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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평점 :
일단 첫 장을 펼치고 나면 단숨에 몰아치듯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될 소설!
잘못되어가는 삶을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성들의 분투와 연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주 작은 흔적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을까?
<쿡재단>의 상속자이자 상원의원 출마를 앞두고 있는 로리와 결혼한 클레어. 그녀는 만인의 부러움을 살 만큼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실상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이 결혼이 가스라이팅과 폭력, 감시로 점철된 감옥살이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좋을 만큼 자유가 간절했다.
결국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날 결심을 한 클레어는 치밀하게 도주 방법을 모색한 뒤, 생존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운명의 날, 디트로이트 출장 일정을 따라 그곳에서 도주 자금과 가짜 신분증을 챙겨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계획을 세웠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바뀐 일정에 사색이 되고 만다. 남편인 로리가 클레어가 가려 했던 디트로이트로 떠나고, 그녀에게는 푸에르토리코 출장을 지시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클레어를 위해 준비된 도주 자금과 가짜 신분증이 담긴 소포는 로리가 묵을 호텔로 배달된 상태!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다 못해 로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떠한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과연 클레어는 남편 로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로리가 유명한 상원의원 마조리 쿡의 아들답게 진보적이고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남편에게 수시로 맞고 산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하소연해도 마조리 쿡 상원의원의 외동 아들에 대한 사람들의 무조건적 신뢰와 사랑에 묻혀버렸다. / 18p
하지만 내 얼굴을 보려는 사람은 없다. 로리가 없으면 나는 그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 자리에 있어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존재, 눈에 띄지 않는 존재다. / 27p
한편, 이바는 마약중독자인 엄마를 둔 탓에 위탁가정을 전전하다 세인트 조지프 수녀원에서 성장기를 보냈지만, 열심히 공부해 버클리 대학 화학과에 입학한 수재다. 하지만 그녀는 운동선수인 남자친구의 부탁으로 마약을 제조했다가 퇴학을 당하게 되고, 그 뒤로 마약을 제조하며 살아가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제 이바는 마약 조직으로부터는 목숨을 위협받고 이를 추적하는 수사관으로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게 되자, 한순간의 선택 때문에 영원히 고통 받게 된 삶의 굴레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과연 이바는 좌절된 꿈을 되찾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바는 지난 시간을 깊이 후회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깜짝 놀랐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재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여전히 동요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 있었다. 지난날을 후회하는 마음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소환되어 나오더니 처음 크기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208p
남편에게 지배당하는 삶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살고 싶었던 클레어,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꿈과 미래가 모두 좌절된 버클리 화학과 수재인 이바. 이처럼 『라스트 플라이트』는 부조리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를 갈망하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극한에 몰린 두 여성이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항공권을 맞바꾸면서 새로운 운명으로 돌입하게 되는 이야기가 시종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잘못되어가는 삶을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성들의 분투와 연대가 스릴러라는 장르적 요소와 잘 어우러져 남다른 울림을 준다. 마지막의 깜짝 반전은 두려움을 딛고 용기를 낸 여성들의 구원 서사로 읽히기에도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건 두려움의 뒷면에 있어요. / 164p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에 안타까워 하다가, 공감하다가, 응원하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될 만큼 흡인력이 높은 작품이다. 스릴러라는 외투를 입고 있지만 그녀들의 용기와 다정한 온기에 이내 몸을 푹 파묻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절대로 잊지 말아요. 당신은 세상을 밝게 만드는 빛 같은 존재, 이웃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란 걸 명심하세요.” / 39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