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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대 호랑전 - 명절맞이 부침개 대결
정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이토록 맛있는 그림책이라니!
흥미진진한 요리 대결과 그 속에서 함께 정을 나누는 즐거움을 배우게 되는 아주 특별한 그림책!
“얘들아~ 명절맞이 전 부치기 대결이 펼쳐진대! 우리 구경 가볼까?”
전 부치기 대결이라는 말에 두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웁니다. 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코끝에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아이들도 마치 냄새를 맡은 듯 책 앞으로 모여듭니다. 아니, 그런데 토끼와 호랑이가 전을 부친다고요? 아이들은 뭔가 재미있고,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대체 어쩌다 토끼와 호랑이가 전 부치기 대결을 벌이게 되었는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달큼한 냄새가 솔솔 퍼지는 것을 보니
인간들의 명절이로구나.
토 선생: 마을로 총총 내려가 파전을 날름 집어 먹으니
이 맛이 으뜸이로다!
호 선생: 마을로 슬그머니 내려가 육전을 덥석 삼키니
그 맛이 최고로다!
/ 책 중에서
명절날,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서 맛본 고소한 부침개 맛이 자꾸만 생각이 난 토 선생과 호 선생. 서로 이 산에서 전으로는 자신을 따라올 자 없다 하며 마침내 요리 대결을 펼치기로 한다. 마을에서 소문난 전의 달인, 전 대감 댁 업둥이가 심사를 맡기로 하고 ‘육감’이라는 주제에 따라 해가 저물기 전까지 둘은 맛있는 전을 부쳐오기로 하는데…. 몸집은 작아도 손놀림이 시원한 토 선생이 이길 것인가, 덩치는 커도 손재주가 섬세한 호 선생이 이길 것인가. 과연 이 대결의 승자는 누구?!


“살살 무친 어린잎 채소 곁들이고
팔 색 고명으로 천지 만물 그려 내
눈에서도 입에서도 살살 녹는 육전 나왔소.
이름하여 살살 육전. 오감에 개성 한 아름 추가요.”
/ 책 중에서
이처럼 『토끼전 대 호랑전』은 토끼와 호랑이의 신나는 전 부치기 대결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맛있는 그림책입니다. 전통의 미가 살아 있는 아름다운 그림체와 요리 대결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생생한 묘사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여기에 판소리처럼 문장 하나하나에 리듬감이 살아 있어 읽는 맛 또한 즐겁지요. 무엇보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전을 부치는 과정 속에서 명절 본연의 의미인,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즐거움을 배우게 됩니다. 문득, 책을 읽다보니 전 한 입 베어물고 기름 묻은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먹던 명절 풍경이 떠오르네요. 다가올 추석을 맞아 우리 아이들과 부침개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