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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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국 동화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옛날 옛적에 돼지들은 시를 읊고,

원숭이들은 담배를 피고,

암탉들은 거칠게 보이려고 코담배를 들이쉬고,

오리들은 꽥 꽥 꽥 시끄럽게 돌아다녔네. 오! 

/ 「아기 돼지 삼 형제」 중에서 264p




  우리는 모두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동화를 듣고 읽으며 자라났다. 흥미로운 모험, 재미있는 우화, 이상한 전설, 신묘한 괴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엿보고, 위기를 이겨낼 힘을 기르고, 커다란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렇게 시대와 세대, 나라를 불문하고 동화라는 문화적 자산을 오랫동안 공유해왔다는 사실은 놀랍도록 신기하다.




  『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는 ‘영국의 그림 형제’로 불리며, 우리가 흔히 ‘유럽 동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 「잭과 콩나무」, 「아기 돼지 삼 형제」, 「피리 부는 사나이」 등의 동화들을 수집해 세계에 널리 퍼뜨린 조셉 제이콥스가 엮어 쓴 책이다. 편집되거나 각색되지 않은 원작이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전에 접한 적이 없는 신기하고 신선한 다른 영국 동화들이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용기, 사랑, 욕망, 재미, 운명을 주제로 나뉜 50편의 동화 속에 담겨진 교훈과 지혜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삶에 큰 영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문의 쇠고리를 두드리고 옆의 종을 당기세요.

잠시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으면

문에서 아주 자그마한 소리가 들릴 겁니다.

“열쇠를 집어넣어요.”

열쇠는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열쇠 홈에 J.J.(조셉 제이콥스의 약자)라는 표시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이제 열쇠에 열쇠 구멍에 넣으세요, 꼭 들어맞을 테니. / 12p




  「잭과 콩나무」에서부터 「캔터베리의 공주」에 이르기까지, 시험에 드는 주인공과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랑과 행복을 쟁취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한 데 엮어놓고 보니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패턴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 테면 주인공이 시기와 오해를 받아 집에서 내쫓기거나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나다, 우연히 머물게 된 곳에서 여러 해를 묵묵히 일하고 나면 큰 보상을 받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가 성장하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읽는 동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장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악의와 고단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여정은 잔혹한 현실을 뒤로 하고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던 이야기꾼들의 바람은 아니었을까.




“어떻게 하면 누나와 형들을 구할 수 있는지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더 알려주세요.”

“이보게. 딱 두 가지만 지키면 되는데, 이 방법이 보기에는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라네. 하나는 꼭 해야 하고, 하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먼저 해야 할 일이란 이렇다네. 요정의 땅으로 들어가거든 자네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목을 부친의 검으로 모조리 베어버려야 하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더라도 빵 한 조각, 물 한 방울도 절대 입에 대서는 안 된다네. 만약 요정의 나라에 있는 동안 빵을 한 조각이라도 먹거나 물을 한 방울이라도 마신다면 다시는 인간 세상을 보지 못할 걸세.” / 「막내 로울랜드」 중에서 45p


 


내 머리를 베어버려요, 내 사랑.

내 머리를 베어버리라니까요, 내 사랑.

차가운 우물가에서 그렇게 지쳐

내게 했던 약속을 잊지 말아요. / 「세상 끝의 우물」 중에서 160p

 



“식초 남편, 이 멍청한 양반아, 바보, 얼간이. 장에 가서 암소를 사는 데 돈을 몽땅 써버렸지. 그런데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암소를 백파이프로 바꿔버렸지. 하지만 그것을 볼 줄 모르니 산 돈의 10분의 1 가치도 없지, 이 멍청이. 그러고는 얼마 안 되어 그 백파이프를 4분의 1 값도 안 되는 장갑으로 바꿔버렸지. 그 장갑은 하찮은 지팡이로 바꿔버리고. 그러니 이제 금화 40닢도, 암소도, 백파이프도, 장갑도 아무것도 없고 그저 보여줄 거라고는 어느 덤불에서도 꺾어낼 수 있는 쓸모없는 지팡이 하나밖에 없구나.” / 「식초 부부」 중에서 320p












  “나를 위해 갈 길을 좀 줄여줄 수 없느냐?” 「선견자 고본」에서 주인공인 고본은 자신의 아들 잭에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한다. 왕의 명령으로 성을 지으러 가야 하는 길고 고단한 여정에 막 오른 참이었다. 아들인 잭은 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자 고본은 너는 전혀 도움이 안 되니 집으로 가라며 잭을 돌려보낸다. 집으로 돌아온 잭을 보고 아내가 의아해 묻자, 잭은 아버지가 했던 요구와 자신의 대답을 들려준다. 그러자 지혜로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아, 어리석긴요! 아버님에게 이야기를 해드렸더라면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으셨을 거 아니에요!” 먼 길을 가는 여정을 단축하려면 필요한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이야기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현실의 고달픔과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힘을 이야기에서 찾았다. 수많은 어린이들의 잠자리를 밝히고, 또 성장한 지금의 우리에게도 동화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영국 동화만의 독특한 색채와 이제껏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다양한 동화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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