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나’와 ‘나를 넘어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나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희망의 아름다운 글귀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의미로 존재하는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심연>을 마주하는 시간은 이렇듯 나를 바라보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깨닫고, 나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유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성찰에 관한 내용인 만큼 꽤나 집중을 요하는 독서였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마치 깊은 동굴에 들어가 있다가 빛을 찾아 성큼성큼 걸어 나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심연>은 체험으로 얻은 진리, 어원이나 신화 속에서 드러나는 선인들의 가르침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형식의 글이다. 이 책은 고독, 관조, 자각, 용기를 주제로 한 28개의 아포리즘을 통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한 여정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한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만의 임무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임무란 무엇일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육아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 ‘가족의 행복’이 내가 추구하는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지만 어디 그 뿐일까. 한동안 나는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임무가 무엇인지는 잊고 지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내고 있느라 나다운 삶이 무엇이며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도 모르고 지낼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자신에게 유일한 임무와 길을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내를 가지고 자신을 응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수는 “천국은 밭에 감추인 보화다”라고 단언한다. 천국은 죽은 다음에 가는 장소가 아니라 바로 여기, 농부가 매일매일 일구는 밭,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고 씨를 뿌리고 거두는 그 삶의 터전이다. 다만 감추어져 있어서 그 안에 든 보화를 우리가 모를 뿐이다. 그 보화를 발견하는 훈련이 바로 ‘생각’이다. / 126p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 속에서 나의 임무를 발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생각’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 생각에 전념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생각을 떠나 타인의 평가와 기준에 맞춰서 살아온 지 오래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생각, 사유, 성찰을 통해 내면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임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자신의 임무를 찾아냈다면 이제 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응시해야 하는 것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응시의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담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시선이 아닌 새롭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184p

 

  마지막 4부에서는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힘으로 용기, 열정, 믿음 등을 언급한다. 단어들만 봤을 때는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은 없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열정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열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한 때여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내 평생 가장 열정적이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앞으로 열정을 쏟아부을만한 기회가 내게도 주어질까. 레이디가가의 인터뷰를 언급한 내용이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열정이 무엇인가를 항상 상기시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던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결국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 전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미국 팝가수 레이디가가는 어릴 적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제가 커서 무엇이 될지 몰랐어요. 그러나 저는 지나치게 용감하고 싶었고, 온 우주에 열정이 무엇인가를 항상 상기시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열정이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열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 253p


  오랜만에 철학적이고 자기성찰의 아포리즘들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참 겸허해진다. 아이의 감정을 헤아리는 게 쉽지 않은 육아생활 속에서 불쑥불쑥 올라오곤 하는 화를 다독이지 못해 한동안 마음이 불안한 상태였는데, 위로도 받고 깨달음도 얻을 게 많았던 책이어서 안정을 얻은 것 같다. 들끓는 감정을 위무하고 나를 깨우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 이 <심연>이라는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아침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통해 하루를 시작한다는 저자처럼 독서와 그것을 갈무리 하는 글쓰기로나마 내 생각을 자주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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