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글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곰을 돌보는 것은 결국 인간을 돌보는 것이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동물 종인 곰의 멸종 위기를 통해 인간의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책!





  테디 베어, 코카콜라 곰, 곰돌이 푸, 푸바오에 이르기까지, 곰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동물 중의 하나다. 인류의 집단 기억, 즉 토착 설화나 고대 신화 속에서 곰이 어머니이자 보호자 또는 스승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그만큼 곰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며 가까운 친족에 속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곳적부터 인류의 오랜 동반자였던 곰은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여덟 종만 남았을 뿐이다. 갯과 동물이 35종, 고양잇과 동물이 41종, 고래목은 90종, 영장류는 500종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다. 심지어 그중 여섯 종은 이제 멸종 직전에까지 놓여 있다.



  『에이트 베어스』는 멸종 위기를 마주한 채로 살아가는 전 세계 여덟 종의 곰에 관한 책이다. 세계 기후 및 환경 분야의 전문 언론인인 글로리아 디키는 이 책을 통해 여덟 종의 곰이 직면한 위기와, 임계점에 다다른 인간과 곰의 공존 관계가 처한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안데스산맥 운무림에서 인도 관목지대와 중국 대나무 숲을 거쳐 북극에 이르기까지, 여덟 종의 곰의 생태를 추적한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곰을 향한 우리의 애정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얄팍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무지함의 극치란 동물이나 식물을 향해

 ‘무슨 쓸모가 있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 알도 레오폴드 / 47p



생존의 경계에서 밀려난 곰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이제 지구상에 남은 곰 여덟 종은 안경곰(에콰도르와 페루), 느림보곰(인도), 반달가슴곰과 태양곰(베트남), 대왕판다(중국), 미국흑곰과 불곰(미국), 북극곰(캐나다) 뿐이다. 책에 따르면 이들 곰 여덟 종은 생김새와 습성이 다양하지만 모두 저마다 살고 있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경곰과 미국흑곰은 배설물로 씨를 퍼뜨린다. 실제 로키산맥국립공원에서 곰의 똥 한 더미를 온실에 옮겨 심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무려 1,200개의 묘목이 자라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해안지대에 사는 불곰과 미국흑곰이 잡아먹은 물고기 시체들은 커다란 침엽수들의 비료가 되고, 고기를 많이 먹은 곰은 여러 사슴의 개체수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곰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먹이사슬에서 곰 하위에 있는 모든 종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지구상에는 단 여덟 종의 곰만 살아남았을 뿐이며, 이들은 매우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 서로 다른 습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을 공유하게 되었다. 모두 곤경이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남아 있는 곰이 겨우 여덟 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중 여섯 종은 이제 멸종까지 우려되었다. 전 세계 서식 범위에 걸쳐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곰은 미국흑곰뿐이다. 이들은 개체수가 90만 마리에 달해 다른 일곱 종의 곰을 전부 합친 것보다 그 수가 많다. / 36p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곰종이자, 마이클 본드의 <내 이름은 패딩턴>의 모델이기도 한 안경곰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곰이다. 안경곰은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수 세기 동안 비옥한 안데스계곡에서 인구가 급증하자 안경곰의 서식지는 농경지와 목축지를 위해 파괴되고, 채굴을 위한 광산의 폭발음은 여전히 안경곰의 보금자리를 뒤흔들고 있다. 기후 위기와 맞물려 삼림 파괴로 인해 생존 터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안경곰에게 미래가 있을지 우려된다.



  반면, 느림보곰은 현재 인도에서 가장 위험한 야생동물이다. 지금 인도의 농촌 주민들은 느림보곰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느림보곰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학자들은 성질이 급한 느림보곰의 공격성이 강화된 원인으로 인도의 인구 증가 속도를 지목한다. 놀라운 속도로 증가한 인도 인구는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종들을 좁아진 숲으로 내몰았고 경계에 내몰린 느림보곰이 불가피하게 인간과 충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적인 곰인 안경곰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곰이 어떻게 인구와 황폐한 삼림이 함께 급증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느림보곰이 인도에서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얼마 안 되는 자연 보전 옹호자들의 다정한 심성과 굳은 결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느림보곰은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 이어 부탄에서도 자취를 감춘 듯하다. 자그마한 태양곰이 집으로 삼는 열대 지방은 매년 약 405만 헥타르의 원시림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태양곰의 개체수는 겨우 30년 만에 3분의 1이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겁 많은 안경곰의 미래도 숲의 운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기후 변화가 나무에 수분을 공급하는 구름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녹아가는 해방 때문에 이번 세기말이면 멸종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체수가 급감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개입은 훨씬 더 직접적이어서, 수천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야생에서 끌려 나와 웅당 채취 농장에 볼모로 잡혀 있다. / 51p


가뭄은 인간과 야생동물의 충돌을 악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후반 가뭄이 극심했던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야생동물 공격 건수는 100건이 넘었고 사망자 수는 20명이었다. 최근에 다라이야는 수년간의 느림보곰 공격 데이터를 샅샅이 살폈다. 그는 구자라트주 북부에서 기록된 연평균 공격 건수가 1960~1999년 사이 한 건 미만에서 2009년 이후 약 아홉 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격은 대부분 덥고 건조한 여름에 일어났다. 물은 이제 느림보곰을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내모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 149p










  이 외에도 웅담 채취 농장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반달가슴곰과 태양곰, 먹이를 찾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간과 잦은 충돌을 일으키는 미국 흑곰과 불곰, 우리가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동안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북극곰이 처한 위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나마 전 세계인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인간과 깊은 문화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대왕판다의 경우는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애석하게도 인간과 곰이 아름다운 공생을 할 수 있는 길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사육 곰 한 마리가 매년 만들어내는 담즙 양은 포획된 야생 곰 40~50마리의 것과 맞먹었다. 결과적으로 캡슐, 연고, 고약, 알약, 안약 등 다양한 형태의 웅담 제품이 시중에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했고 웅담 채취용 곰 사육 산업은 정당성을 얻었다. 농장에서 사육되는 곰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빈곤했던 마을 주민들은 ‘황금빛 액체’로 돈방석에 올랐다. / 226p


그는 “베트남에는 웅담 채취로 감옥에 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며 한탄했다. 법에 따르면 웅담 및 웅담즙을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은 최대 5년(여섯 마리 이상이면 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공무원이나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어야 했다. 유죄가 명백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때에 따라서는 곰을 압수당하는 것이 가장 큰 형벌인 탓에 대부분 농장주는 처벌에 관한 두려움 없이 사업을 운영했다. / 244p



인간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1년 내내 넘쳐나는 지금, 곰들은 한밤중이면 냉장고를 뒤지는 불면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2003년 타호호수 근처에 사는 도시 곰 38마리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인근 카슨산맥 산간지대에 사는 곰들은 평소대로 12월 초에 굴로 들어가 겨울잠을 잤지만, 타호의 도시 곰들은 이듬해 1월까지 도시에 머물렀다. 38마리 중 5마리는 아예 굴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런 행동 변화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더 심해졌다. / 260p



  저자는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과 곰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곰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려면 곰의 행동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몇몇 동물 보호가들이나 환경 운동가들의 노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종들과 이들이 직면한 위협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개개인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이제 영원한 존속이란 없다. ‘곰의 미래가 곧 인간의 미래’라고 강조하는 이 책의 메시지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