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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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잠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아침부터 규리는 사라진 귤 양말 한 짝을 찾으러 온 집 안을 돌아다녔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한 코 한 코 직접 떠준 세상에 하나 뿐인 귤 양말 한 짝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여름에도 발이 시리다며 기어코 두꺼운 털 양말을 신으려는 규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규리에겐 할머니의 귤 양말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같이 놀 친구가 없을 때,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줄 때 포근한 귤 양말만이 규리를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두툼한 할머니 손이 규리의 시린 두 발을 꼬옥 감싸 주는 것 같았으니까.




“난 눈물 도깨비 루이야. 

이 집에 고인 눈물을 닦으러 왔어.” / 19p




  모두가 잠든 밤, 화장실을 가던 규리는 자신의 귤 양말을 신고 거실을 돌아다니던 도깨비 루이와 마주쳤다. 눈물 도깨비 루이는 규리의 눈물이 가득 찼기 때문에 눈물 주인의 양말을 신고 걸어 다니며 바닥에 고인 눈물을 닦는 거라고 했다. 오늘 하루 할 일을 마친 루이가 다시 도깨비 나라로 돌아가려는 찰나, 규리는 귤 양말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루이는 양말을 도깨비 나라로 가지고 가야 했지만 간절한 규리의 부탁에 마음이 약해져 양말을 놓고 가기로 했다. 대신 절대로 양말을 신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서.











  하지만 다음 날, 발이 너무 시렸던 규리는 그만 루이와의 약속을 어기고 양말을 신어버렸고, 규리 때문에 반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과연 규리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는 친구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양말로 꾹꾹 눈물을 닦아

찰랑찰랑 눈물 호수를 채우지

눈물 호수에서 태어난 눈물 도깨비

눈물이 넘치는 곳에는 우리가 있지

눈물을 닦는 눈물 도깨비 / 66p




  『귤 양말이 사라졌어』는 눈물 나라에서 온 도깨비가 인간들의 눈물을 닦아주러 밤마다 조용히 인간 세상에 찾아온다는 따뜻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책이다. 눈물 주인의 양말 한 짝을 신고 바닥에 고인 눈물을 꾹꾹 닦아 가져가는 일을 하는 도깨비 루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외로운 규리가 우연히 만나 슬픔과 고민을 회복하는 멋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홀로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잠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야기라 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예지가 전학 가니까 친구가 하나도 없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건 어렵고…….”

“몰랐어. 말을 하지! 나랑 같이 놀면 되잖아. 흐흐흑.”

다미가 흐느끼며 말했어.

“맞아! 나랑도 놀면 되는데…….” / 76p








“티 내도 돼! 엄마, 흘릴 눈물은 흘려야 된대.” / 103p



  이 책은 흘릴 눈물은 흘려도 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슬픔은 삼키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어서 나를 떠나보내야 하는 거라고. 슬픔을 말할 길이 없어 홀로 시린 발을 견디는 게 아니라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눈물 도깨비가 되어주어야 하는 거라고. 언젠가 즐겨 신던 양말 한 짝이 사라진다면 어디선가 눈물 도깨비가 나타나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거라고 믿어보는 건 어떨까. 슬픔이 더 이상 슬픔으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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