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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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에도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일흔의 동갑내기 두 여성의 짜릿한 탈출 여행기!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그렇게 데루코는 슈트케이스를 끌고 45년에 이르는 도시로와의 결혼 생활을 박차고 집을 나온다. 꼬박 이틀 동안 고민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사실은 친구 루이의 “도와줘”라는 말을 들은 순간 결정했던 것 같다. 도와달라는 그 말이 꼭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암흑 같은 결혼 생활. 하지만 일흔이라는 나이에 그동안의 삶을 뒤로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루코는 망설이지 않기로 한다. 왜냐하면 망설이지 말자는 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그녀의 인생 테마가 될 테니까.




  한편, 오랫동안 샹송 가수로 살아온 루이는 우연히 복권에 당첨돼 실버타운에 입주하게 되지만 파벌 싸움으로 따돌림을 당한다. 결국 지긋지긋하고 갑갑한 실버타운에서 뛰쳐나오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하는 수 없이 친구인 데루코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 한 통의 전화로 인해 더 이상 변화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일흔이라는 나이에, 인생 일대의 중요한 기로를 맞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데루코의 대담한 탈출에 동행하게 된 루이는 뜻밖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 56p



  이노우에 아레노의 『데루코와 루이』는 일흔의 동갑내기 두 여성의 짜릿한 탈출 여행을 담은 소설이다. 4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부장적인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데루코와 갑갑한 실버타운에서 뛰쳐나온 루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나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행복하지 않은 관계와 환경 속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좀 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고자 하는 두 사람의 열의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해보일 정도다. 덕분에 이 책을 읽다보면 나 자신을 가두는 것은 환경이나 관계가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게 된다.



데루코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그 명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토나시 데루코. 오토나시는 데루코의 결혼 전 성이다. 데루코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대로 써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한없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몇십 년 전에 생이별을 한 자식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데루코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니까 이런 기분은 그저 상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근사한 상상이다. 그렇다. 정말 멋진 상상. / 67p


루이는 원래도 자유분방한 여자지만, 노래하고 있는 루이는 더욱 자유로웠다. 저게 루이야. 데루코는 생각했다. 루이로 꽉 차 있어. / 87p


어떡하지. 루이는 데루코를 봤다가 요리코를 보고, 또 겐타로를 보았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 그런 곳이라서 이렇게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걸까? 여유로운 것만이 아니라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행복한 장소. 그 행복이 나를 공격해서 이렇게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드는 걸까? 역시 잘 모르겠다. 여기는 수수께끼다. / 110p


이 교사의 인생은 타인이 멀리서 보이게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을 읽는 데루코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 125p












  일흔 살인 두 여성의 명랑한 범죄(?) 행각에 시종 유쾌하게 읽었다. ‘일흔이라니까 엄청 늙은 것 같지? 아니야, 우린 여전히 반짝일 수 있어!’ 하고 외치는 듯한 두 사람의 환한 미소가 책 너머로도 가득 전해졌다. 덕분에 내 나이 일흔에도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를 고대해본다. 가볍고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는 소설로, 두 여성의 유쾌한 반란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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