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생텍쥐페리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시간들!

정여울 작가의 깊은 감수성과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 만난 감성 에세이!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작가, 생텍쥐페리

 

  평생 비행 조종사로 하늘을 날며 하늘이라는 드넓은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운 남자, 생텍쥐페리. 그의 이야기는 비행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늘의 길을 택했던 그의 모험이 만들어낸 유산이다. 수많은 사물들이, 상념의 존재들이 사유의 틈을 내어주지 않을 때 오롯이 하늘과 별과, 산과 구름을 보며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이 위대한 작가는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글로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길들이고 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인간의 대지>, <전투 조종사> 등등의 작품을 통해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따스한 정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인간에게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닫힌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일상생활에 전혀 쓸모없을지라도 광활한 은하수와 바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 성채 중에서 -

생텍쥐페리에게는 하늘이야말로 그런 ‘창조성의 여백’이었다.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쓸모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 진정 제멋대로인 상상의 공간. 그 텅 빈 하늘의 여백이 생텍쥐페리로 하여금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서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 16p~17p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

 

  작가 정여울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바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특별한 눈으로 보고 마침내 스스로 별이 된 생텍쥐페리를 기억하며, 그의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생의 아포리즘들을 기록하고 성찰한 감성에세이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겨울 때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그의 문장을 떠올린다.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그의 빛나는 문장들을 보며 자신의 삶과 나아가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글을 써내려간다. 이런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참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 더욱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에서 미처 읽지 못한 메시지들을 해석하는 그녀의 남다른 응시와 사유가 작품을 읽는 시야를 넓혀준다. 중요한 것은 생텍쥐페리를 통해 소통하는 법,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데 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했던 생텍쥐페리처럼 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의 소통은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너와 다른 사람은 나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를 풍요롭게 한다. 그 사람과 나의 만남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각자의 존재일 때보다 더 높은 무언가가 된다. - 전투 조종사 중에서 -

너와 나의 다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타락하지 않는다. (…중략…) 이런 깨달음은 주로 책을 읽을 때에 얻게 된다. 나에게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내면의 극장이다. 책 속의 행간이 바로 영혼이 숨 쉬는 곳이다. 지은이와 대화할 수 있는 행간의 여백이 책 읽기의 눈부신 기쁨을 자아낸다. / 24p~25p

 

 

당신의 빛나는 생의 의지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생텍쥐페리의 작품 중 완독한 것은 <어린 왕자> 뿐이지만,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반드시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해가 가능하며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만나본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중 <야간 비행>의 어느 문장이 참 인상적이다.

 

 

탁자에 팔꿈치를 괸 채 등잔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농부는 자기의 소망을 누군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자기의 소망이 빛을 품고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등잔이 자기 집의 초라한 식탁만을 밝혀준다고 생각하지만, 절망하듯 비틀거리며 타오르는 그 불빛의 깜빡임을 누군가는 먼 곳에서 바라보며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 야간 비행 중에서-

당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좌절하지 말라. 당신이 이룬 것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자책하지 말라. 당신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내 가장 아름다운 불빛의 신호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를 찾아 끝없이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 42p~43p

 

 

  <야간 비행>은 광막한 밤의 세계를 날며 홀로 싸우는 비행사들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무한으로 펼쳐진 하늘, 캄캄한 밤하늘을 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랫동안 불빛 없는 하늘을 날다 우연히 눈에 늘어온 농가의 불빛을 바라본 순간, 비록 농부에게는 초라한 식탁을 비출 램프일지라도 조종사의 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의 신호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빛은 조종사에게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생의 의지와 다름없다. 이에 대해 작가 정여울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단면을 바라본다. 나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그녀의 글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이렇듯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깊은 상념에 빠져 잠 못 이룰 때,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어 헤맬 때, 관계와 소유로부터 이기적인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 한 번씩 들추어보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마음의 눈을 빌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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