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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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책이라면 좋다!

이 책은 삼각형을 향한 애정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록이다!





  언어가 진화하기 훨씬 전인 약 30만 년 전, 인류는 동굴 벽을 긁어 낙서 수준의 여러 그림을 남겼다. 그 중 특유의 패턴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삼각형이었다고 한다. 즉, 인류가 남긴 최초의 낙서가 삼각형이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대의 수학 교과서로 알려진 아메스 파피루스에도 삼각형을 토대로 한 기하학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한다.




  수학을 대중문화로 확장하는 유쾌한 수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맷 파커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들은 그 사회를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하며, 삼각형이 인류 역사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주장한다(하긴,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초등 1학년 수학 교과서에 도형 문제가 덧셈에 이어 두 번째 단원에 들어있다). 인류가 더 큰 세계를 만나는 데 기여한, 다재다능한 삼각형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 17p




  단순한 도형 하나가 우리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니.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움의 연속으로 가득한 책이다. 삼각형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가장 실용적인 수학 도구로써 일상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삼각형의 매력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를 테면 삼각형을 이용해 도쿄 타워의 높이를 재는 방법,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법, 공룡 멸종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의 각도 시뮬레이션, 삼각형으로 UFO 모양의 돔 설계하기, 디제잉 파티에서 천장에 달 특별한 수학적 미러볼 만들기, 도로 위 애너모픽 아트의 착시 효과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질서와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낸 삼각형의 신비에 다가가다 보면 어느 새 수학과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구의 크기를 최초로 현대적 방법으로 계산한 사람은 18세기의 두 프랑스 수학자였다. 장-바티스트 들랑브르와 피에르 메셍은 프랑스 됭케르크에서 에스파냐 바르셀로나까지 1500km에 이르는 구간에 115개의 거대한 삼각형을 배치하느라 거의 10년을 보냈다. 그 작업은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들랑브르와 메셍은 세 꼭짓점이 각각의 산 꼭대기에 위치한 거대한 삼각형을 그리면서 측정을 시작했는데, 그래야 다른 꼭짓점들을 볼 수 있고 각도를 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한 변을 첫 번째 삼각형과 공유하는 두 번째 삼각형을 그려나갔고, 그런 식으로 앞선 삼각형과 이어진 삼각형들을 계속 그려나갔다. / 51p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물질의 양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2019년에 일부 과학자가 그 각도를 파악하는 연구에 나섰다. 컴퓨터 모형을 사용해 지상에 도시만 한 크기의 소행성이 30°(비교적 작은 각도), 40°, 60°, 90°(머리 위에서 곧장 내리 꽂히는 각도)로 충돌하는 경우를 각각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이 모형들을 통해 소행성 충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불운을 맞이한 모든 암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3차원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는 얼마나 많은 물질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지뿐만 아니라, 충돌 구덩이가 어떤 모양으로 생기는지까지도 알려주었다. / 80p



이것이 내가 삼각형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삼각형은 단순히 3개의 변만으로 이루어진 도형치고는 놀랍도록 복잡한 형태이다.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천한 삼각형은 아름답게 단순한 것부터 헤론의 공식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다양한 규칙과 성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항상 유용하다. / 125p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내딛은 1m의 걸음이 지구 둘레 길이의 40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각도는 거리와 비슷하게 주변 세계의 작용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데, 헤엄치는 오리 뒤에 생겨나는 물결의 각도는 항상 39°를 이루고, 개미귀신이 모래 함정을 팔 때 그 벽의 기울기는 항상 34°이며 무지개의 화각(렌지를 통해 사진기가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각도) 역시 항상 84°라는 것 또한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를 볼 때면 평면 이미지가 툭 튀어나와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애너모픽 아트도 삼각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삼각형의 세계는 놀랍기만 하다.




  사실 나는 피타고라스, 사인, 코사인, 탄젠트(물론 이 책에도 당연히 이를 포함하고 있지만)와 같은 계산법을 떠올리면 여전히 골치부터 아파지는 전형적인 수포자다. 그럼에도 수학에 대한 어떠한 동경 때문에 종종 관련 교양서를 읽곤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는 다양한 삼각형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삼각형의 기본 성질까지 살펴보고 나니, 높기만 했던 수학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제법 낮아진 기분이다. 평소 수학에 관심이 많거나 삼각형에 관한 재미있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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