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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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은 무엇인가?

왜곡과 의식 부재에 정면으로 맞선 김진명의 날카로운 역사추적기!

 

 

 

  E. H. 카의 유명한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 또는 ‘과거의 사실과 현재 역사가의 대화’라고 정의하였다. 다시 말해 지나간 과거는 현재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뜻으로, 이는 현재의 역사가들을 통해 생산된 역사담론과 지식이 현실 사회에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과거의 사실 그 자체만큼이나 역사가들은 물론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대중들의 역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의 저자 김진명 역시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통해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도 장님이 된다’고 말했다. 작가라면 시대의 현안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바로 시대의 현안은 역사를 통해서만 드러내기 때문이다. 역사의식에 대한 부재, 왜곡된 사실과 가치관, 반성 없는 과거사 앞에 진화란 있을 수 없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고구려>까지 소설가 김진명이 끊임없이 ‘역사’에 천착한 글쓰기를 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역사 속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을 추적한 작가, 김진명

 

  알다시피 작가 김진명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소설가이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우리 역사에 담긴 비밀과 진실을 소설의 감각을 빌어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그간 출간된 작품들을 쭉 살펴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경계를 알 수 없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역사 앞에 날카로운 칼날을 드리우고 뚜렷한 문제의식과 예리한 논증을 통해 우리 시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역사 앞에서 보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그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 가령 <황태자비 납치사건>에서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숨겨진 참혹한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려 했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한반도의 핵문제를 제기하였으며 <1026>을 통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뒤에 감쳐진 내막들을 파헤침은 물론, <몽유도원>을 통해 광개토대왕비에 숨겨진 비밀을 모티브로 임나일본부설의 조작된 역사적 허위를 고발하기도 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후 20년 넘게 소설을 써보면서, 두 가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제 작업의 두 축이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와 취재입니다. / 4p

 

 

  김진명은 거대하고 오래된 우리 역사 앞에서 단순히 책만으로는 역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역사의 현장을 찾아 원하는 자료를 발굴하고,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했다. 그가 부단히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자신의 민낯을 내보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바로 이러한 25년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의 노력과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된 갖가지 한국사의 비밀을 담은 만화책이자 또 다른 형태의 역사책이다. 그가 특별히 만화의 형식을 선택한 것은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읽힘과 동시에 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셈이었다. 덕분에 2015년 새로운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역사의 진실을 아는 일, 그리고 그것을 바로 세우는 일’을 목표로 카카오에서 진행한 스토리펀딩이 무려 3천여 명의 독자 후원을 달성하였고, 당시 연재 내용이 이 책으로 탄생하게 됨과 동시에 전국 도서관으로 무료 배포되기까지 하였으니 그의 의지에 독자들이 기꺼이 화답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 7대 미스터리로 본, 역사는 무엇을 말하는가?

 

  책은 총 7가지의 화두를 내던진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국호 한(韓)의 비밀’로 이 나라의 이름이 왜 한국인지, 우리가 왜 한국인인지, 한(韓)이라는 글자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해나간다. 한(韓)의 근원을 쫓는 일이란 우리 민족의 근간을 이해하는 일이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가장 선행되어야 할 주제였음에 틀림없다. 두 번째는 ‘광개토태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통해 일본의 임나일본부 조작의 역사를 파헤친다.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며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작한 임나일본부는 과거 진위를 의심받는 역사책 속에나 존재했던 나라, 임나가 한반도 안에서 백제, 신라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고, 일본이 임나에 ‘일본부’라는 관청을 두어 관리했다는 설이다. 일본은 이 설을 광개토태왕비 속 흔적이 사라진 세 글자에 자의적으로 뜻을 끼워 맞춰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억지 주장에 대해 한국의 학자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정설로 받아들인 것이 ‘석회도말론’인데 작가 김진명은 이 석회도말론을 비상식적인 논리로 규정하였다. 자국의 학자들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근거와 규명을 할 수 없다면 찬성할 수 없었던 그는 집념을 발휘한 끝에 마침내 사라진 세 글 자 중 한 글자인 동(東)자를 찾아내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몽유도원>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었음을 밝힌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또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밝혀진 일본의 잔혹한 행위와 무자비한 역사 조작이 지닌 위험성을 알리려한 끝에 탄생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임나일본부와 같은 역사 조작은 단순한 학문의 영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역사 조작이 무서운 것은, 이것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결국은 침략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시 군국 일본은 광개토태왕비를 악용해 임나일본부라는 말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기 땅을 되찾는다는 명분을 세웠고, 이에 따라 많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침탈하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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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박정희 죽음의 진실’ 편에서는 대통령의 죽음 뒤에 숨겨진 존재를 추적해나간다. 단순히 김재규의 우발적 살인으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문들을 재구성해가며, 한미 관계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그림자를 들춰낸다. 이는 개인적으로 김진명 소설에 입문하게 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서 제기되었던 핵개발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니 보다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에서는 최근 김정남 살인 사건으로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북한 문제와 밀접한 주제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즉, 김정은이 과연 북한의 실질적인 일인자가 맞는 것인가 의문을 품음으로써 북한 권력구조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해나간다. 철옹성과 같은 북한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방법은 없지만 그간의 숙청과정과 권력다툼을 통해 결코 김정은을 절대권력자로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김정남을 살인한 배후 세력에 북한 당국자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이라 그의 추리가 꽤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책은 ‘이성계의 함흥차사 속에 숨은 사연’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막고 역사를 왜곡하는가를 보여준다. 이어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 편을 통해서는 한자의 기원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알리는 놀라운 설을 통해 중국 고대사에 대한 재해석과 공자의 춘추사관으로 왜곡당한 우리 한국사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렇듯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작가가 그간 의문을 품고 추적해온 한국사의 숨겨진 비밀과 그것을 취재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이면의 조각들을 독자들에게 내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가 과연 진짜 역사일까, 그간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역사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가 밝히는 비밀들이 모두가 진실이라고 할 수 없고 이 조차 하나의 가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승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 뒷면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을 품는 그의 자세를 통해,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역사의식과 아울러 민족에 대한 주체성과 자긍심을 부단히 지녀야 할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나는 우리 역사의 진정한 문제점은 과거의 기록을 상실했다는 사실에 못지않게 이 사회의 역사의식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 500년간 이웃 나라인 중국을 하늘로 보는 춘추사관, 이어진 일본의 지배와 식민사관, 그 후 군사독재를 겪으며 우리는 성숙한 문화적 내면적 의식을 크게 상실하고 현실적 가치에만 눈이 먼 채 인간을 너무나 왜소하게 보도록 길들여져 있다.

“돈이 최고”라든지 “돈 없으면 죽는다”는 등으로 표피적 현실에만 눈을 뜨고 있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역사는 눈앞의 물질보다 오히려 삶을 훨씬 가치 있게 하고 자신감을 북돋운다. 또한 사물을 정확하고 본질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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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를 읽으며 김진명 작가가 지닌 역사에 대한 소명 의식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그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계기도 되었다. 때로는 역사에 지나치게 천착한 그의 글쓰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사명감을 갖고 대중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그의 시도에 많은 독자들이 화답하고 더욱 응원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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