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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평점 :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두 얼굴을 마주하고,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집착과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책!
“혹시 에드윈 리스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어요? 아마 그가 플라이 타이어들 중에 최고일 겁니다. 플라이에 붙일 깃털을 구하기 위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쳤을 정도니까요.”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에는 플라이 타잉(낚시)에 쓸 깃털을 구하기 위해 국립 박물관에서 조류 표본 수백 점을 훔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낚시꾼들과 플라이 타이어들 사이에서 플라이는 이른바 ‘낚시의 예술’로 통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깃털로 만든 아름다운 빅토리아식 연어 플라이를 향한 욕심이 에드윈 리스트를 범죄의 세계로 이끌었다.
비슷한 제목의 수전 올리언의 『난초 도둑』에서도 무려 4만 7,000개의 난초를 가지고 정글에서 빠져 나온 난초 사냥꾼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유럽 중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뒷마당 온실에서 열대 난초를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식물 밀렵꾼들의 전설적인 기행담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꼈을 정도로 열대 난초와 그 난초를 채집하는 이야기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 사이 수많은 난초 사냥꾼들은 해외에서 질병, 사고 또는 범죄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유리, 도자기, 대리석….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움직여온 이 아름다운 물건들 속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낳은 잔혹의 역사다. 케이티 켈러허는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를 통해 인류 전체와 우리 자신을 매혹시켰던 이 화려한 물건들의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를 추적한다. 외모에 대한 문화적 집착, 스토리텔링의 힘과 매력적인 광고가 광물의 물리적 특성과 결합하여 ‘보석’이라는 자본주의적 용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 고된 노동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는 화훼 시장의 역설 외에도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가 추구한 “표백된 이미지=순수함”이 낳은 수많은 자본주의 상징들을 소개한다.
나는 의심보다는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위대한 진실을 찾기보다는, 얼굴의 특징, 표정의 변화, 온전하고 생동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거울, 심지어 전신 거울도 이야기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잘못된 현대 사회의 신화에 휩쓸려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진실을 잊고 만다. 보이는 것은 제한적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곧바로 지식이 될 수는 없다. / 42p
“모든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장미 뒤에는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독극물로 오염된 강이 있다”라고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물론 그들이 전 세계를 취재한 결과, 일부 꽃은 인도적인 환경에서 재배되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동자들은 살충제와 살균제에 노출되어 있으며, 고된 노동에 대한 대가를 거의 받지 못한다. 농업 유출수는 야생동물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 72p
너드슨은 “모든 것은 자신이 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1700년대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으면 궁정에서 호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고, 그러다가는 남편감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화장을 하는 데에 따르는 신체적 상해의 위험을 포함한 모든 위험들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느꼈던 것이다. / 161p



책을 읽다보면 보다 더 많고, 더 아름다운 물건을 가지도록 부추기는 소비주의의 선전에 얼마나 철저하게 세뇌 당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허울뿐인 아름다움 뒤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감해진다는 것도.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통스럽고 단순한 진실은,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 아름다움은 결국 사라진다’고.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나의 욕망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욕망의 허상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태도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시점이라 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