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심리학 -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토니 험프리스 지음, 이한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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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참 자아를 찾아 자유롭고 단단한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계발서!

 

 

  요즘 들어 세 살 된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아이의 감정에 따라 나의 감정이 지나치게 동요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간 웬만한 갈등과 상처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음으로써 겉으로는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나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이렇듯 빈번하게 발생하는 감정소모에 인내심은 사라지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예민해지기 일쑤며 심지어 나 자신을 왜곡하는 심리적인 문제가 종종 발견되었다. 스스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 이르렀음을 직감한 것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 사회 전체의 정서를 위협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매체와 책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키워드가 바로 ‘자존감’인 듯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임상 심리학자인 토니 험프리스의 <자존감 심리학>은 보다 근원적인 자존감의 정체성을 들여다봄으로써 진정한 자존감의 회복을 이끌어주는 심리서이자 자기계발서인 듯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이나 행동의 어떤 측면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 깊다.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숨겨왔던 것들을 드러내고 끌어안아주는 일을 통해 온전한 나를 찾는 것에서부터 자존감 회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자아 표현을 방해하는 것들

 

 

   저자는 참 자아의 뿌리를 유아기에서 찾는다. 유아는 감정과 몸이 항상 정직하고 충실하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려는 유아의 욕구는 신성한 자기 근원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며, 어른들이 이것을 존중해줄 때야 건강한 자존감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참 자아로 존재하지 못하는 현상은 유아기에서 시작되어 나이가 들수록 더 깊고 빠르게 진행된다. 자아 표현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강하게 오래 지속되는가에 따라 그 부정성의 정도가 결정된다.

 

 

유아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항상 감정과 관련해서 이해될 수 있다. 유아의 행동 중에서 우둔하거나 부정적이거나 무의미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유아가 지닌 지혜를 제대로 알아보는 어른이 별로 없다. 간혹 부모는 자녀의 어떤 행동에 거친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이것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부모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자녀는 내면의 안정감을 쌓을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 28p

 

 

   공격성, 비난, 변덕, 경쟁심, 과잉보호, 수동성, 조급함 등은 어른과 아이들이 비슷하게 경험하는 전형적인 방해 행동이다. 참 자아에 대한 위협은 사랑 표현에 인색하여 지지 행동이 없을 때도 일어난다. 신체를 왜곡하거나, 지적 표현을 비난하고, 자연스러운 표현과 같은 선천적인 욕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방해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격려하기보다 순응을 권하는 사회적인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사회적인 존재로써 가족, 학교, 종교, 직장 내에서 자아를 그늘지게 하는 다양한 문화가 한 개인과 공동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문화가 긍정적이고 힘이 있으며 창조적일 때, 모든 구성원에게 풍부한 가능성이 열린다. 건강한 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개성을 표현하고 창조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건강한 문화는 집단의 영향을 인정하고 모든 구성원을 배려하며 공동 책임을 보장하는 사회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문화는 구성원들이 서로 교감하고 조화를 이루는 공동 책임과 협동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과 집단 간의 권리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일수록 친밀감의 수준도 그만큼 높다. / 67p

 

 

참 자아와 그림자 자아

 

 

  안타깝게도 자아를 그늘지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나가려는 적극적인 태도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장애물을 만들게 된다. 때문에 우리의 참 자아는 그림자 안에 교묘히 숨어 있게 된다. 이는 일종의 방어수단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되어 다양하게 작동한다. 저자는 흔히들 공격적인 대응, 수동적인 대응, 수동공격적인 대응, 환상적 대응, 망상적인 대응 같은 다섯 가지 방어 전략을 이용하여 참 자아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숨긴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내가 숨을 때 다른 이들도 숨음으로써 모두가 진실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림자 자아가 보여주는 나의 잠재의식을 읽어내는 데 있다. 이 책에 의하면, 그간 나는 “내가 배려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배려 받고 싶은 나의 욕구가 투시된 결과”였다. 또한 저자가 제시한 그림자의 이름표를 통해 자아의 모습을 깊이 관찰해보면 내가 나 자신을 평소에 어떻게 묘사하는지, 잠재의식 속에 숨겨진 참 자아의 본 모습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이때 우리가 도전해야 할 것은 의식적인 그림자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적인 그림자 아래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즉, 저자는 부정하고 있는 약점과 맞붙어야만 자아와 다른 사람들과의 합일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의식적인 행동 밑에는 잠재의식 차원의 문제가 존재한다. 앞서 든 사례에서 비난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 상황에서 도전해야 할 과제는 공격적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비평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만약 타인의 비난을 나에 대한 정보를 얻는 정도로 이해한다면, 위협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공격적인 그림자 행동을 없앨 수 있다. 보호 장치로 작용하는 공격적인 행동은 치유해야 할 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 114p

 

 

자아를 깨닫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행동의 어떤 측면을 바꾸는 게 아니다. 방어 행동은 건전하고 신성한 목적으로 개발되었기에 이런 행동을 제거하려 하는 것 자체가 그림자 행동이 된다. 그림자 자아는 변화의 대상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감당해온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끌어안아야 한다. 우리의 과제는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온 것을 깨닫고 표현하는 것이다. / 174p

 

 

 

 

 

자존감 회복에 좋은 연습

 

 

  자존감을 회복하고 높이기 위해서 단숨에 나의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서 말한 대로 자아 바꾸기가 아니라 그림자 자아 속에 숨겨진 잠재의식을 읽어내고 그것을 끌어안음으로써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강하게 공감하는 몇 가지 핵심적인 긍정의 말을 준비하여 위기의 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의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일러준다. 이 외에도 요통, 두통, 비만, 체중 미달, 위통, 가슴앓이와 같은 질병이나 신체 증상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하루를 끝낼 무렵에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는 습관을 들여서 직관을 기르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감정을 배려하되 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진실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근본적으로는 어릴 적부터 안정되고 조건 없는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있다 보니 이 점에서 나는 물론,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다 절실하게 깨달았다.

 

 

개인성은 성숙한 가정을 이루는 초석이다. 스스로 개인성을 실현한 부모는 자녀로부터 비슷한 특성을 찾아 길러줄 수 있다. 더불어 부모는 자녀가 주변의 다양한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 제도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아이가 가정 바깥의 세계에 적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응하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믿음과 활동을 부모가 모범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문화의 어두운 측면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독립심과 분별력, 자아 깨닫기를 위협하는 어둠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 222p

 

 

   저자는 어른이건 아이건 누구나 각자의 특별함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너는 있는 그대로 특별하단다”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더 용기를 주는 일은 없다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자존감 회복의 초석이라고 말이다. 무엇이 나의 진짜 모습일까, 진짜 내 마음을 표현하기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나는 과연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있을까와 같이 정서적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을 나와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 정도만이라도 괜찮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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