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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평점 :
처음이 두려운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아름다운 책!
성장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 잘 녹아 있어 가슴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닙은 지하철에서 살고 있는 생쥐입니다. 시끌벅적한 지하철역 플랫폼 아래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었죠. 나이가 많은 생쥐들은 종종 터널 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닙은 그 이야기를 듣고 종종 터널 끝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작은 깃털 하나가 터널 아래로 내려오다 터널 끝을 향해 날아가 사라져버렸어요. 그걸 본 닙은 문득, 터널 끝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촌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떠나려는 닙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닙은 결심했어요. 터널 끝으로 가보기로요! 그렇게 닙은 아주 위험하지만, 공기가 맑고 아름다운 터널 밖 세상으로 모험을 시도했어요. 과연, 닙은 터널 밖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어떤 세상이 닙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잘 있어!”
닙이 총총걸음으로 지나가며 사촌들에게 말했어.
(…)
“열차가 다섯 번 지나가고 나서야 닙은 뒤를 돌아보았어.
집에서 이렇게 멀리 나오기는 처음이었어.
/ 내용 중에서
처음 혼자 버스를 탔던 날을 기억한다. 박물관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버스 노선을 알아두고 호기롭게 버스에 올라탔는데, 아뿔싸! 3번 버스를 타야 할 것을 3-1번에 타고 말았다. 이쯤이면 박물관에 도착해야 하는데… 하고 슬슬 걱정이 들었을 때는 이미 내가 모르는 곳을 향해 버스는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어디서 내려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나는 종점까지 다다르고야 말았다. 버스 기사님도 그제야 나를 인지하셨는지, 뒷자리에 단단히 앉아 있으라는 당부와 함께 집까지 태워주마 약속하셨다.
그날, 평소의 나라면 울음을 터뜨렸을 텐데 이상하게 울음이 나지 않았다. 기사님의 약속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내가 모르는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그렇게 잘못된 번호의 버스를 타본 뒤로 나는 더 이상 버스를 타는 일이 두렵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은 이 날의 경험 덕분에, 실수는 어떤 식으로든 회복될 수 있으며 도전은 예상치 못했던 경험을 얻게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리라.
“터널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내가 직접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두려워도 닙은 용기를 낸 덕분에 다른 생쥐들은 보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되었잖아. 누구나 ‘처음’은 두려워. 그러니까 우리 두렵다고 ‘난 못해’ ‘안 할 거야’ 하고 미리 겁먹지 말자. 알겠지?”
『터널 밖으로』를 함께 읽으며 여섯 살인 아이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닙이 다다른 터널 끝 세상은 비록 닙이 상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긴 했지만, 닙이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다. 도전이 늘 아름다울 수만은 없지만 도전했기에 나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이 두려운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이 아름다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이유다.
캐나다의 대표 그림책 작가인 바버라 레이드의 독특한 점토 공예 기법과 나희덕 시인의 번역으로 완성된 한 편의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듯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닙의 여정에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 잘 녹아 있어 가슴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고등학교 토론 수업에도 활용되는 만큼, ‘가족’ ‘외로움’ ‘꿈과 행복’ 등의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유치원 연령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어보기 좋은 그림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