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담은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네이버에서 ‘공씨아저씨네’를 검색하면 독특한 사이트 부제가 눈에 띈다. <상식적인 과일가게>. 과일과 상식이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리는 것이었던가 의아함이 드는 순간, ‘맛있는 과일의 비법은 없습니다.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상식을 지킬 뿐입니다’는 글귀가 마음에 와 박힌다. 해당 품종이 가장 맛있을 때, 가장 잘 익은 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 자연 본연의 모습과 맛 그리고 향이 살아 있는 과일을 판매하고자 하는 마음이야 지극히 당연한 것일 텐데, 이것을 ‘상식’으로 정의하고 보니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제철 과일이 다 무슨 소용이야, 맛있으면 되는 거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예쁜 과일이 상품성이 좋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어느 순간 무색해져버린 제철 과일의 의미와 한눈에 상태를 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겹겹이 완충제로 포장된 과일들, 마찬가지로 상품성 좋은 예쁜 농산물만 대우받는 현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상식’의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전하려는 공씨아저씨네 장사 철학이 사뭇 궁금해진다.




“나에겐 살아가는 방식이 곧 장사하는 방식이고, 

장사하는 방식이 곧 살아가는 방식이다.”





  10년 이상을 이어온 브랜드에 담긴 고유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두 번째 책은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과일장수로 전향한 저자가 1인 기업인 온라인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를 연 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발 한 발 성장해가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과일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이기도 하다. ‘멋’이 ‘맛’을 이길 수 없다는 공씨아저씨네만의 확고한 신념을 유지하게 된 이유, 플라스틱 완충제나 광고지를 최대한 안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 명절 같은 특수를 노려 조기 수확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이유, 단맛만 추구하는 유행을 지양하려는 이유 등을 통해 과일 유통업계에 깃든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포장 쓰레기로 환경이 파괴되는 구조를 염려하며 농민과 자연이 건강해질 수 있는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 때문에 파는 과일이 적고, 파는 시기도 제한되어 문을 연 날보다 문을 닫은 날이 더 많은 이상한 가게지만 그만의 특별한 신념을 응원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시장에서 B급과 못난이라는 워딩을 포함, 과일의 외형을 언급하는 모든 수식어를 걷어내는 일이다. 사과는 그냥 사과, 감귤은 그냥 감귤이면 충분하다. 등급을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외형적인 기준은 아니었으면 한다. 친환경 재배 농산물과 일반(관행) 재배 농산물과 같이 재배 방법에 따른 차이, 또는 와인처럼 포도의 재배 기후와 토양 차이에서 오는 맛의 희소성 때문에 나뉘는 등급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단지 외형적 기준에 의한 등급 분류 방법은 하루 빨리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맞다. / 25p



온라인 거래를 하지 않던 잠재력 있는 농민을 찾아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신규 유통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생각일까? 그러나 그것이 시장 전체를 키우는 방법이고, 자본주의 논리에만 매몰되어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으며, 생산자와 유통인 그리고 소비자가 상생하는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35p



맛있는 과일을 계속 먹기 위해서는 과일 농사를 짓는 농민의 존재가 먼저다. 그러자면 그들이 건강해야 하고 삶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 농업 현장의 시간표대로 수확하고 배송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맛있는 과일을 오래 먹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78p















  공씨아저씨네 온라인 사이트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상품 카테고리가 ‘이기철 농민 作 - 천혜향’ ‘ 김종현 농민 作 - 한라봉’ ‘염규황 농민 作 - 대저 토마토’와 같은 형식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과일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농민이 온 정성을 기울여 만든 작품으로 대하는 공씨아저씨네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배경에는 역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를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려 했던 태도에 있었던 게 아닐까. 이것이 15년 차 공씨아저씨네가 변화하되 소신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일의 본질과 자신만의 철학을 구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극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