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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 미디어를 중독이 아닌 몰입의 경험으로 만드는
에얄 도론 지음, 이은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급변하는 AI 시대,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교육 방식에 과감히 의문을 던지는 책!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모교육서!
양육 환경과 그에 따른 과제는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해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우리 세대야말로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험과 과제 중심의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방식의 교육 제도 속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르며 서열 중심의 양육 환경에 길들여진 우리 세대가 이제는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새로운 양육법과 그에 따른 과제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매순간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AI의 발전이 교육 시스템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업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아이의 시간을 학습과 학원으로 빽빽하게 채워 넣고, ‘가르치는 부모’이자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관성처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의 저자인 에얄 도론 박사는 그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양육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고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제 중심의 자녀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가 자신만의 창의적인 양육 비전을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간의 낡고 경직된 양육 경험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육아 환경을 제시한다. 제한이나 비난이 아닌 ‘몰입’, 경쟁이 아닌 ‘창의’로 키우는 AI 시대의 새로운 자녀 양육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모가 되는 것, 그리고 우리 가족만의 개성과 습관,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이 오늘날 부모에게 주어진 진짜 도전이다. 가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직관과 내면의 언어, 특별한 취향을 나누며 하나의 팀처럼 함께 몰입하는 가족이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며,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삶의 유형이다. 무엇보다 부모는 자녀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를 재창조해야만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다. / 16p
오늘날 양육과 교육은 내가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낸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배우기’에 기초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관습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는 태도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더불어 생각하며 그때그때 답을 찾아가야 한다. / 54p


이 책이 보다 특별한 이유는 수많은 육아서와 교육자들이 지향하는 ‘균형 잡힌 교육’이 아닌, ‘균형 잡히지 않은’ 열정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제한이 아닌 몰입의 기회의 중요성을 제공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밤새 컴퓨터만 해요, 계속 악기 연습만 해요, 계속 읽던 책만 읽어요.’ 하며 어딘가 왜곡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아이의 행동을 억누르고 제한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몰입을 경험함으로써 우리 아이가 지금 무엇과 사랑에 빠져 있는지, 그 안에서 어떤 독특한 관점과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집중할 것을 독려한다.
또, TV와 게임은 무조건 차단하거나 해롭다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볼지 시청의 질을 고려하면서 좀 더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시청 습관을 갖추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매 단계 목표를 수립하고 실패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게임 역시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큰 만큼, 아이가 선택한 활동을 시간 낭비로 치부하지 않고 부모도 함께 관심을 가져볼 것을 제안한다. 아이가 화면 속 폭력적인 행동을 따라 할까 봐 염려하기보다는, 아이를 신뢰하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를 다룬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교육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이번 주에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오늘 어땠어?” 같은 질문 대신, 이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이해하게 된 건 무엇인지,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게 좋다. 그 내용이 아이 자신의 삶에, 또는 아이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나눠보자. / 146p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비디오 게임과 텔레비전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차이는 부모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연구에 참여한 비영재 아동의 부모들은 텔레비전 시청 시간에 대해 아이와 끊임없이 협상하거나 제한을 뒀다. 반면, 영재 아동의 부모들은 아이의 텔레비전 시청을 거의 제한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그들은 아이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해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비영재 아동의 부모들은 아이가 화면 속 폭력적인 행동을 따라 할까 봐 염려했지만, 영재 아동의 부모들은 아이를 신뢰했다. 전반적으로 영재 아동의 부모들은 ‘화면’이라는 주제 자체를 훨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뤘다. / 159p



책에서 강조하듯,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내재적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재적 동기는 즉각적인 보상 없이도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만족을 지연시키는 힘, 남들이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힘을 키워준다고 한다. 보상이나 외부 목표가 아니라 도전 자체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이런 힘이 쌓인 아이는 결국 삶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 및 행복감도 더 높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암기와 반복 학습에 초점을 두거나 성과의 양에 집착하지 않고, ‘원래 그런 것’이라는 고정된 규칙이나 관습을 전달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을 가장 우선으로 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오랫동안 보수적이고 통제 위주의 양육 방식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제, 규칙, 지시만 들먹이며 정작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길러주지 못했구나 하고 반성했다. 늘 내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라면, 개인의 고유성이나 자유를 지지하기보다는 통제와 지시가 익숙한 부모라면, 급변하는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 환경의 변화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