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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 소아과 진료실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와 나를 위한 씩씩한 다짐들
김지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부모로서의 역할은 아이에게 무조건 최고의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 모두가 건강해지는 육아 실천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아토피 알레르기 치료의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의 육아 에세이다. 오랫동안 소아과 진료실에서 아픈 아이들을 진료하며 경험한 시간들을 바탕으로 오늘도 노심초사,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부모 역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특히 호흡기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비롯해, 아이가 아플 때마다 흔들리고 자책하는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행동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또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에게 보다 중요한 건 안정적이고 일관된 사랑과 지지를 주는 엄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육아의 원칙들
며칠 전, 학교 보건실에서 걸려온 전화에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분명 어제도 전화가 왔었는데…. 다행히 그리 심하진 않은 것 같다고 선생님께서 일단 안심시켜주셨다. 학기 초부터 보건실 전화만 연거푸 세 통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 있었던 상태였다. 하루는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와서, 하루는 두통 때문에, 하루는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다 삐끗해서 아이는 보건실을 자주 찾았다. 막상 조퇴를 하고 집에 오면 별 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아이. 아무래도 학기 초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학년이 높아지니 몇 가지 학업 스케줄이 늘어난 것도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원인이었으리라.
이 책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를 ‘신체증상장애’라 표현한다. ‘신체증상장애’는 심리적 상태가 뇌의 기능과 반응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아프지 않은데 거짓으로 이상을 호소하는 꾀병과 달리 아이는 실제로 불편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마침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힘내” “다른 아이도 다 마찬가지야”라는 말 따위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나 불편함을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련이나 곤란함을 이겨내는 힘도 매우 중요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책 속의 글귀처럼 이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아이는 어느 새 더 성장해 있을 테니까….
아이에게는 시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역경을 이기고 극복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부모로서 더 잘하려고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과도한 욕심으로 아이를 끌어당길 때, 부모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아이의 자아 존중감은 상처를 입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배우는 것에 겁을 먹는다. 주어진 상황과 시간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게 백 점 부모다. / 35p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모가 새로운 음식 시도를 주저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서다. “빨리 발견해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이 먹히지 않는다. 우리 팀의 연구 결과를 봐도 부모들의 불안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에 상당히 높아진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는, 불안도가 높은 양육자의 아기들에서 알레르기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먹이지 못해 이로운 장내 미생물이 줄어들고, 아이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 39p
완벽한 부모에 가까워지고자 한다면, 완벽한 부모가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진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완벽을 추구할수록 긴장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결국 곤경에 빠진다. 과거를 점검하되 자책은 금물이다. 부모도 인간이다. 실수를 하고, 어려움도 겪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좌절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어”, “잘될 거야” 스스로에게 말하며 부모의 길을 묵묵히 가는 모습, 그 자체가 아이에게 큰 교훈이다. / 172p
힘들 때마다 별것 아닌 “다행이야”라는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의미 찾기 게임’처럼 회복탄력성을 끌어 올려주는 주문이다. 나 역시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야”, “보호자의 마음까지 알게 되어 다행이야”라고 자주 말한다. 아이에게 실망하는 순간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 다행이야”라는 말을 계속해서 외운다. 힘든 일로 고민할 때 “이 일로 더 씩씩해져 다행이야” 되뇌다 보면, 의미 있는 일들만 생기는 마법이 펼쳐진다. / 177p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부모인 우리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아이가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할 때, 죄책감과 과도한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그것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날 때 가졌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부모 역할의 균형을 찾고 가족 모두에게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완벽한 부모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 책의 메시지를 많은 부모들에게 권해주고픈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