닉은 자신과 남녀의 감정을 나누고 있는 골프 선수 베이커를 통해 개츠비는 8년 전에 그의 사촌인 데이지의 연인이었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닉은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열렬한 그리움을 알게 되면서 그녀와 재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개츠비가 이뤄온 부와 성공이 오직 그녀를 얻기 위한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작별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나는 개츠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다시 나타난 것을 보았는데, 마치 그가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의 가치에 대한 옅은 의심이 일어난 것 같았다. 거의 오 년이었다! 심지어 그날 오후 데이지가 그의 꿈의 일부를 혼란스럽게 했다 해도 틀림없이 그것은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이 가진 거대한 생명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넘어서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창조적 열정을 가지고 그 자신을 환상 속에 던졌고, 계속해서 더해갔으며, 그의 길 위에 표류된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아무리 많은 불길과 새로움으로도 한 남자가 자신의 유령 같은 마음에 축적하려는 것에 도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 158p

 

 

 

   애석하게도 개츠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한 데이지는 돈처럼 즉시 쓰여질 수 있는 힘을 보다 더 믿는 속물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남편인 톰이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정부를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유한 재산에 머물러있는 쪽을 택해 왔다. 한때의 연인이자 백만장자가 되어 돌아온 개츠비의 등장은 그녀로 하여금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렇듯 부와 성공이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개츠비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배경을 사랑하든, 그를 사랑하였든 이미 인생을 걸고 그녀에게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탄 개츠비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어느 여름 오후에 개츠비와 닉, 베이커, 톰과 데이지는 함께 시내로 나갔다가 비운의 사고를 겪게 되고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위험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고 만다.

 

 

 

   무능하고 실패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제임스 개츠에서 제이 개츠비로 이름을 바꿔 살아온 그의 인생 여정이 쓸쓸하게 막을 내리는 과정은 이 위선적이고 비정한 현실에 대한 씁쓸한 여운을 안겨준다. 닉이 개츠비에게 “자넨 그 모든 빌어먹을 작자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네.” 라고 말하며 경의를 표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왜 개츠비의 이름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위대한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자본주의 욕망 앞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의 열망을 쫓는 개츠비를 통해 인간 본연의 위대함을 형상화하여 20세기를 뛰어넘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돈이 목적이 되어버린 물질 만능의 시대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우리가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것들에게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계속해서 회자될 것이다.

 

 

 

불친절하지만 가장 실제적인 문장의 가치를 빛낸 번역서

 

 

   사실 이 작품의 완성도는 이러한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묘사와 문체로 문학적 가치와 질을 높이는 아름다운 문장에 있다. 닉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내면에 숨겨진 은밀한 욕망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한 문장들은 문학적 가치를 한층 높인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작업은 역시 번역자에게 있을 것인데, 따로 역자 노트를 마련하면서까지 이에 많은 공을 들인 듯한 이 책은 보다 직역에 힘을 기울여 실제적인 문장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의 완성도를 언급하지만 유독 이 부분에 강조를 아끼지 않는 것에, 나는 이례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소장하고 있던 다른 출판사의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두고 읽는 수고를 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번역자의 친절함이 가미된 의역이 문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사실이나, 불친절하기는 하지만 이정서의 번역으로 탄생된 문장이 보다 강렬하고 실제적인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다고 느꼈다. 특히,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묘사한 문장과 마지막 장면은 다른 번역서들보다 완곡하지만 감동적이다.

 

 

 

그의 가슴은 데이지의 흰 얼굴이 그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점점 더 빠르게 고동쳤다. 그가 이 아가씨에게 키스하고, 그의 순전한 비전을 그녀의 변하기 쉬운 숨결에 영원히 합치시켰을 때, 그의 마음이 결코 신의 생각처럼 다시 즐겁게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별이 연주하는 음차를 한순간이라도 더 듣기 위해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았을 때 그녀는 꽃처럼 그에게 피어났고 생은 완벽했다. / 182p

 

 

개츠비는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그 풋풋한 불빛을, 그 절정의 미래를 믿었었다. 그때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우리의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고…… 그리고 어느 날 좋은 아침…….

그렇게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 / 289p

 

 

 

   <위대한 개츠비> 속 인물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문득, 우리가 위대하다고 표현하면서까지 데이지를 사랑한 개츠비 역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려져 있을 뿐, 상류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바다 너머에서 작게 빛나는 녹색 불빛 하나를 쫓던 개츠비처럼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가슴 속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녹색 불빛 하나를 내내 쫓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 아닐까. 다만 기꺼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개츠비처럼 그 과정 속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기를, 그리고 그곳으로 나아가기를 바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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