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5.6 - no.60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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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이란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문학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격월간 문학잡지!






  격월간 문학잡지 『Axt』가 어느 덧 60호를 맞이했다. 이번 호는 지난 겨울, 우리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변곡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표지의 그것처럼, 차가운 추위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을 은박 담요 하나로 묵묵히 견뎌냈던 집회 참가자의 뒷모습은 우리가 그 변곡점 위에 어떻게 서 있었는지를 상징하는 하나의 은유다. 이제 우리는 변곡점의 새로운 기로에 서서 각자 어떤 선을 그리며 나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 가장 예민한 언어로 우리 삶 속 다양한 변곡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또 들려줄 것인가. 『Axt』 60호를 읽으며 우리 삶과 문학의 변곡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선은 이동할 때 그려진다. 

/ <issue> 중에서 53p




  최근 『치유의 빛』을 출간한 강화길 작가의 인터뷰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로 대담을 나눈 <chat>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issue> 코너에 실린 함윤이 소설가의 글을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다. 작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거리로 나갔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뜻밖에도 이때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인 ‘피크민 블룸’을 즐겼다고 고백하는데, ‘포켓몬 고’처럼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빅플라워를 수집하는 게임인 것으로 보인다. 안국역을 중심으로 윤석열의 탄핵 찬반을 외치는 집회들이 열리고 경복궁을 사이에 낀 채 차별금지법 제정과 ‘중국발’ 간첩 퇴출에 관한 주창으로 매번 충돌이 발생하는 현장 속에서, 녹지와 꽃으로 가득한 피크민 블룸의 세계로 접속을 시도하는 일은 기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이쪽과 저쪽을 나눠 끊임없이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곳에서 동시 접속한 피크민들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돕는 아이러니함이라니. 하지만 그 안에서 연대의 힘을 느끼고 세계를 다시 보는 방법을 배우는 작가의 글은 뜻밖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Q4. (강화길) 작가님 소설에도 다양한 변곡점이 존재하잖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장소의 ‘공기’가 단숨에 뒤바뀌는 전환점을 가장 좋아해요. 모골이 송연해지는 어떤 서늘함이 저를 덮칠 때, 아! 내가 이래서 강화길을 사랑했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작가님 작품에서 그런 전환점을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인물이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 그 순간의 감각을 묘사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작가인 저도 함께 느끼는 감각이거든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저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주인공과 함께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며 쓰는 것 같아요. 그러다 확, 뭔가가 나타나죠. / <interview> 중에서 22p



‘세계를 다르게 보는 방식’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같은 광장에 놓여 있더라도 맞은편 타인이 어떤 식으로 세계를 보는지 알 수 없다. 이 사실은 내게 광장 맞은편에 선 상대가 무슨 모자를 쓰고 어떤 배지를 찼는지, 누구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었는지 살피도록 만들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곳은 경쟁과 실패로 가득하다. 증강되지 않은 현실에서도 너무 많은 세계가 불거져나오고 시시각각 충돌한다. 사실 이 같은 충돌 끝에 남은 상처들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광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얻어낸 변곡점이기도 하다. / <issue> 중에서 52p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각각 호명하는 듯한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광장 속에서 견디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가 몹시도 춥고 길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 또한 대의명분이나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희생할 수 없는 개인의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광장에 나왔기 때문은 아닐까.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열렸던 광장이 한국 사회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된다면, 그건 국민을 거역한 대통령을 국민의 뜻으로 바꿨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되지는 않을 것 같다. / <cover story> 중에서 60p










  포인트 슈즈의 높이가 자신에게는 빌딩과도 같았다던 어느 죽은 무용수의 이야기 <윌리>, 20년 넘게 다닌 회사를 퇴직하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한 남자의 회환과 슬픔을 읽다 어느 덧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 이야기 <가를 두고>, 한국 정치사를 유쾌하게 비튼 <또 다른 서울의 봄>도 재미있게 읽었다. 정치 이야기를 하다 끝내 입을 다물어버리기를 택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웃음이 나는데, 왜 자꾸 마음은 씁쓸해지는지….





돌아 보니 나는 어른이고, 무용수가 되어 있다. 나는 뛰어나지만 어딘가 휘어져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를 너무 악물었다.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사용했나. 그런데 나는 쉴 수 없다. 무용단에 입단해서도 결코 쉴 수 없다. (…) 피로하다. 지나치게 늙어버렸다. 시간의 가속력을 온몸으로 타고 돌며, 피로해졌다. 나는 고개를 든다. 갖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다 갖추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튕겨져나갔다. / 박연준, <윌리> 중에서 111p



발끝으로 서야 하는 무용수에게 예쁘다는 것은 사지가 계속 자라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내내 곤두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들린 사람처럼, 머리가 천장 끝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길게 곤두서는 느낌. 길어지는 불꽃처럼 빛나야 한다. 잠깐의 풀어짐이 무용수의 인생을 영영 풀어지게 할 수 있다. 곤두선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 박연준, <윌리> 중에서 115p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에 생을 더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내 몸에 매일 생에 생들이 쌓이는 것을 상상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생이 버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백가흠, <가를 두고> 중에서 137p











  ‘변곡점’이란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문학 속에서 변곡점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각각의 전환점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짚어보며 읽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다음 호에서도 또 어떠한 키워드가 새로운 영감을 줄지 기대된다. 격월간 문학잡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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