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인류사의 결정적 장면을 통해 바라본 원소 이야기!
과학과 세계사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
원소는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재료이며, 인류의 이야기이자, 모든 곳과 모든 시대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 이야기다. 따라서 인류사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원소가 있었다.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는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과 같은 원소에 의해 인류의 역사가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원소와 인류 문명의 발전 관계를 파헤친 책이다.
원소에 새겨진 인류사의 주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원소의 기능과 가치를 좇아 거대한 문명을 쌓아올린 인류의 독창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런 가운데 축복인 듯 저주인 듯 원소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낳은 비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과학과 세계사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놀랍도록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하는 이 책은 그래서 무척 특별하다.
원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는 바뀔 수 있다!
대부분 유리 상태의 금속은 은백색 빛을 내고 가루 상태일 때는 회색빛을 띤 검은색인 경우가 많지만, 금은 가루 상태일 때도 반짝이는 노란 빛을 낸다. 그러니 반짝반짝 노란 빛을 내는 금가루를 발견한 고대인들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책은 황금의 유혹을 쫓아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건너 황금 제국을 건설하려 했던 유럽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항해의 시대를 열었던 에스파냐의 정복 사업, 중국과 이슬람 제국의 연금술 프로젝트 그리고 연금술 프로젝트가 견인한 근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금을 향한 인간의 야만성과 탐욕은 예외 없이 악랄하지만 그 속에서 인류의 문명과 번영이 싹텄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고대인이 금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안정적인 화학적 성질 뿐 아니라 그 아름다운 색깔도 한몫했을 것이다. 덕분에 금은 물론 금이 반사하는 금색마저 존귀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금이 최고 권력의 상징이 된 데에는 지각 매장량이 적고 기술력과 관계없이 채굴량이 상대적으로 일정하다 보니, 오랫동안 희소한 물질로 대접받았다는 이유도 있다. / 46p
무엇보다 연금술은 철학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연금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그리스 고전 철학과 완전히 다른 실증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이 싹텄다. 어떤 연구가 맞는지 틀렸는지를 실증하려면 꼭 정량화를 거쳐야 한다. 연금술은 정확하게 무게를 재고 기체를 모으는 방법을 중시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근대 과학의 씨앗이 심어졌다. / 60p
나흘 동안 런던을 짓누른 안개는 거대한 몸집의 소마저도 쓰러뜨리는 독성 가스였다. 이 짙은 안개는 최소 6,000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독성 물질을 흡입한 탓에 이후 한 달간 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100여 년간 런던을 뒤덮은 안개는 산업공해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므로 요즘 용어로 표현하자면 안개가 아니라 ‘스모그’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1차 산업혁명은 런던 스모그 주범인 석탄을 태우면서 시작됐다. / 223p
이 외에도 부와 지위의 상징이자 계급과 속박을 대변했던 구리, 묵묵히 인류의 기억을 담은 규소, 합성섬유와 단맛 등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은 탄소, 우주와 바다산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타이타늄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6000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원소에 새겨진 인류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역사는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늘 새롭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과학과 역사 두 지점이 교차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매력적이다.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고, 모두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던 디킨스의 문장처럼, 원소를 향한 이 오랜 탐욕의 역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한 우리는 같은 지옥의 문을 열게 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원소를 이해하고 그에 얽힌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원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는 바뀔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