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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감정의 힘 - 공부 잘하는 상위 1% 아이들의 숨겨진 무기
김은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부모라면 당장에 읽어봐야 할 책!
부모의 불안과 속도 강박이 어떻게 아이의 긍정적인 공부 감정을 해치는지 예리하게 분석한 책!
김은주 교수의 책 『공부 감정의 힘』 속에는 「2023년 가족실태조사 분석 연구」라는 이름의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식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과 같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비율이 2020년에는 46.9퍼센트였던 것이 2023년에는 58.9퍼센트로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자유롭고 부모와 아이의 인생을 분리 개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우리 세대가 갈수록 더 높은 비율로 자녀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와 동일시한다니,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특히, 집단 가치관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만 소외되고 뒤처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성향이 높아서(포모 증후군), 아이들을 향한 과도한 기대와 통제도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모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아이의 시간을 학원 스케줄로 빽빽하게 채워 넣고 선행학습에 몰아넣으면서도 아이가 혹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건강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하지만 선행이 만연한 학원 시스템과 입시 경쟁이라는 교육 제도의 압박 속에서 우리 아이만 안 할 수 없다는 게 부모들이 가진 공통된 딜레마이자 현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바에야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쪽이 오히려 낫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키워온 불안과 속도 강박이 내 아이의 공부 감정을 헤치고 있었다면? 좋은 대학에 못가면 인생이 망한 것 같고,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고, 등수와 시험 문제 한두 개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로 키워지고 있었다면?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지인 대치동에서 아이들의 무너진 마음을 돌보며, 공부와 감정의 깊은 관계를 탐색해온 정신건강 전문의 김은주 교수는 지금은 사교육 로드맵이 아닌, 긍정적인 ‘공부 감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 감정이란, 학습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 성취감, 자신감뿐만 아니라 불안, 좌절, 부담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포함한다. 즉, 공부 감정은 사고가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은 공부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학습 효율과 동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부 감정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기질과 발달 그리고 내재 동기에 이르기까지 내 아이에게 꼭 맞은 학습 전략을 찾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유쾌’와 ‘불쾌’라는 감정 경험은 의식적으로 기억될 때도 있지만, 대개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축적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문제를 풀다 답이 헷갈릴 때,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감정적 신호’를 더해 직감으로 답을 고르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찍었다”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에 축적된 감정적·경험적 기억이 빠르게 작동해 가장 적합한 답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명확한 이성적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 경험과 감정의 축적에서 비롯된 ‘직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43p
우리 뇌에는 감정과 생각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부위가 있다. 이 부위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이라고 불리며, 감정을 느낄 때 몸의 반응뿐 아니라 어떻게 판단할지까지 함께 조절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과 사고는 서로 연결되어야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감정이 판단의 ‘방향타’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실제 상황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결국 아이가 학습을 잘 하려면, 지금 하고 있는 학습과 연결되는 유용하고 적절한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 47p


아직 형식적 조작기에 이르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추상적인 사고를 요하는 학습을 무리하게 선행시키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테면 선행학습 트렌드를 좇아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수학 개념이나 영어 문법을 강제로 가르치면 표면적으로는 따라가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기계적인 암기에만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어느 학원, 무슨 반’에 속해 있는지만 들어도 그 아이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서열 구조의 학원 시스템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협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니기에 내 아이의 기질을 잘 고려한 학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유념해야겠다.
또, 최근에 아이가 갑자기 학교 오케스트라부에 지원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고학년을 앞두고 학원 하나 더 보내기에도 아쉬운 마음이었던지라 내심 고민이 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저자는 운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한 가지 정도는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을 취미로라도 남겨두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중에 공부가 기대만큼 잘 안 되어서 좌절할 때 ‘그래도 난 이건 할 수 있잖아’라고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제 난도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다. 실력은 낮은데 과제 난도가 너무 높으면 아이는 불안이 올라가서 의욕을 잃고 포기하게 되고, 한편 실력이 높은 아이한테 과제 난도가 너무 낮으면 지루해하고 권태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들이 내 아이를 잘 관찰하고 선생님과도 상의하면서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도전 의식을 갖는지, 또는 의욕을 잃는지를 파악한 다음 학습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려고 선행학습을 시키고, 레벨이 높은 반에 넣으려고 또 다른 과외를 붙이는 것보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업 효능감’을 높일 때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 184p
과제의 난도가 아이의 현재 실력보다 살짝 높을 때 뇌는 ‘이건 해볼 만하다’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고, 이때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전하게 된다. 도파민은 실제로 성공했을 때뿐 아니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예측의 순간에도 분비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학습 동기를 강화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도전 의식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난도를 약간씩 조정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설계 방식이다. / 186p


얼마 전,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다 막막함을 느꼈는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혼자 책상 앞에서 몰래 눈물을 흘렸던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잘 안 되니 마음이 답답해서 나는 종종 그렇게 혼자 울곤 했다. 그 생각이 떠올라 문제집을 덮고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엄마는 혼자서 진짜 많이 울었어.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고, 계속 답답하기만 하고 힘들었거든. 그런데 있잖아. 너한테는 엄마가 있잖아. 모르는 건 당연한 거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마랑 같이 해보면 안 될까? 정 안 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도 있어. 그러니까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왜 안 되는지 답답하면 계속 얘기하고 또 얘기해도 돼. 엄마는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고 들어줄 수 있어.”
그날의 대화가 약간은 도움이 되었는지 아이가 다음날부터는 좀 더 끈기 있게 문제에 접근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관련 문제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나간 공부 감정이 부디,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 역시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두고두고 기억하며 실천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