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 - 음악에 몸을 맡기자 모든 게 선명해졌다
소람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평점 :
나의 취향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든 취향 러버들을 위한 에세이!
평일 새벽 두 시, 텅 빈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혼자 레이빙을 즐기는 여자. 남들은 퇴근하고 고깃집에 둘러앉아 술을 한잔하거나, 운동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 다닐 때 이태원이나 홍대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라고 밝히는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클럽 덕질기를 소개한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썼다던 그녀의 고백이 좋다. 퇴폐적인 공간으로 묘사되곤 하는 클럽이 아닌, 음악에 진심인 사람들이 종사하고 서브컬처가 꽃피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정경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것만 같은 이 자유로운 감각이 좋다. 클럽, 전자음악, 페스티벌, 디제잉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몰입하며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들은 그 자체로도 읽는 이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선사한다.
점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낮에 있었던 일들이 멀게만 느껴지고 곧 마음이 깨끗이 정돈됨을 느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위로의 장소는 없었다. / 55p
소람 작가는 10년이 훌쩍 넘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인생 속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얼굴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산하다 못해 텅 비어 있던 평일의 어느 클럽 속에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진심을 다해 디제잉을 하고 있던 반삭의 디제이를 떠올린다. 마치 수백 명의 레이버들을 앞에 둔 디제이처럼, 그는 디제이 부스 안을 신나게 활보하며 온몸으로 리듬을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진심을 다해 좋아한다는 건 이런 것일까. 눈앞의 댄스 플로어는 외롭게 텅 비어 있고 자신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이 하나 없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때 소람 작가는 ‘저런 얼굴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의 얼굴로 살아가자고.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마땅히 감수할 힘과 의지가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계속 하자고.
그래서일까. 할머니가 되어서도 레이빙을 하고 싶다던 그녀의 바람이 내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수많은 클럽에 다녀서 더 나은 사람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건 확실하다’는 그 확고한 믿음이 좋다. 그 믿음이 부러워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자유로이 몸과 마음을 맡겨도 좋다는 이 믿음직스러운 확신이 내게도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혼자 클럽에 다니는 이유는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혼자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못 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많은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났다. 떠났다기보다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가정이 생긴 친구들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며 떠나갔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저마다의 취향과 세계가 확고해졌다. (…) 그래서 나는 고민 없이 혼자이길 택했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유일한 이유가 ‘혼자’여서라면 혼자가 되는 게 낫다. / 10p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에 행복을 새기는 일이다. 시간은 모여서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서 삶이 되므로, 결국 좋은 음악을 듣는 일은 좋은 삶을 사는 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꽤 자주 유난을 떨며 혼자 클럽에 다닐 것 같다. 클럽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라도 더 발견하고 감탄하며 마음껏 환호할 것이다. / 191p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는 제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든 취향 러버들을 위한 에세이다.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이의 마음과 에너지를 공유한 듯한 기분에 읽는 내내 즐겁고 설레었다. 모두가 각자의 취향 안에서 자유로운 레이버가 될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