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4.5.6 - no.54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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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층위로 문학을 탐독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격월간 문학잡지!

어쩌면 문학을 읽는 이유야말로 내 마음을 잘 돌보기 위한 게 아닐까!






  격월간 문학잡지 『Axt』 54호의 주제는 ‘셀프 돌봄’이다. 지친 일상을 살아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 이를 테면 덕질과 워라벨, 명상과 필사로 나의 안녕을 구하는 일. 그러나 자기를 돌본다는 것은 내부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살핌으로써 나의 외부를 구성하는 세계와 건강하게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해서, 결국 ‘셀프 돌봄’이란 상호 돌봄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보면 이번 54호는 셀프 돌봄을 화두로 삼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상호 돌봄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다룬 문학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저 역시 생활의 모든 부분을 혼자서 잘 해내지는 않아요. 늘 가까운 사람들과 상호 돌봄을 주고받고 있죠. 나에게 좋은 것을 주는 상대를 알아보고, 그 상대를 저도 잘 모시면서 인생이 흘러가요. 그들이 평안해야 저도 평안하고 그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렇게 연결된 관계를 가꾸는 일도 셀프 돌봄과 아주 무관할 수는 없다고 느껴요. / 이슬아 인터뷰 중에서 20p



나 그리고 너, 우리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54호에서는 우리 시대의 문학 아이콘인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를 필두로 다양한 층위의 돌봄을 사유하는 issue, 셀프 돌봄의 시점으로 읽어본 소설 『마션』에 대한 비대면 채팅 chat이 눈길을 끈다. 특히 자급자족 화성 생존기에 가까운 소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를 통해 ‘셀프 돌봄’(혹은 생존)의 주요 요소로 ‘유머’에 주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 마크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적 괴로움을 유머로 곧잘 승화하곤 하는데, 이에 대해 이유리 소설가는 셀프 돌봄이라는 단어의 이면에 존재하는 쓸쓸함과 고독함을 지적하며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자기만의 유머 감각을 찾고 단련할 필요가 있음을 의식한다. 비록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앓고 있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결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때로는 유머가 힘든 상황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나는 유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저는 『마션』을 읽으면서 ‘유머’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보면 좋겠다 싶었는데요. ‘셀프 돌봄’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사실 쓸쓸함과 고독감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 챙김받고 싶다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어떤 욕구를 배제했다는 면에서도 그렇고요. 그럴 때 필수불가결한 것이 웃음, 유머이지 않을까요? 마크 와트니도 정신적 괴로움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처럼 보였어요. ‘셀프 돌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누구나 자기만의 유머 감각을 찾고 단련하는 방법을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 43p


『마션』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속 고립된 환경에 놓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만의 왕국을 꾸리기보단 어떻게든 사회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결국 ‘셀프 돌봄’은 스스로를 잘 가꾸고 살아남아 타인과의 교류 속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을 듯해요. / 45p








  이번 호에도 다양한 단편작들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기생’하는 불완전한 신체를 지닌 ‘기생 쌍둥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인상적인 현호정 작가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할머니의 사라진 돈 오천만 원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하는 백온유 작가의 <반의반의 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연작 소설인 전예진 작가의 <매점 지하 대피자들> part 2는 현실에서 도피해 지하로 들어간 사람들을 통해, 삶은 그 자체로 ‘공포’라는 기묘한 감각을 선사하며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영혼이 몸의 물결에 발을 담그듯 나는 다른 누군가와의 결합을 통해 여기로 왔다. 그 결합은 불균형적이고 비대칭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미확정적이었다. /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현호정 작품 중에서 136p


오천만 원은 현진의 꿈에서 자꾸만 어떤 가능성이 되었다. 스무살 현진의 대학 등록금이 되기도 했다가, 스물두 살 때 사정이 어려워 포기해버린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유학비가 되기도 했다. 그 돈을 보태 작은 원룸에 전세를 얻어 독립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둑맞은 금액의 반의반만 있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텐데. / <반의반의 반>, 백온유 작품 중에서 189p


두려운 것은 늘 사람이었다. 교실에 앉은 그에게 책상을 집어 던지던 사람, 대뜸 위협적인 말을 내뱉던 사람, 동료를 불러 그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던 사람,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언제든 누군가를 찌를 수 있는, 그게 사람이었다. / <매점 지하 대피자들> part 2, 전예진 작품 중에서 248p








  나는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야말로 내 마음을 잘 돌보기 위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고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나와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들을 보듬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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