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장의 유령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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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아름답고, 애틋하다!

수십 년 동안 불가사의하게 사람이 죽어 나간 피안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





  얼핏 보기에는 낡은 호텔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존재감을 풍기는 저택이었다. 나가노현에 위치한 이 저택은 칙칙한 적갈색 지붕에 벽돌색 굴뚝이 툭 튀어나와있고 외벽에 넝쿨이 사방팔방 뻗어 있어 다소 황폐해보였지만, 공들인 창틀 장식과 화려한 처마 장식 등으로 보아 한때는 매우 호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으리라 추측되었다. 피안장. 저택 앞의 광대한 들판을 가득 매운 피안화가 마치 붉은 바다처럼 흔들린다 하여 사람들은 이곳을 피안장이라 불렀다. 만주사화, 송장꽃, 지옥화, 여우꽃, 면도날꽃으로도 불리는 그것은 특유의 붉은 생김새와 이름이 주는 위화감 탓인지 흡사 피바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피안장에서는 피안화가 피는 계절에만 기이한 일이 발생해. 그리고 곧 그 시기가 와.” / 62p




  어느 날, 피안장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섯 명의 초능력자들이 초대된다. 이들은 초대한 이는 국내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대형 가전제품 회사인 기지마 전기 회장의 손자, 기지마 렌이다. 사실 피안장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었는데, 쇼와 시대에 렌의 증조할아버지가 첩실의 집으로 지었다는 이곳은 어찌된 영문인지 피안화가 피는 계절이 오면 기지마 그룹의 친인척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죽음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가까울 만큼 이해 불가능한 것투성이어서 렌은 초능력자들을 불러 이를 조사하도록 한 것이다.





“피안화를 꺾으면 불이 난다는 말을 어릴 적에 들었지.” 유토가 옛날 생각이 난다는 듯 덧붙였다.

(…) “가을 무렵에 핀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도 불길한 이미지에 한몫하는지 모르지. 피안…, 즉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니까. 독이 있는 이 식물을 먹으면 저세상에 가는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 / 116p












  그렇게 여섯 명의 초능력자를 포함한 열 명의 남녀가 피안장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골몰하는 사이, 저택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예기치 못한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고, 저택은 마치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듯 이들을 가두고 초능력까지 통제하며 또 다른 누군가를 노린다. 피안장이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통제 불가능의 영역처럼 보이는 피안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설은 혼돈에 혼돈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질주하듯 내달린다.





“그렇지. …어쩌면 이 집에는 인간의 광기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지도 몰라.” / 314p




“여기 갇힌 인간의 증오와 슬픔이 불러들인 흉한 것은 사라지거나 어딘가로 가버린 게 아니야. 숨죽인 채 여기서 쭉 기다렸지. 다음 먹잇감이 나타나기를.” / 407p












  이처럼 『피안장의 유령』은 수십 년 동안 불가사의하게 사람이 죽어 나간 저택 피안장으로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마치 건물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통제불가능의 영역이라는 특수한 설정, 밀실추리물의 극적 재미, 그리고 염동력자, 자동서기 능력자, 예지 능력자, 사이코메트러, 정신감응 능력자, 일렉트로키네시스 등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자신의 능력을 통제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극도의 공포와 혼란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는 한편, 이대로 통제당할 수만은 없다는 심리와 유령 저택 간의 팽팽한 대결 구도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초능력과 유령 저택이라는 거대한 힘에 압도되다보면 어느 새 밀려오는 아련함과 애틋함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초자연적인 현상 뒤에 깃든 인간의 고독과 사념 그리고 상처를 끝끝내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보듬는 결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인 아야사카 미쓰키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일본에서는 스무 편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한 중견 작가이나 국내 출간은 이 책 『피안장의 유령』이 두 번째인 듯하다. 앞으로 한국 독자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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