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셸 푸코 - 권력의 꼭두각시로 살지 않기 위해 ㅣ 오늘을 비추는 사색 5
하코다 데쓰 지음, 전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평점 :
작지만 단단한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푸코를 읽어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에 이어 읽은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은 『미셸 푸코』다. 미셸 푸코(1926-1984)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 권력과 힘이 작용하는 구조를 파악하여, 현대 사상과 비판적 사회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가다. 그를 읽는다는 것은, “사회를 크게 변화시킨 어떤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는 동안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그러한 변화를 재촉하거나 가로막는 것은 어떤 시스템인가? 우리가 시스템과 타자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어떤 주체로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가가는 일이다. 권력의 꼭두각시로 살아가지 않고, 진정한 “주체”로 일어서고자 한다면 『미셸 푸코』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권력이란 제도든 구조든 어떤 사람들이
가진 힘을 가리키지 않는다.
어떤 사회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략적 상황을 가리킨다. / 27p
우리는 흔히 권력을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으로 행사되는 동시에 소유되는 것이며, 기관과 제도라는 구체적 형태를 띤 채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푸코는 이러한 생각을 거부한다. 권력이란, 자기와 타자가 관계를 맺고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때 “파워 게임”의 형태로 작용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이나 조직에 속한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며, 어디서나 발견되는 비고정적이고 언제나 반전될 가능성이 있는 관계를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뿐만 아니라 푸코는 인간의 활동을 유도하고 그 행동을 관리 통제하는 것이 서양 근대 권력의 특징이자 주요 작용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을 금지하고 억압하여 강제로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으로 하여금 일정한 행동을 시키거나 유도하도록 “유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이때 개인에게 직접 작용하는 권력의 기술인 ‘규율’과, 다양한 시책을 통해 주민의 환경에 개입해 관리 통제하여 “더 나은 삶”을 제공받는다는 느낌을 받게끔 하는 ‘생명정치’라는 권력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푸코는 이를 “생명권력”으로 정의한다. 이외에도 푸코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봉인장, 판옵티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된다.
푸코는 이러한 견해를 “통치”에 관한 논의에서 밝히고 있다. 이 과정은 권력론 안에서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신민화”, 다른 하나는 “주체화”이다. 주체화에 관해서는 제2장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먼저 신민화를 간단히 살펴보자.
“신민화”란 권력관계 속에서 인간이 종속적인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판옵티콘”(일망감시체계)이라는 건축 개념을 가리켜, 산업 사회에서 인간 집단을 감시하고,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이 주체로서 종속적으로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논했다. / 39p
시선을 지우는 이 구조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고립시키며 집단 행동을 가로막고, 한 명 한 명을 개별적,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한다. 게다가 이 신민화 작용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죄수가 감옥에 갇혀 있는 사이에 저절로 길들여지듯이, 그 작용이 일상적으로 되풀이된다. 그리고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판옵티콘이라는 건축 모형 자체가 근대 사회와 잘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모델이 상징하는 “감시와 처벌”-『감시와 처벌』의 제목처럼-과 관련된, 보는 측와 보이는 측의 시선에 대한 비대칭적 관계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특정한 사안에 최적화된 훈련을 시킨다는 근대 사회의 특징으로, 다양한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를테면 푸코는 대표적인 예로 막사, 작업장, 학교를 꼽았다. / 41p
그렇다면 권력에 저항하는 길은 무엇일까? 푸코는 ‘대항 품행’이라는 개념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그는 대항품행을 권력관계 속에서 저항을 넘어선 기존의 체제에 대한 반란이며, 새로운 지도, 인도를 모색하여 미래의 문을 열고자 하는 주체적 시도라 정의한다. 그것은 ‘진실하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푸코는 이 사회를 받치고 있는 체제, 즉 권력의 매커니즘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공론화하고, 끊임없이 비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조직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을 다르게 조직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매우 유의미하다. 전 세계에서 일어났던,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푸코는 당시의 정신의학이 “광기”를 치료하는 의학의 한 분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행동과 정신에 대해서, 그 이상과 장애, 일탈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회관리 장치로서 확립되었다고 논했다. 여기에서도 관리의 기술은 병원이라는 벽을 넘어 사회에 적용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라는 존재는 병원과 직원을 통솔하여 “광기”와 대결하고 투쟁하고 지배한다. 나아가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들의 “현실”을 자신의 “진리”로 뒤바꾸고 바르게 인도한다. 이때 볼 수 있는 “끊임없이 인도한다”는 정신의학의 개념은 기독교 어휘에서 온 것이다. / 58p
자기와 타자의 통치에 관한 푸코의 고찰은 기독교의 사목권력의 세속화를 거쳐 경쟁이라는 “진리”를 축으로 해서 사회를 “기업” 단위로 재편시킨 신자유주의형 통치에 이르게 된다. 그가 노린 것은 1960년대 세계적 반체제 운동이 불러온 통치성의 위기 속에서 새로 등장한 통치 방식을 확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관계적인 것이며, 늘 반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권력론을 통치, 곧 인도의 문제로 확장한 자기와 타자의 통치 문제 안에서, 그러한 반전의 정치적 계기는 어떤 형태로 자리하고 있을까? 이 장에서는 이 질문을 “대항품행”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 107p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마음을 돌봐주었다면 『미셸 푸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껏 넓혀 주었다. 푸코의 사상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기에, 이 책을 기점으로 푸코의 저서들까지 두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푸코의 사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이 책을 선택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