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길어서 미치도록 다양한 칠레
민원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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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한없이 낯선 나라, 칠레를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안내서!






  『놀랍도록 길어서 미치도록 다양한 칠레라니.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칠레의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평균 117킬로미터의 폭에 남북으로는 장장 4,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좁은 나라, 칠레. 북쪽에는 전 세계 최고 구리 광산과 리튬 산지가 모여 있는 아타카마 사막지대가, 눈이 많이 오는 남쪽에는 피오르와 빙하지대가, 동쪽에는 높고 험한 안데스산맥이 펼쳐져 있으며 서쪽에는 이스터섬 같이 신비한 섬들이 즐비해있는 곳. 전 세계의 모든 기후를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풍경과 기후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나라지만, 한국인에게 있어 칠레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비교적 멀고 낯선 나라다.

 




다양해서 흥미롭고 낯설지만 눈길이 가는 나라, 칠레

 


  이 책은 칠레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보낸 17년의 칠레 생활을 바탕으로 쓴 친절한 칠레 안내서다.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칠레에 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라기보다는 칠레의 역사와 정치, 경제와 외교, 사회와 문화를 비롯해 칠레의 현재와 내일을 살펴보는 칠레 입문서에 가깝다. 중남미 한류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비즈니스 면에서도 다양한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인 만큼 칠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아타카마사막_ 동서 평균 폭이 100킬로미터이고 남북 길이가 1,600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사막은 사하라·고비 사막과 더불어 세계 3대 사막으로 꼽히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으로 유명하다.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칠레 북동쪽 국경을 따라 해발 4,000미터에 달하는 아타카마고원이 펼쳐지는데, 이 지역이 리튬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원래 볼리비아와 페루 영토였지만 남미 태평양전쟁에서 칠레가 승리함으로써 칠레 영토가 되었다. / 125p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_

칠레 파타고니아 남부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산, 호수, , 빙하지대를 아우른다. 2009내셔널지오그래픽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일생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파이네의 탑이라는 뜻으로, 화강암 봉우리 세 개가 거대한 탑처럼 서 있다. / 135p

 







  비야 그리말디는 군부독재 시절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평화공원이다.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좌익 정치인, 노동자, 학생 등을 구금하고 고문하던 시설로, 지금은 인권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한편, 바케다노 광장은 산티아고의 사회·경제·지리적으로 계층을 구분하는 지표가 되는 곳으로, 이곳에서 일어난 2019년의 대규모 시위는 정복과 오랜 식민의 역사에서 비롯된 계급·인종 차별과 경제 불평등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칠레인들의 저항 의식이 담겨 있다. 지금 칠레는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며 곳곳에서 산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저자는 뻔한 관광지 소개가 아닌 칠레의 정체성과 참모습을 통해 칠레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칠레, 특히 산티아고는 구역에 따라 계급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산티아고의 중앙을 관통하는 바케다노 광장을 중심으로 북동쪽으로 갈수록 부촌, 서남쪽으로 갈수록 빈촌이다. 지하철 바케다노역 붉은색 1호선과 초록색 5호선의 환승역인데, 1호선을 타고 위로 올라갈수록 잘사는 동네, 5호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못사는 동네로 가는 셈이다. 잘사는 동네로 갈수록, 못사는 동네로 갈수록 지하철이 닿지 않는다. () 2022년 유엔 중남미·카리브해 경제 위원회의 보도에 따르면, 칠레는 여타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최고 상류층에 부가 집중되어 있으며 부자 아홉 명이 국가 전체 부의 49.6%를 소유하고 있다. / 43p

 


중미의 이야기로만 알려진 마약 카르텔은 이제 칠레에서도 싹을 틔우고 있다. 칠레에서 생산된 마리화나가 이웃 아르헨티나로 수출되어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 유엔은 4,2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 56개의 항구, 7,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육지 국경선을 가진 칠레가 마약 유통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칠레 정부는 세관 통제, 검사 장비 구비, 검사 인력 증원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 140p

 



  와인과 더불어 과일은 칠레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다. 20231~20월까지 약 2944,000톤의 과일을 수출할 정도로 품질 좋은 과일이 생산된다. 못생기고 흠집이 난 과일이라도 워낙 당도가 높아서 오히려 한국 과일 맛이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저자는 10월부터 2월 사이에 칠레를 방문한다면 전통 시장에 들러 색색의 과일을 마음껏 맛보시라 추천한다. 또 망하르가 안 들어간 케이크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칠레에서 망하르(일종의 캐러멜)는 유명한 후식이라고 하니 이 역시 맛보면 좋을 듯하다. 팁으로 칠레에서 음식을 주문할 땐 소금은 아주 조금만 넣어주세요(Muy poca sal, por favor)”라는 말도 꼭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안 그랬다간 괴로울 정도로 짠맛에 혀가 얼얼해질 테니.

 



다마스 프리메로”. 식당에 가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심지어 길을 건널 때에도 여성이 먼저다. 차를 멈추고 먼저 길을 건너라며 다정한 손짓을 건네는 칠레 남성 운전자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길에서 불어대는 휘파람과는 다른 종류의 남성 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칠레의 유명 작가이자 활동가인 파블로 시모네티는 피노체트 독재정권 동안 칠레의 마치스모(남성우월주의)는 더욱 견고해졌고, 민주화 이후 정권들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지적했다. 학교, 직장,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 칠레의 젊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가는 중이다. / 181p

 







  GAM은 산티아고 케이팝 팬덤의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케이팝 커뮤니티를 위한 댄스 교실, 춤의 날, 케이팝 마라톤 등 다채로운 케이팝 행사가 열린다고. 덕분에 멀고 먼 칠레에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 이 나라를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다양해서 흥미롭고 낯설지만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나라, 칠레. 칠레가 궁금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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