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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평점 :

타샤 튜더 할머니에게서 배우는 행복의 조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잘 아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머릿수건을 쓰고 색 바랜 긴 드레스에 옥양목 앞치마를 두른 외양과, 마치 19세기 어느 농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정원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 타샤 튜더. 책 속에는 일평생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살고자 했던 그녀의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고, 다정하지만 고집스럽게 일군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은 짧기에 오롯이 즐겨야 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즐기며 살고자 했던 그녀의 태도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또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 21p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캐머마일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 61p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미국 버몬트주의 깊은 산골에서 30만 평에 이르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100권에 가까운 그림책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진 타샤 튜더의 자전 에세이다. 19세기 생활 방식을 좋아해서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며, 일 년 내내 씨앗과 구근을 심고 꽃을 가꾸어 자급자족하는 삶으로 부지런히 일군 시간들이 사계절 속에서 유유히 펼쳐진다. 책을 읽다 보면 타샤 튜더가 예쁨덩어리라 표현하는 강아지 코기, 오래된 질그릇에서 잠드는 눈이 하나뿐인 고양이 녀석, 눈 내린 뒤에 레이스처럼 흔적을 남긴 새들의 발자국, 고양이가 그르렁대는 소리와 비슷해서 어쩐지 위안이 되는 물레질, 크리스마스 전야에 열렸던 인형들의 파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덕분에 그 안에서 내 마음까지 한가로운 듯 평온해진다.
카누에는 묘하게 원시적인 구석이 있다. 아비(물새의 일종-옮긴이)가 노래 부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 아주 오래전, 내 전생의 뭔가를 살살 흔드는 느낌. / 131p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 142p
나는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 / 142p
영국에는 이런 옛말이 있다. ‘과일도 없고 꽃도 없고 나뭇잎도 없고 새도 없는 11월’ 밭과 정원 일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때다. 실내에서 가정과 난로를 즐기는 계절. 내 친구들은 11월이면 뜨개질과 퀄트를 하느라 야단이다. 난롯가와 한 잔의 차를 만끽하는 때이기도 하다.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다.’ / 144p


유독 마음이 어지러운 때여서일까.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전원생활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마음에 큰 안식을 느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기답게 인생을 가꾸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사느라 몸과 마음이 피로할 때, 행복해지고 싶은데 내 삶이 불행하기만 한 것 같을 때, 이제껏 열심히 애쓰며 살아온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영혼인 타샤 튜더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